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美 스탠퍼드대학의 저력
기고/ 美 스탠퍼드대학의 저력
  • 임종성 (대전 대별공인중개사 사무소 대표)
  • 승인 2023.03.07 1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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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종성 (대전 대별공인중개사 사무소 대표, 칼럼리스트)
임종성
임종성

[시정일보] 시골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독자였던 나는 청운의 꿈을 안고 삼십 리 떨어진 읍내의 중학교에 입학은 하였으나, 1학년을 다 못 마치고 겨울방학이 되기 전에 휴학하고, 나무꾼으로 장작을 팔아서 부친의 치료비에 보태는 등 가난한 가정의 경제를 책임지다 보니 꿈속에서도 그리던 복학을 못 하고 소년 시절을 보냈다.

청년기에 접어들었지만 배움에 대한 갈망은 풀 길이 없던 중 우연한 기회(1973년)에 학원사에서 20권 한 질의 백과사전을 발간한다기에 학교에 복학은 도저히 안 될 것 같아서 당시의 우리 집 형편으로는 엄청난 금액을 지불하고 구입했다.

그리고 이 책이 내 학교요 내 스승이라고 생각하고 밤낮으로 틈을 내서 책을 펼쳐서 읽다 보니 비로소 넓은 세상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 당시에 국가적인 시책으로 초가지붕을 걷어내고 함석이나 슬레이트로 지붕 개량하는 기술로 일반인들보다 월등한 임금을 받고 있던 나는 솔직히 약간의 자부심을 가지고 있었으나 그야말로 내 존재가 참으로 보잘것없고 우물 안 개구리였다는 생각이 들면서 정신이 번쩍 들었다.

역사, 지리, 과학, 문화, 인물, 세계적인 건축물 등 그 안에는 모든 것이 다 있었고 모든 궁금증을 다 해결해주었으며, 그때마다 희열을 느꼈다. 나는 일상생활을 하면서 모든 것이 의문이었고, 어떻게든지 답을 알아야 직성이 풀리는 성미였다.

어떤 방법으로 올라가지도 못하는 만년설이 쌓여있는 히말라야의 그 많은 봉우리의 높이를 알 수 있었으며, 꼬불꼬불한 논밭의 경계를 어떻게 해서 종이 위에 정확하게 그려놓았을까?

측량! 그러니까 그 측량은 어떤 방법으로? 세계로 눈을 돌리면 길이가 6,400㎞나 되며, 높은 산꼭대기 연봉을 이어주는 만리장성, 페트라, 콜로세움, 수천 년이 지났지만 2,280ⅿ 높이의 산 위에 지금도 틈 사이로 종이 한 장도 들어갈 틈이 없을 정도의 석조 건축물도시 마추픽추, 동서 1,500ⅿ 남북 1,300ⅿ의 대각선이 10cm도 안 틀리는 거대한 석조사원 앙코르 와트, 4000~5000년 전에 평균 2,5t 규모의 돌 250만 개 무게가 684만t의 한 변의 길이가 227m, 높이가 147m의 삼각뿔 모양에 동, 서, 남, 북의 정확한 방향의 고대 이집트 쿠푸왕의 묘인 피라미드, 피사의 사탑, 스톤헨지, 이스터섬의 모아 이 석상, 중국 서역의 둔황석굴, 나로서는 그 당시에 처음 접해보는 식충식물, 동충하초 등 역사적으로는 예컨대 연산군을 보면 아버지 성종 대왕, 어머니 폐비 윤 씨, 큰아버지 월산대군, 이런 식으로 연계해서 여러 권의 책을 보게 되게 되고 자연과 환경적으로는 뭐니 뭐니해도 길이가 443㎞, 넓이가 0.2~9㎞, 골짜기 깊이가 1000m도 넘는 곳도 있는 미국의 그랜드캐니언.

백과사전을 끼고 살다 보니 결국은 우리나라 지형이나 행정구역이 머릿속에 다 들어오고, 세계지도도 거의 기억이 되다 보니 대화 도중 가끔은 상대방한테 백과사전이라는 소리도 듣고, 그래서 외국 여행을 가게 되면 미국에 제일 먼저 가려고 했지만, 비자 문제도 있고 해서 여러 나라를 다녀온 뒤에 뒤늦게 2011년 예순한 살(회갑)이 돼서야 서부 일주일 동부 일주일 여정으로 여행을 하게 되었다.

여행 도중 가장 감명을 받았던 것은 정작, 그렇게 보고 싶었던 그랜드캐니언이나 세계 3대 폭포 중 하나라는 나이아가라폭포, 열대 사막 위에 건설해놓은 라스베이거스 등이 아니고 한국 유수의 여행사 차장이었던 서부지역 일주일 가이드의 스탠퍼드 대학교의 설명이었다.

그 가이드의 설명이 얼마나 사실적이고 정확했었는지는 모르지만 정리해 보자면 1863년부터 약 6년 5개월이 걸려서 부설한 미국 중부 오마하(뉴욕에서 오마하까지는 이미 개통)에서 미국 서부 캘리포니아까지의 2,826㎞ 철도를 개설했다.

