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퍼 올린 한 공무원의 수첩
현장에서 퍼 올린 한 공무원의 수첩
  • 임춘식 논설위원
  • 승인 2023.04.17 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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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열의 행정 에세이 '내 직업은 파수꾼입니다'출판 화제
양승열 행정 에세이 '내 직업은 파수꾼입니다'.
양승열 행정 에세이 '내 직업은 파수꾼입니다'.

 

양승열

[시정일보 임춘식 논설위원] 양승열 행정 에세이 '내 직업은 파수꾼입니다'가 지난 4월 10일 ‘책과 나무’에서 발간되어 출판계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파수꾼’이란 용어를 처음 접했을 때는 머뭘막 추적하고 파헤치는 그런 직업이라 생각했다. 알고 보니 완전 반대였다. 파수꾼은 경계하며 지키는 일을 하는 사람을 말한다.

공직자는 청렴, 신중, 근면을 최고의 덕목을 지녀야 한다. 청렴함이란 공명정대한 일 처리며 신중함이란 말 한마디, 행동 하나에도 주의를 기울이는 세심함이며 근면함이란 겸손한 자세로 끊임없이 배움을 구하고 정사에 힘써 국민의 행복을 도모하는 일이다.

청(淸) 신(愼) 근(勤)이란 글은 관잠(官箴, 타인을 훈계하기 위한 내용의 한문 문체)에 나오는 내용이다. 공직자가 지켜야 할 세 가지 법도가 있으니 청렴함과 신중함, 근면함이다. 이 세 가지를 아는 자는 치욕스러운 일을 멀리하여 그 직위를 보전할 수 있고 그로 인해 윗사람에로부터는 인정을 아랫사람에로는 지지를 얻을 수 있다.

저자 양승열은 청년기에 대기업에서 첫 직장 생활을 하다가 곧바로 사직하고, 1985년 8월 공무원으로 임용돼 그다음 해부터 꼬박꼬박 기록한 36년의 일기이기도 하는 “기록은 기억을 지배한다"라는 그의 신념이 뚝뚝 묻어나는 행정 에세이다.

저자는 직업을 바라보는 관점을 세 가지로 구분한다. 즉 생업(job), 직업(career), 소명(calling)이다. 그래서 이 책은 자연인으로서 스스로 원했던 작업의 결실이라고 말한다.

그는 36년간 공직에서 일했다. 공무원에게도 푸른 기상과 영혼이 있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살았던 세월이 대부분이었다. 불타는 사명감으로 현장으로 나갔고 또 어느 날은 사명감 없이도 저녁 밥상에 오른 한 공기의 쌀밥 앞에서 부끄럽지 않기 위해 일했다.

‘사람의 몸으로 쓴 모든 기록은 가치 있다.’라는 말이 있듯이 서울시 공직자로서의 경험과 생각은 후배와 동료들에게도 의미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 새새틈틈 자신의 정체성을 흔든 욕망의 한 줄기를 찾은 것이다

직장 생활의 애환과 경험, 인사, 그리고 조직에 대한 다양한 에피소드, 저자는 공동선, 사명감, 염치를 공직자의 3대 키워드로 꼽는다. 특히 현장에서 부닥치는 갈등에 대한 문제해결 능력, 갈등 조정 능력에 대한 그의 아이디어가 돋보인다. 공직 후배들에게 물려주고 싶은 얘기들로 가득하다.

공공재는 비배제성·비경합성의 성격을 가진다. 공공재는 마을의 공동 우물 또는 목장 간의 공유 방목지와 같이 개인의 탐욕을 통제하지 못하거나, 이기심으로 개인을 적대하는 행동으로 쉽게 파괴될 수 있다.

그래서 이 공공재를 관리하는 종사자, 즉 공무원의 역할, 선량한 관리자로서의 주의의무, 무엇보다 현장이 중요하다. 공무원의 열성은 이 공동선을 실현하고 있다는 사명감과 가치에 대한 인식에서 온다. 그럴 때 자신의 노고를 그 누가 알아주지 않아도 그들의 심장은 뛴다.

그렇지만, 아름답고 품격 높은 이야기를 기대한 독자는 실망할 수도 있다. 잡초와 독초와 같은 것들도 있기 때문이다. 다만 이 책엔 날 것 그대로의 현장이 담겨 있다. 팩트 위주이다 보니 빛보다는 그림자가 많다. 저자와 같은 업종의 길을 걷는 도반들에게는 반면교사 또는 정면 교사의 경험이 그렇지 않은 사람에게는 ‘조직’의 날것을 조금 엿보는 기회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어쨌든, 꼴통 소리를 들으며 억세게 살아온 한 돌쇠 공무원이 유쾌하게 쏘아 올린 이야기의 묶음이다. “후배들에게, 공직 지망생들에게, 지뢰밭을 걷는 듯한 직장인들에게 에스프레소 한 잔 건네는 심정“으로 이 책을 집필했다고 한다.

책은 총 3부로 나누어져 있다, 제1부는 ‘사람의 숲에서 길을 찾다’, 제2부는 ‘공인의 구실과 역할’, 제3부는 ‘알아 두면 뼈가 되는 행정 용어 모음’으로 공직 36년 동안 저자가 한 땀 한 땀 퍼 올린 그것들에 대한 표현이다. 에세이는 시대상을 반영한다. 그래서 저자의 글 한 편, 한편 모두 우리에게 격한 공감과 감동을 불러일으킨다.

저자는 앞으로도 진보적 칼럼니스트의 눈으로 본 공직사회의 구조적인 환경을 계속 쓸 생각이라고 했다. 더욱더 현실적이고, 더욱더 구체적이고, 더욱더 날카로운 공직자의 상을 반영하여 자신을 돌아볼 수 있도록 끊임없는 집필로 독자들에게 감동을 안겨주게 될 것이다.

저자 양승열은 1963년 전남 무안 일로읍에서 태어났다, 특기할 만한 사항은 그의 이력이다. 전주 제지(삼성), 종로구청, 도봉구청, 서울시청, 마포구청에서 민간 부문과 공공 부문을 두루 거쳤다. 그리고 지난 2022년 6월 마포구청 관광 일자리 국장직에서 정년으로 퇴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