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체장칼럼 / 인문도시로 가는 길
단체장칼럼 / 인문도시로 가는 길
  • 시정일보
  • 승인 2023.04.06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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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 영 현 포천시장
백 영 현 포천시장
백 영 현 포천시장

[시정일보] 1970년대 이후 대한민국은 가난의 굴레를 벗어나기 위해 온 국민이 팔 걷어붙이고 산업화 일꾼으로 나섰다. 그 결과 세계가 놀란 ‘한강의 기적’을 이뤄냈고,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물질적 풍요를 이루게 됐다. 그러나 물질적 풍요는 우리 것보다 서구의 선진 문물이 좋다는 인식을 만들어냈고, 정신적 가치보다 물질적 가치를 중시하는 물질만능주의가 팽배해지는 원인으로도 작용하게 됐다. 급격한 산업화로 가치관과 사회 규범마저 혼란해졌고, 인간 소외 현상은 가속화됐다. 이로 인해 물질적 풍요 속에서도 진정한 행복을 찾기 어려운 세상이 됐던 것이다.

그런 가운데서도 아무런 대가 없이 위험을 무릅쓰고 타인을 돕는 의인들의 이야기를 듣게 되는 경우가 있다. 그리고 이들의 이야기에 우리는 모두 열광한다. 한편으로는 갑질과 테러 등을 당하는 사회적 약자들을 보며 공분하기도 한다. 모두가 팍팍하기만 할 것 같은 세태 속에서 이런 정서적 공감대는 어떤 이유에서 만들어지는 것일까?

과거와 단절된 것 같은 세상을 살아가고 있지만, 그래도 아직 내면 속에 우리 고유의 보편적 정서가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서로 소통하고 신뢰와 배려로 함께 사는 삶을 중시했던 인문학적 통찰, 사람다움이 넘치는 인문공동체에 대한 기억이다.

따라서 현대 사회의 인간 소외 문제 등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과거와의 단절을 회복시키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소통과 신뢰를 기반으로 인문학적 소양을 갖춘 시민들이 중심이 돼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잇고, 모두 함께 행복하게 어울려 살기 위해 사람과 사람을 잇는 품격있는 인문도시 포천을 구현해야 할 것이다.

‘인문’이라는 용어가 막연하고 시민들의 관심 밖일 수도 있지만, 우리 포천은 예부터 철학과 문학, 예술 등 지역에 많은 유·무형 인문 자산을 보유하고 있는 도시다. 시민들과 함께 잠들어 있는 포천의 인문 향기를 되살리려 노력한다면, ‘품격있는 인문도시 포천’ 구현은 멀지 않은 곳에 있을 것이다.

타 지자체의 시민 인식 조사를 보면 다수의 시민은 인문학의 가치를 높이 평가하고, 인문도시 조성 정책에 대해서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다만, 나와 상관없는 학문이나 정책으로 여기는 사람이 더 많을 뿐이다.

틀린 게 아니고 다름을 인정하며 모두 각자 정해진 위치와 여건에 맞춰 인문학에 다가가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그 길을 가다 보면 인문지기도 하나씩 늘어날 것이고, 포천의 인문 자산들은 ‘포천학’이라는 인문의 향기를 내뿜게 될 수 있을 것이다.

‘품격있는 인문도시 포천’ 구현은 결과를 정해놓고 시작하기보다 ‘시민이 과연 행복할까?’라는 관점에서 접근하려고 한다. 또한 눈앞의 가시적인 성과에만 치중하지 않으며, 소통과 신뢰를 중심으로 인문학적 통찰을 가진 시민 중심으로 스스로 만들어가는 ‘인간과 그 삶의 가치’ 회복을 중요시해야 한다.

특히 시민이 인문 정책이 무엇인지 이해하고 나와 관련 있는 정책으로 인식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에, 시민이 원하는 참여형 인문 프로그램을 추진할 계획이다. 인문에 관심이 없는 사람들을 위해서도 자신의 관심사를 바탕으로 쉽게 다가갈 수 있도록, 생활 밀착형 인문 프로그램을 보다 많이 개발하고 접할 수 있게 노력할 것이다.

나아가 시민 개개인의 자발적인 인문 활동 참여와 소통, 그리고 자기표현의 장을 마련해 줌으로써 지역 단위 인문공동체를 만들어나갈 것이다. 시민 스스로 조성하고 스스로 자생할 수 있는 인문생태계를 구현해내는 것이 우선 목표인 셈이다.

‘품격있는 인문도시 포천’ 구현 사업은 이제 막 시작됐다. 10년 후, 또는 20년 후, 인문학적 소통을 갖추고 서로 소통하며 타인을 배려하는 포천시민들의 모습을 상상해본다. 시민 누구나 인문으로 행복의 문을 여는 도시, 포천의 미래는 상상만으로도 가슴이 벅차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