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산책 #17 영성에 기반한 민족 지도자의 ‘지도력의 전형’
인문학산책 #17 영성에 기반한 민족 지도자의 ‘지도력의 전형’
  • 현외성(경남평생교육연구원장)
  • 승인 2023.03.31 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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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외성(경남평생교육연구원장, 사회복지학 박사)
현외성 연구원장
현외성 연구원장

[시정일보] 세상에서 홀로 살아가는 사람은 드물다. 대체로 2명 이상이 모여 함께 살거나 생산, 분배, 소비 등의 활동을 하면서 혹은 사회적 관계를 맺으면서 살아간다.

다른 각도에서 살펴보면 사람들은 여러 집단이나 조직에 속하여 살아간다. 이 조직이나 집단을 이끄는 사람을 지도자라고 부르며, 조직이나 집단을 특정 방향으로 이끌어가는 능력을 지도력이라 말한다.

현대사회에서 지도자가 중요하고 지도자의 지도력이 중요한 것은, 무엇보다 지도력이 그 집단과 조직의 운명을 좌우하는 영향력이 크기 때문일 것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지도자와 지도력에 대한 관심이 그 어느 시기보다 오늘날이 높은 것도 사실이다. 존 화이트가 지은 『탁월한 지도력』(Excellence in Leadership: Reaching Goals with Prayer, Courage and Determination)은 2,500년 전에 이스라엘의 역사에 있었던 ‘느헤미야’의 이야기를 성경에서 찾아내어 지도력의 탁월함을 자세하게 풀이한 책이다.

이 책이 흥미로운 점은 성경의 내용을 당시의 역사 사회적 배경을 바탕으로 하면서 느헤미야의 인물을 중심으로 수행하였던 활동상을 드라마틱하면서 생생하게 살려내었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이 책은 일차적으로는 교회조직에서 성도들이나 지도자들에게 유익하며, 더 나아가서는 일반 조직이나 집단에서 탁월한 지도력을 펼친 느헤미야의 사례를 연구함으로써 지도력은 물론 조직의 향상에 기여할 수 있는 유용한 교훈을 얻을 수 있는 책이라 생각한다.

성경의 느헤미야서는 바벨론에 의해 침략을 당하고(BC587년) 예루살렘 성전과 성벽이 무너져 내리고 환란과 어려움을 당하고 살아남은 이스라엘 자손들이 능욕을 당하고 있음을 느헤미야의 한 형제로부터 소식을 알게 된 느헤미야가(바벨론은 페르시아에게 멸망당하였으며, 포로로 잡혀간 후예로서 느헤미야는 페르시아의 왕 아닥사스다왕의 총애를 받아 왕의 술관이 되었다.), 아닥사스다왕의 허락을 받아 예루살렘의 총독으로 부임하여(BC 445년) 52일 동안 지도력을 발휘하여 온갖 어려움과 방해 공작을 뚫고 이스라엘 백성들과 함께 성벽과 성문을 재건하여 이스라엘의 새 시대를 연 감동적인 이야기이다.

본래 성경의 ‘느헤미야’는 13장으로 구성되어 있으나, 존 화이트는 9개 장으로 구분하여 지도자의 여러 측면을 성경의 흐름에 맞추어 저자의 해석과 스토리텔링을 전개하고 있다.

전체의 구성은 서론 격인 그 사람과의 만남에서부터 시작하여, 지도자와 기도, 조직력, 일, 반대세력, 내부의 반대세력, 인신공격, 갱신, 인내 등과 같은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다.

다른 지도자와 지도력에 관한 책과는 달리, 이 책은 특별히 ‘영적 지도력’에 대한 책이므로 제일 먼저 ‘지도자와 기도’에 대해 서술하고 있다. 영적 지도력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점은 그 지도력이 하나님으로부터 나온다는 사실이며, 지도력의 내용과 방향, 행동이 하나님과의 영적 교감에서 출발한다는 사실을 먼저 시작하고 있다.

그 영적 교감은 기도인데 기도는 하나님과의 대화이다. 천지와 우주 만물을 지으신 창조주인 하나님이 이스라엘 백성을 선민으로 부르시고 사랑하시고 그 역사를 이끌어가셨지만 순종하지 않은 백성들로 인하여 결국 바벨론 침공으로 혹독한 시련의 시기를 거치게 하셨던 이스라엘의 역사 속에서 다시 느헤미야는 하나님에게로 기도로 나아갔다.

