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디 / 육아휴직, 절반도 못 쓰고 있다는데
한마디 / 육아휴직, 절반도 못 쓰고 있다는데
  • 한 마 디 / 박근종(성북구도시관리공단 이사장)
  • 승인 2023.03.30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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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마 디 / 박근종(성북구도시관리공단 이사장)
박근종(성북구도시관리공단 이사장 )
박 근 종
성북구도시관리공단 이사장

[시정일보] 합계출산율 세계 꼴찌인 한국의 ‘저출산 시계’가 갈수록 빨라지고 있다. 우리나라 출생아 수가 불과 10년 만에 반토막 나며 처음으로 25만명(현 24만9031명)을 넘기지 못했다. ‘합계출산율’은 0.8명(현 0.78명)을 지켜내지 못했고, 인구 1000명당 출생아 수는 5명(현 4.9명)이 채 되지 않았다. 미증유의 통계치만 속출한 가운데 코로나19 팬데믹 후 결혼도 줄고, 출산 연령은 더 높아지면서 저출산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노동법률단체 ‘직장갑질119’와 ‘사무금융우분투재단’이 전문기관 ‘엠브레인리퍼블릭’에 의뢰해 지난 3월26일 내놓은 남녀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 육아휴직을 자유롭게 쓰지 못하는 직장인이 절반에 가까운 45.2%였다. 일과 생활 균형을 위해 법적으로 보장한 휴가인데도 노동자들이 고용불안과 불이익을 우려해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출산율이 낮은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여성의 경력 단절, 육아 독박, 가사노동 전담, 양육비 부담, 사교육비 부담 등이 출산율 저하 요인이 아닐 수 없다.

그동안 정부는 2006년 이후 2021년까지 15년간 저출산을 막기 위해 천문학적인 예산을 쏟아부었다. 전 정부에서는 약 380조2000억원의 예산을 쏟아부었다고 하고 현 정부에서는 280조원을 투입했다고 한다. 이렇게 천문학적인 돈을 투입해도 효과를 거두지 못한다는 것은 정책이 수요자의 눈높이와 맞지 않고 기대치에 못 미쳐 외면당하고 있다는 반증이다.

현실과 동떨어진 정책 중 대표적인 것이 다자녀 가구 지원이다. 지난해 출생아 가운데 63%가 첫째 아이일 정도로 아이 둘 낳는 집도 드물다. 그런데 다자녀 지원은 3자녀 이상에 해당하는 경우가 많아 실제 혜택을 입는 가구가 극히 적은 실정이다. 정부가 최근 추진하려다가 여론의 반발을 사 제동이 걸린 ‘3명 이상 둔 남성의 병역 면제’와 ‘근로 시간 유연화 법안’도 이런 사회적 분위기와 무관치 않다. 특히, 지금의 52시간 근무제하에서도 육아하기 힘든 판에 제도가 바뀌면 육아 환경이 더욱 악화할 것 아니냐는 게 청년들의 시각이다.

이런 가운데 지난 3월28일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가 올해 첫 회의를 열고 ‘저출산·고령사회 정책 과제 및 추진 방안’을 논의했다. 무려 7년여 만에 위원장인 대통령이 직접 회의를 주재한 것도 이러한 급박한 인구 위기 상황과 무관치 않을 것이다. 회의에서 △질 높은 돌봄과 교육 △일과 육아 병행 △가족친화적 주거 서비스 △양육비 부담 경감 △건강한 아이와 행복한 부모를 5대 핵심 분야로 선정하고, 대통령 공약인 ‘육아기 재택근무제’를 법으로 보장하고, 2세 미만 영아의 입원비는 무료로 전환하며, 난임 시술을 지원하는 정책이 새로 나왔다. 하지만 이 정도 대책으로 인구 감소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아이를 낳고 기르는 것이 짐이나 부담이나 고통이 아니라 기쁨이 되고 희망이 되며 행복이 되는 사회 여건과 제도를 만들어 내고 사회적 합의를 끌어내는 것만이 근본적인 해법이다.

(외부기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