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앞 / 무분별한 혈세사용 ‘미래세대에 부담’ 엄중하게 고려해야
시청앞 / 무분별한 혈세사용 ‘미래세대에 부담’ 엄중하게 고려해야
  • 정칠석
  • 승인 2023.04.13 1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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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정일보] 孟獻子曰(맹헌자왈) 畜馬乘(축마승)은 不察於鷄豚(불찰어계돈)하며 伐氷之家(벌빙지가)는 不畜牛羊(불축우양)하며 百乘之家(백승지가)는 不畜聚斂之臣(불축취렴지신)하니 與其有聚斂之臣(여기유취렴지신)이언정 寧有盜臣(녕유도신)이라.

이 말은 <대학>에 나오는 말로써 ‘맹헌자가 말하기를 수레에 매는 마필을 기를 정도의 집안이라면 닭이나 돼지를 키워 이익을 얻으려는 일을 넘보지 않으며 얼음을 베어다 쓸 수 있는 정도의 집안이라면 소나 양을 키워 이익을 얻으려는 일은 넘보지 않으며 네 필 말이 끄는 마차 백 대를 동원할 수 있는 정도의 집안이라면 백성의 재물을 무자비하게 긁어모으는 신하를 두지 않는 법이니 백성의 재물을 무자비하게 긁어모으는 신하를 두느니 차라리 도둑질하는 신하를 두겠다’라고 한 의미이다.

맹헌자는 노나라의 대부이다. 현명한 자 앞에서 자신을 낮추고 유능한 자를 예로써 대해 천하의 인재가 그의 곁에 모였고 노나라의 국정에 참여해 덕치를 폈다고 한다. 당시 대부에게는 일정한 구역의 영토가 주어져 세금을 받고 신하를 둘 수 있었다. 취렴지신은 백성의 재물을 무자비하게 긁어모으는 신하를 말하는데 맹헌자는 대부로서 자기 재량으로 신하를 둘 수 있다 한들 백성의 재물을 빼앗는 신하는 두지 않겠다고 말한 것이다. 여기서 도둑질하는 신하란 대부의 재산을 도둑질하는 신하로 보는 것이 옳다. 즉 맹헌자는 차라리 자기 자신의 재산을 도둑질당하는 한이 있더라도 백성이 억울하게 재물을 빼앗기는 일은 절대 없게 하겠다는 뜻으로 말한 것이다.

작금에 들어 한국의 중앙·지방정부가 진 국가채무가 지난해 말 기준으로 1067조7000억원으로 사상 처음 1000조원을 돌파했다는데 대해 심각한 우려를 금치 않을 수 없다. 이는 하루 1800억원씩 1분에 1억원 넘게 나랏빚이 늘어나는 셈이 된다. 작금의 상황이 이런데도 불구하고 여야 정치권은 나라 곳간 사정은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들의 당리당략을 위해 표만 얻어 집권만 하면 된다는 생각으로 퍼주기 경쟁에 돌입하고 있다.

이렇게 국가채무가 급증하는데도 허리띠를 졸라매고 불필요한 지출을 줄이기는커녕 이와는 정반대로 무책임한 폭주를 멈추지 않고 남아도는 쌀을 사들이는 데 매년 1조여 원의 세금을 쏟아 넣어야 하는 양곡관리법 개정안을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했는데도 불구하고 거대 야당은 이를 재추진하겠다고 하는가 하면 기초연금을 월 30만원에서 40만원으로 올리고 저소득 청년에게 월 10만~20만원을 지급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여야 정치권은 내년 총선을 앞두고 결국 국민의 혈세 부담으로 되돌아올 무책임한 포퓰리즘 경쟁을 즉각 멈추고 국가 부채와 재정 적자 비율을 적정 수준으로 억제하는 재정 준칙을 조속히 국회에서 처리해 눈덩이처럼 불어나 미래 세대에 부담을 떠넘기는 국가 채무에 반드시 제동을 걸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