사설 / 무역적자 25년 만에 최악, 수출구조 개혁 속도 필요
사설 / 무역적자 25년 만에 최악, 수출구조 개혁 속도 필요
  • 시정일보
  • 승인 2023.02.23 10:45
  • 댓글 0

[시정일보] 우리 경제의 버팀목인 수출이 급감하고 있다. 무역은 25년 만에 최악의 성적표를 받았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국제 에너지 가격의 급등은 수출 강국인 우리나라가 11개월 연속 무역적자를 만든 주범이다. 한국은 지난해 6839억 달러로 역대 최고의 수출 실적을 내고도 472억 달러의 무역적자를 기록했다. 한국이 에너지 강세에 특히 취약한 것은 제조업 비중이 큰 데다 에너지 다소비 구조의 특성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한국의 교훈이 된다. 공급망을 안정화하는 동시에 에너지 저소비사회로의 정책전환이 필요하다.

이달 1~10일 무역 수지는 49억 7100만 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무역적자는 당분간 계속될 것이 확실하다는 예측도 발표됐다. 무역적자가 11개월 계속된 것은 1995년 1월~1997년 5월 연속 적자 이후 약 25년 만이다. 우리나라는 에너지 다소비, 저효율 구조 탓에 작은 변동에도 큰 충격을 받을 수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한국 에너지 사용량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대비 1.7배가 많고, 에너지 단위(단위 부가가치 생산에 필요한 에너지 투입량)는 OECD 36개국 중 33위로 최하위다. 에너지 개선 상황이 더딤을 말해 준다. 에너지 경제 연구원에 따르면 2010~2020년 한국의 에너지 단위 연평균 개선율은 1.5%에 불과해 미국(2.4%), 일본(2.6%), 독일(4.0%)보다 뒤졌다. 이와 같은 결과는 공공 부분의 재정 건전성 악화로도 이어졌다. 한국전력은 지난해 3분기까지 22조원에 육박하는 영업적자를 기록했고 연간 적자는 30조원이 넘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연료비가 급등했지만, 정치권이 전기료 인상을 억누르면서 한전의 적자가 누적된 탓이다. 올겨울 난방비 급등도 억눌렀던 가스 요금 분이 조금씩 반영된 결과다.

전력업체 관계자는 이참에 전기요금을 현실화하고 각종 제품과 건물의 전력효율을 높이는 등 에너지 다소비 구조를 바꿔야 할 것을 조언하기도 한다. 한국의 산업 부분 에너지 소비율은 62%로 지난 30년간 연평균 4.6% 늘어났다. 교통(3.5%)이나 상업(2.1%) 대비 높은 증가율이다. 이 같은 결과의 해법은 근본적으로 살펴야 한다. 반도체 못지않게 경쟁력을 갖춘 전략산업들을 키워 수출품목과 수출시장을 다변화해야 한다. 에너지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을 현실화하고 산업을 에너지 저소비 구조로 바꿔야 한다.

일본의 경우 제조기업이 고효율 장비로 교체할 때 중소기업은 50%, 대기업은 30%를 지원해 주고 있다. 나머지는 기업이 부담하더라도 결국 전기료 절감으로 상쇄할 수 있으므로 이러한 에너지 정책은 우리 정부가 참고해 우리 기업의 에너지 효율을 획기적으로 높일 필요가 있다. 정부는 국회와 적극 협조해 에너지 다소비 구조개혁을 서둘러야 한다. 에너지 사용량은 많은데 저효율 구조는 개선이 되지 않고 있다. 정부는 국내 기업의 경제 상황을 면밀히 점검하고 이에 대한 대책을 추진해야 할 때로 보인다.

우리 경제의 공격적인 구조개혁은 경제의 미래가 확보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