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칼럼/ 생생상식 #45 남자 코가 크면 뭐가 클까?
건강칼럼/ 생생상식 #45 남자 코가 크면 뭐가 클까?
  • 윤종선 슈퍼맨비뇨기과 원장
  • 승인 2023.04.20 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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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종선 슈퍼맨비뇨기과 원장
윤종선 슈퍼맨비뇨기과 원장

[시정일보] 남자의 코가 크면 음경이 크다는 오랫동안 내려온 이야기가 있다.

그래서 코가 큰 남자는 알게 모르게 부러움의 대상이 되곤 하였다.

판소리 (심청가)에는 뺑덕어멈의 행실을 보여주는 이런 구절이 나온다.

‘싸알 주고 술 받아다 지 혼자 처어 먹고, 시원한 정자 아래 웃옷 풀고 낮잠 자고~

여자 보면 정색 하고 남자 보면 싱긋 웃고, 코 큰 총각 유혹하여 밤낮 거시기하고~’

그 당시 조선시대에도 코가 크면 음경도 크고 정력도 좋을 거라고 믿었나 보다.

로마의 역사가인 람프리디우스의 역사서에는 다음과 같은 글이 있다.

‘남자의 코가 크면 음경도 크고 정력도 세다’

성욕이 강했던 나폴리의 여왕 요한나 1세(1326~1382)는 이글을 접하고 나서 신랑으로 헝가리 왕자인 앙드레이를 택하게 된다(1343).

그는 코가 코끼리 만큼이나 컷기 때문에 여왕의 기대감이 엄청 컷다.

첫날 밤을 치룬 여왕은 ‘코가 사람을 이렇게까지 속이다니’ 하고 울부짖으면서 침대에 누워있는 남편의 목을 졸랐다고 한다.

고대 이집트에서는 코의 길이로 남성의 음경 크기를 알 수 있다는 속담도 있다.

그래서일까 이집트 고분의 벽화를 보면 굵고 긴 코와 가늘고 긴 코를 자주 보게 되는 것은 필자의 착각일까!

어쨋거나 동서양을 막론하고 코는 무한 관심의 대상이였던 것은 확실하다.

그래서 이 흥미로운 이야기에 많은 연구들이 진행되었는데 아직까지는 코와 음경 크기 사이에는 통계학적으로 의미있는 상관관계를 찾은 경우는 없다.

반면에 ‘콧구멍이 크면 코딱지가 크다’는 우스갯 소리는 있다.

필자도 비뇨기과 전문의로서 남자의 음경 크기를 유추할 신체적 특징에 매우 관심이 많아 과거 ‘대학생의 신장과 체중에 따른 음경 크기’라는 논문을 발표하였다.

결론은 음경 크기는 신장과 체중에 비례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반면, 타 논문에서 음경 크기와 유의미한 신체특징 중 하나가 신장이라는 보고도 있었다.

개인적으로 ‘장신에 미꾸라지급’ 그리고 ‘단신에 민물장어급’을 자주 봐 왔던 터라 예외는 항상 존재한다고 믿는다.

문득 궁예의 관심법이 떠오른다.

불교에서는 세상이 혼란스러울 때 대중을 구원해 주는 미륵불이 온다고 한다.

후고구려 시대에 궁예는 자신을 미륵불이라고 부르며, ‘관심법’이라는 신기한 능력이 있다고 하였다. 그 능력은 사람의 마음을 꿰뚫어 보는 것이다.

한 신하가 자신을 배신할 계획을 갖고 있다고 하며 벌을 내렸다고 한다.

관심법처럼 실제로 남자의 음경 크기가 예측이 되는 신체적 특징을 찾는다면 인류 역사상 대단한 발견일 것은 확실하다.

내 패를 다 보여주고 치는 카드게임처럼 남자에게는 곤혹스럽겠지만, 여자에게는 꽃놀이패를 가진 것처럼 얼마나 좋을까!

남자의 얼굴을 보면 음경 크기를 알 수 있다?

미국의 브루클린파크대학교 프랭클린 골 박사와 조교들은 안면과 음경 크기 사이의 유효한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미국 북동부 7개 병원의 남자 환자 4,116명을 대상으로 하였다.

왼쪽 눈의 중앙에서부터 코 끝 사이의 거리는 발기된 남성의 음경 크기와 비례한다고 ‘두개골 계측 및 인상학’ 저널에 보고하였다.

즉, 눈은 코와 멀리 떨어질수록, 코는 길면 길수록 음경이 더 크다는 것이다.

이집트 속담과 비슷한 점이 있다.

국내에서는 손가락 길이가 남성의 음경 길이와 상관관계가 있다는 논문이 발표되었다.

가천대 길병원 비뇨기과 김태범 교수팀은 ‘손가락 길이 비율: 성인 음경 길이의 예측 인자’에서 검지보다 약지가 길수록 남자의 음경이 길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대상은 비뇨기과적인 문제로 길병원에서 수술을 받은 20세 이상 남성 144명의 손가락 길이 비율과 잡아당긴 음경 길이를 측정해 비교했다.

검지와 약지의 길이를 각각 측정한 후 검지 길이를 약지 길이로 나누는 방법이다.

공식은 다음과 같다.

‘잡아당긴 음경의 길이 = -9.201 × (검지 길이 ÷ 약지 길이) + 20.577’

검지보다 약지가 길수록 음경이 더 길다는 결과로, ‘아시아 남성과학회지’에 게재됐다.

이는 영국 리버풀대 존 매닝 교수팀의 태아는 자궁안에서 검지는 여성호르몬 에스트로겐, 약지는 남성 호르몬 테스토스테론에 영향을 받는다는 연구결과와 유사하기도 한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코가 큰 남자들이 음경도 크다고 하는데 이는 아직까지 근거가 없어보인다.

하지만 코의 길이가 길수록, 검지보다 약지가 길수록 음경이 더 크다는 결과를 유추할 수도 있겠지만 더 많은 표본조사가 이루어져야 하고 새로운 연구도 진행되기를 나름 기대해본다.

하지만 ‘예외는 꼭 존재한다’는 사실을 깊게 새기고, 이러한 정보로 인해 선의의 오해를 받는 경우가 양산되어서는 안 되겠다.

(Exceptions do exi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