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 전세사기 피해자 잇단 죽음, 방지책 필요
사설 / 전세사기 피해자 잇단 죽음, 방지책 필요
  • 시정일보
  • 승인 2023.04.20 1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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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정일보] 정부가 전세사기 피해 재발 방지의 구제 방안을 발표했지만 피해자들의 안타까운 소식이 이어지고 있다.

인천 미추홀구에서 ‘빌라왕’에게 전세 사기를 당한 20대 청년이 14일 세 번째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지난 2월에도 같은 지역에서 전세금 7000만원을 돌려받지 못해 30대가 생을 마감했다. 슬픔을 넘어 대안이 아쉽다. 공정과 정의에 최선을 다한다는 당국은 무엇을 하고 있는지 아쉽다. 이런 상황이고 보면 피해자의 죽음은 개인의 사사로운 죽음이 아니다. 전세사기는 제도적 장치의 문제다. 국회는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 의문이다. 정부도 마찬가지다. 인구 비례 경찰과 검찰의 숫자는 적지 않다. 그들에게 부여한 권한도 크기만 하다.

국토교통부와 지방자치단체는 2020년 8월부터 임대사업자의 보증보험 가입이 의무가 됐지만 이를 제대로 감독하지 않았다는 결과다. 공인중개사들의 불법 행위에도 무신경했다. 주택도시보증공사는 악덕 사업자들의 전세 보증사고 증가로 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그런데도 사전에 경종을 울리지 못했다.

인천 미추홀구 전세사기의 특수성은 정부가 올해 들어 내놓은 전세사기 피해 구제 대책이 먹혀들지 않은 결과다. 정부의 대책은 주로 전세계약 만료 뒤 전세자금대출 만기 연장이나 저금리 재대출 공급, 퇴거 시 거처 마련 등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예컨대 사기 피해자의 집이 경매에 들어가더라도 피해자는 저리로 돈을 빌려 집을 매입할 기회를 얻을 수도, 보증금 상당액을 보전받을 수도 있다. 이런 결과를 보면, 분명 정부도 전세대책에 손을 놓고 있지는 않았다.

문제는 한걸음 뒤에 가고 있는 뒷북정책이라는 것이다. 이른바 ‘빌라왕‘의 전세사기에 대한 대책이 같이 수반됐어야 했다. ‘빌라왕’의 매물이 경매로 넘어가거나 넘어가기 전의 피해자 신상도 파악해 그들에 대한 대책도 마련됐어야 했다.

전세사기 피해자 전국대책위원회가 정부에 경매중지, 피해세대에 우선 매수권 제공, 긴급 주거 거주기간 장기화, 정부가 피해보증금 선반환 뒤 후구상권으로 회수 등을 요구한 것도 상당한 일리가 있다.

‘빌라왕’ 전세사기 사건 피해자는 “(근저당권이 없어) 경매 개시 여부를 피해자(임차인)가 선택할 수 있는 우리와 근저당권이 걸려 있는 미추홀구 피해 사건은 성격이 아주 다르다. 정부가 이 점을 고려하지 못한 채 대책을 마련한 것 같다”고 호소한다.

정부의 ‘검토하고 있다’는 말은, 하지 않고 있다는 것과 같다. 경매 중단 요구에 ‘검토하고 있다’가 아닌, ‘집행하고 있다’라고 말하는 것이 행정이 진행되고 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미추홀구의 경우는 예방에만 초점이 맞춰진 안일한 행정의 비통한 결과다. 정부는 무엇보다 전세사기 피해자와 깡통전세 규모가 얼마나 되는지부터 파악, 구제해야 한다. 세입자가 전세사기나 보증금 미반환 피해를 당했다면 수사기관이 적극 나서는 것도 필요하다. 젊은이들이 국가를 원망하고 생명을 포기하는 일은 더 방치되어선 안 된다. 법무부 관계자는 피해자들의 요구 사항들에 대해 할 수 있는, 방안에 최우선을 두고 실천에 옮겨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