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앞/ 입신양명하기 전에 자신과 가정을 먼저 수양해야
시청앞/ 입신양명하기 전에 자신과 가정을 먼저 수양해야
  • 정칠석
  • 승인 2023.03.02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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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정일보] 古之欲明明德於天下者(고지욕명명덕어천하자)는 先治其國(선치기국)하고 欲治其國者(욕치기국자)는 先齊其家(선제기가)하고 欲齊其家者(욕제기가자)는 先修其身(선수기신)하니라. 이 말은 대학(大學)에 나오는 말로서 ‘옛날 밝은 덕을 천하에 밝히고자 했던 사람은 먼저 자신의 나라를 잘 다스렸고 자신의 나라를 잘 다스리고자 했던 사람은 먼저 자신의 집안을 가지런히 관리했고 자신의 집안을 가지런히 관리하고자 했던 사람은 먼저 자신을 수양했다’는 의미이다.

옛날 밝은 덕을 천하에 밝히고자 했던 사람이란 옛날의 성왕 堯(요)·舜(순)·禹(우)·湯(탕)·文武(문무) 등을 일컫는다. 이들은 완전한 인격을 갖추고 최고의 지위에 있었기 때문에 역사상 덕치주의를 완성시킨 전형적인 예로 등장한다. 근본과 말단을 알고 먼저 할 것과 나중에 할 것을 깨달아 실천에 옮기는 것이 군자의 모습이다. 군자의 수양은 여기서 끝나지 않으며 밝은 덕을 밝혀 백성을 새롭게 한다고 했는데 백성을 새롭게 하는 것은 다름 아닌 천하의 사람들이 모두 자신이 타고난 인격완성의 소질을 계발할 수 있게 하는 것이야말로 군자가 할 일의 마지막 단계이며 군자라면 누구나 이에 뜻을 두고 매진해야 한다. 그러나 이에 뜻을 두었다고 해서 저절로 이뤄지는 것이 아니다. 밝은 덕을 천하에 밝히는 것은 말단이요 나중에 할 일이기 때문이다. 천하 사람들이 밝은 덕을 밝힐 수 있게 하려면 먼저 천하보다는 작은 규모인 한 나라를 잘 다스려야 하며 한 나라를 잘 다스리려면 먼저 그보다 작은 규모인 한 집안을 문제없이 잘 관리해야 하며 한 집안을 문제없이 잘 관리하려면 먼저 자기 자신을 잘 수양해야 한다.

작금에 들어 신임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장이 임명된 지 불과 하루 만에 아들의 고교 시절 학교폭력이라는 불미스러운 일로 임명 취소를 한 사태는 가히 인사 참사라 할 만하다. 이는 학교폭력이라는 사안의 중대성과 들끓는 비난 여론을 무마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으로 보인다. 하지만 경찰청이 후보자 자식의 학교폭력 문제를 제대로 인지하지 못한 채 국가수사본부장 최종 후보로 추천해 고위공직자 인사 검증 시스템에 허점을 드러냈다는 책임에서는 자유로울 수가 없다. 물론 과거처럼 사찰 수준의 정보 수집이 어려운 점을 비록 감안한다손 치더라도 과거 보도된 사안조차 챙기지 못한 것은 분명 검증 부실이 아닐 수 없다. 차제에 정부는 이번 일을 계기로 인사 검증 시스템이 전면 쇄신을 단행해 다시는 이러한 일들이 재발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