느헤미야는 시대와 역사의 운행자는 하나님이심을 믿고 예루살렘의 훼파와 고난 당하는 이스라엘 백성의 아픔을 자기의 죄와 잘못으로 동일시하며 자기 민족의 죄를 자신의 죄와 동일시하며 하나님 앞으로 나아가 철저히 회개하며, 모세와 같이 자기 민족의 중보자로서 성경의 약속을 말씀을 가지고 하나님께 나아가 기도하였다. 그는 대략 4개월 동안 하나님께 회개와 중보기도를 드렸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 후에 마침내 아닥사스다왕의 허락을 받고 또 필요한 물자와 지원을 가지고 예루살렘 총독으로 부임하였다. 그는 부임 후 재건해야 할 성벽이 어떤 상태인지를 알기 위하여 밤에 은밀하게 직접 현장으로 가서 조사를 하고 돌아와서 치밀하게 계획하였다.

그 후 사람들을 조직하고 그들에게 각자에 알맞은 일과 역할을 부여하고 동기부여를 하며 성벽재건을 시작하였다. 느헤미야는 성벽재건을 수행하기에 앞서 예루살렘 백성들에게 왜 성벽재건이 중요한지, 이스라엘 민족과 백성이 무엇을 잘못하였는지, 지금 이 순간에 어떻게 하나님 앞에 바로 서야 하는지를 연설하고, 백성들에게 성벽재건의 중요성을 설파하며 동기부여를 하였다.

특히 그는 성벽재건의 일을 각자의 재능과 역량에 따라 분배하고 백성들에게 위임하면서, 함께 성벽 건설의 현장에서 앞장서서 땀 흘리며 일하였다.

성벽재건을 추진하는 과정에 2가지 측면에서 반대가 격심하였는데, 그것은 외부로부터의 반대와 내부로부터의 반대였다. 우선 외부적인 반대와 방해 공작은 기득권을 가진 그 지방의 권력자와 종교적인 지도자들로부터 시작되었다.

처음에는 음모를 이용해서 페르시아왕에게 반역을 하고 있다는 거짓 정보를 제시한다는 위협을 통한 방해에서부터 예루살렘을 무력으로 공격하려는 시도. 그리고 성벽을 재건하는 데 참여하고 있는 백성들에 대한 두려움을 불러일으키는 공작, 그리고 지도자 느헤미야에 대한 거짓 인신공격과 드디어는 거짓 예언자를 내세워 느헤미야가 살해되리라는 거짓 예언을 하기까지 집요하고 치밀하게 방해 공작을 시도하였다.

그때마다 느헤미야는 흔들리지 않고, 아닥사스다왕의 술관원에서 금식 기도하여 하나님으로부터 응답으로 받은 예루살렘 성벽의 재건에 대한 응답을 관철시키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경주하는 느헤미야의 모습을 볼 수 있다.

때로는 혼자서 어찌할 수 없는 생명의 위협과 절체절명의 위기 속에서 느헤미야는 그때마다 하나님께 기도하며 바른 해답을 찾고 용감하고 단호하게 행동하는 지도자로서 모습을 보였다.

다음으로 내부로부터 벌어진 성벽재건의 방해는 느헤미야가 극복하기 쉽지 않은 도전이었다. 성벽재건을 하는 기간 중에 밭에 나가 일을 하거나 경제적 활동을 줄일 수밖에 없어서, 예루살렘에 거주하는 백성들이 생계가 어렵고 그로 인하여 부유한 권세자들에게 빚을 지고 전답을 저당 잡히고 땅을 팔기도 하였다.

때로는 양식을 사기 위하여 자식을 팔아넘겨는 경우도 있었다. 사실 성벽 재건을 소극적으로 반대하였던 기득권층의 부유한 유대인들은 이로 인해 자신들의 입지가 더욱 공고해지는 듯하였다.

이러한 배경에서 성벽재건에 대한 백성들의 불만이 터져 나오고 예루살렘 거주민들 사이에 갈등과 분열이 생기기 시작하였다. 이로 인하여 성벽재건이 막바지에 어려움에 봉착하였던 것이다.

느헤미야는 공식적인 모임을 소집하여, 성경적인 관점에서 예루살렘의 부유한 계층을 강력하게 비판하며 꾸짖고 형제들에게 고리대금을 취하고 형제들을 사고파는 행위가 잘못되었음을 지적하였다.

그리고는 가난한 백성들에게 취한 재산을 돌려주고 자녀들도 해방시켜야 한다고 귀족들과 민장들, 즉 기득권층에 대해 성경적인 입장에서 그들의 죄를 지적하고 원상회복할 것을 요청하였다.

느헤미야의 지적과 요청을 귀족들과 민장들이 받아들였고 백성들은 경제적 가정적 어려움을 극복하게 되어, 모두가 새롭게 힘을 합쳐 성벽재건에 박차를 가하게 되었다.

드디어 온갖 어려움을 무릅쓰고 시작한 지 52일만에 성벽재건의 역사를 성취하는 기쁨을 맛보게 된다. 이를 바탕으로 이스라엘 재건의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가는 계기가 되었다. 느헤미야라는 한 지도자의 생명을 건 헌신과 노력으로 놀라운 일을 성취한 훌륭한 사례로 기록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