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앞 / 마음부터 정제해야 올바른 정치를 할 수 있어
시청앞 / 마음부터 정제해야 올바른 정치를 할 수 있어
  • 정칠석
  • 승인 2023.03.09 12:49
  • 댓글 0

[시정일보] 心地乾淨(심지건정)이라야 方可讀書學古(방가독서학고)니 不然(불연)이면 見一善行(견일선행)하여 竊以濟私(절이제사)하고 聞一善言(문일선언)하여 假以覆短(가이복단)이라 是(시)는 又藉寇兵而齎盜糧(우자구병이재도량)이니라. 이 말은 ‘깨끗한 마음으로 책을 읽어야 옛것을 배울 수 있다. 그렇지 않으면 한가지 선행을 보고 이것을 훔쳐 자기의 욕심을 채우게 되고 한마디 좋은 말을 들으면 그것을 빌어 자기의 잘못을 덮는데 쓴다. 이것이야말로 적에게 무기를 빌려주고 도둑에게 양식을 제공하는 것과 같다’는 의미이다.

깨끗한 마음의 바탕이 있을 때 아름다운 예술은 잉태될 수 있으며 마음부터 정제해야 올바른 정치 올바른 경제, 올바른 학문의 탐스런 열매가 열릴 수 있다. 마음 바탕이 고른 사회에서는 범죄자가 따로 있을 리 없다. 깨끗한 마음은 항상 깨끗한 생명력으로 그가 터잡은 한 사람의 인간을 깨끗하게 만들어 내기 때문이다. 마음이 어두운 사람에게는 지혜를 주면 그는 보다 영악한 죄를 만들어 낸다. 마음이 어두운 사람이 가득 찬 사회는 그래서 도저히 밝아질 수가 없다.

작금에 들어 전국 곳곳의 길거리에 여야가 서로를 향한 무차별 비방과 인신공격을 담은 현수막을 내걸어 국민의 미간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여야는 지난해 12월부터 시행된 옥외광고물관리법 제8조(적용 배제) ‘8. 정당이 「정당법」 제37조제2항에 따른 통상적인 정당활동으로 보장되는 정당의 정책이나 정치적 현안에 대하여 표시·설치하는 경우.'를 근거로 신고나 허가, 장소 제한 없이 현수막을 마구잡이로 내걸며 입에 옮기기조차 민망한 수준으로 그 내용이 기가 막힐 지경이다. 이러한 비방이 통상적인 정당 활동이라는 것인지 우리는 정치권에 묻지 않을 수 없다. 국회가 현수막을 지자체 허가를 받아 지정된 곳에만 걸 수 있었던 기존 법 조항이 표현의 자유 침해라는 이유로 뜯어고쳤다. 그러나 지금 상황은 표현의 자유 남용이 도를 넘어서고 있다. 적어도 현수막 게시 장소와 문구를 규제함이 옳다.

정부의 현수막 정책은 형평성에도 맞지 않다. 소상공인들은 일정 비용을 지불하고도 희망하는 장소에 현수막을 걸기 힘든 상황인데 정당과 정치인들은 아무런 제재 없이 도심 곳곳에 현수막을 게재하고 있다. 이는 우리 정치문화의 퇴행이자 정치인들의 집단 이기주의가 만들어낸 서글픈 현실이 아닐 수 없다. 정당 현수막의 난립을 막으려면 현재로선 옥외광고물법을 바꾸는 것이 최선이다. 따라서 각 정당은 정당 현수막과 관련, 자체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현수막 개수와 금지 장소 등을 구체화하는 법과 시행령을 개정 더 이상 혈세로 국민의 미간을 찌푸리는 현수막을 길거리에서 보이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