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 대출로 유동성 위기에 처한 가계, 기업 선제적 대응 필요
사설 / 대출로 유동성 위기에 처한 가계, 기업 선제적 대응 필요
  • 시정일보
  • 승인 2023.03.02 10:15
  • 댓글 0

[시정일보] 은행에서 빌린 돈을 제때에 갚지 못해 은행권의 대출 연체율이 상승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KB국민, 하나, 우리, NH농협 등 4대 시중은행의 1월 연체율은 평균 0.09%였다. 금융감독원이 국회 정무위원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카카오뱅크·케이뱅크·토스뱅크 등 인터넷전문은행 3사의 1개월 이상 연체 대출 잔액은 지난해 말 기준 2915억9100만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1분기 말 1062억원에서 2.7배 증가한 규모다.

인터넷은행 3사의 연체 대출 잔액은 지난해 2분기 말 1392억원이다. 3분기 말 1860억원 등으로 빠르게 늘고 있다. 토스뱅크는 지난해 말 연체 대출 잔액이 619억원으로 1분기 말 대비 56배 넘게 급증했다. 이 기간 케이뱅크는 920억원으로 2.5배, 카카오뱅크는 1377억원으로 2배 늘었다.

카카오뱅크의 연체율은 지난해 말 0.49%로 1분기 말 대비 0.23%포인트 상승했다. 연체 기간 3개월 이상 고정이하 여신 비율은 0.36%로 0.11%포인트 올랐다.

케이뱅크의 연체율은 지난해 3분기 말 0.67%로 1분기 말 대비 0.19%포인트 상승했다. 고정이하 여신비율은 0.76%로 0.12%포인트 올랐다.

토스뱅크의 연체율은 연 3분기 말 0.30%로 1분기 말 대비 0.26%포인트 상승했다. 고정이하 여신비율은 0.23%로 0.19%포인트 올랐다.

업계에선 현재 은행권의 연체율이 안정적인 수준으로 관리되고 있다고 본다. 하지만 높은 수준의 대출금리가 지속되면서 위험이 확대될 수 있다고 전망한다. 은행연합회 공시에 따르면 국민은행의 신규 취급 가계대출금리는 지난해 12월 5.09%에서 올해 1월 5.28%로 0.19%포인트 상승했다. 이 기간 농협은행 가계대출금리는 4.77%에서 4.92%로 0.15%포인트 올랐다. 기업대출금리도 4.86%에서 5.21%로 0.35%포인트 뛰었다. 지난달 대출금리는 신한은행 5.30%, 하나은행 5.33%, 우리은행 5.57%로 각각 나타났다.

금리 인상의 주요 원인은 소비자 물가 지수가 전년 동월 대비 5.2% 올라 3개월 만에 상승 폭이 확대됐다. 한국경제연구원은 국내 물가 불안과 미국의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 등으로 우리 기준 금리가 올해 말에는 연 4%까지 상승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경기 전망도 어둡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경기 동향 2월호에 경기 둔화가 심화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한국은행도 올해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1.7%에서 1.6%로 하향 조정했다. 한은이 2월23일 기준 금리 인상을 멈추고 3.50%로 동결한 것도 경제 전반에 침체의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진단에 의해서다.

이같이 고금리 기조가 꺾이지 않는 가운데 경기마저 급속히 냉각으로 이어진다. 이에 가계와 기업의 부실이 한꺼번에 터져 도미노 도산 사태를 우려한다. 이는 금융가의 전반적인 위기로 번질 조짐의 근원이 된다. 금융당국은 선제적인 대응이 요구된다. 은행의 대손 충당금 적립 수준과 대출 채권의 자산 건전성에 검토가 필요하다. 일시적인 유동성 위기에 처한 가계대출, 기업은 대환대출의 한도 및 지원범위 확대 등을 통해 흑자 도산이 일어나지 않도록 신속한 지원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