미국 횡단 철도가 개통되기 전에는(미국 동부 뉴욕에서 서부 캘리포니아까지 직선거리 4,800㎞, 지금도 비행기로 캘리포니아에서 뉴욕까지 가는 데 6시간 30분 걸렸음) 동부 뉴욕에서 서부 캘리포니아까지 가려면 ① 배로 남미를 돌아서 대서양을 거슬러 캘리포니아에 갔는데 바닷길이 너무 멀고 높은 파도에 위험했고 ② 배로 파나마까지 와서 육지를 이용해 파나마를 지나 대서양에서 다시 배를 타고 캘리포니아에 갔는데 파나마 현지인들의 횡포로 보통 어려운 것이 아니었으며 ③ 마차를 이용하면 봄에 꽃이 필 때 출발해서 가을 첫눈이 올 때쯤 도착, 즉 아무리 빨라도 최소 4개월에서 6개월이 소요되었다.

그래서 대륙 횡단 철도를 건설하게 되었는데 미국 중간지점인 오마하에서 동쪽에서는 유니온퍼시픽 회사가 서쪽 캘리포니아에서는 센트럴퍼시픽 회사가 공사했는데 산맥이고 난공사이다 보니 백인이 아닌 유색인종, 특히 중국인들의 희생이 막대(1,200여 명의 중국인이 사망)한 가운데 완성된 후에 철도로 인해서 막대한 돈을 번 릴랜드 스탠퍼드와 제인 스탠퍼드 부부가 하버드대학 등 동부 아이비리그에 기부를 하려고 했다.

그러나 그 당시만 해도 동부에서 서부를 얕보는 시절이라 여러 곳에서 거절을 당해서 서부 캘리포니아 지역 1,013만 평의 부지에(서울대 부지 120만 평) 1885년에 대학을 설립하고 설립 이념에(1920년까지는 학생 전체의 등록금이 면제) 현재는 철도부설에 희생이 많았던 유색인종에 보답하는 의미에서 유색인종 자녀를 일정 비율(30%)을 모집하고, 전체 학생 학부모 연간 종합소득이 10만 달러(약 1억3천만 원) 이하는 학부 동안 등록금 전액 면제(현재 1년 등록금 6천만 원) 학부모가정 연간 종합소득이 5만 달러(6천5백만 원) 미만이면 등록금 전액 면제에 기숙사 무료이용+용돈까지 지불해 준다고.

한마디로 그냥 공부만 열심히 해라. 그 대신 엄청 빡세게 해야 한다고. 2021년 현재 학생 4명에 교수 1명(4:1), 현재 20명의 노벨상 수상자가 교수진, 2021년 현재 85명의 노벨상 수상자, 29명의 튜닝상 수상자, 노벨상보다 어렵다는 8명의 필즈상 수상자가 스탠퍼드의 졸업생이거나, 교수진이고 스탠퍼드 동문들이 세운 회사들 합계수입이 2조 7천억 달러(한국 GDP의 2배라는 설도 있음) 캘리포니아 지역에만 스탠퍼드 동문들이 세운 회사가 약 180,000개, 2017년 현재 74명의 억만장자가 스탠퍼드 출신, 현재 세계적인 복수의 대학 평가 기관의 평가에 세계 2~3위, 어떠한 경우에도 세계 4위를 벗어나고 있지는 않다고 한다. 캠퍼스가 워낙 넓다 보니 학교 내 강의동을 운행하는 버스노선이 있는가 하면 한 사람이 건물을 10동 이상을 기부한 사람이 있어 이 사람 이름을 딴 건물에 번호를 매기다 보니 시험 볼 때 강의동을 찾는 것도 보통 일이 아니라고.

그리고 어려운 형편에 공짜 공부를 하고 크게 성공한 이 학교 출신들이 은혜에 감사하는 마음에서(이 대학이 아니었다면 그냥 평범한 시민이 되었거나, 보잘것없는 하층 인생이 될 수도 있었다는 생각에) 거액의 장학금을 기부하는 선순환이 계속되니 학교재정은 여유로워지고 계속 발전할 수밖에.

중학교 졸업도 못 한 나로서는 딴 세상 이야기 같지만 나는 나름대로 백과사전이라는 책으로(1999년도에 또 20권 한 질의 백과사전을 구입) 넓은 세상과 소통하고 열심히 공부해서 자칭 백과사전학교 졸업생(어쩌면 지금도 재학생)이라고 스스로 위로하면서 살고 있다.

지금은 인터넷 세상이라 활자 문화가 약간은 밀리는 면도 있고, 사이버 중, 고등학교, 대학교도 있어서 자기의 의지만 있으면 얼마든지 공부할 조건은 있다고 보며, 인터넷 검색을 자주 하다 보니 백과사전 보는 횟수가 예전보다는 많이 줄었지만 나는 아직도 백과사전학교 학생이다.

돌이켜 보건대 내가 20대에 미국 여행을 했더라면 지금의 나보다는 스케일이 한층 큰 사람이 되어 있지 않았을까? 혹시 이 글을 읽으신 스탠퍼드 동문이 계신다면 제 설명이 부족했거나 오류가 있었으면 연락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취업하기 위해 하는 공부가 아닌 순수한 학문을 연구해서 인류사회의 복지를 위하는 연구중심의 대학이 진정한 대학이 아닐까요? 전문직이 아닌 일반적인 행정 업무는 고등학교 학력이면 충분하다는 이야기도 있던데요. 내가 잘못 들었나요?

(외부기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