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 아직도 후진 정치의 단면인 돈 봉투 놀음인가
사설 / 아직도 후진 정치의 단면인 돈 봉투 놀음인가
  • 시정일보
  • 승인 2023.04.20 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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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정일보] 검찰이 지난 2021년 5월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 내부에 돈 봉투가 오간 정황을 포착, 강제 수사에 착수했다. 당시 민주당은 4·7 재보선 참패 후 비상대책위 체제를 거쳐 새 출발을 위한 지도부 선출 과정에 있었다는 점에서 돈봉투 수수 의혹은 우리에게 매우 충격적이다. 만약 이것이 사실로 판명된다면 21세기 정치판에서 암울했던 1970·80년대 후진적 관행이 버젓이 자행되고 있었음을 보여주는 사건으로 이는 자발적인 민의와 당심이 발현돼야 하는 정당 정치의 근간을 뒤흔드는 매우 심각한 범죄 행위이다.

작금의 한국 정치 후진성은 대화와 타협이 단절된 불통 국회에서 충분히 확인되고 있지만 이번 돈 봉투 의혹은 또 다른 차원의 매우 엄중한 사태로 그 심각성이 있다 할 것이다. 특히 이번 사건은 1심에서 징역 4년6개월을 선고받은 이정근 전 민주당 사무부총장의 금품수수 관련 수사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압수한 휴대전화 등에 고스란히 녹음돼 있는 돈 봉투 대화 등으로 민주당 전당대회 금권비리를 포착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공당의 당대표 선출 과정에 매표 의혹이 나온 만큼 한 점 의혹 없이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철저한 수사가 이뤄져야 한다. 거대 정당의 대표는 큰 권력을 갖고 국민 여론부터 국가 정책까지 좌지우지할 수 있는 매우 중요한 자리가 아닐 수 없다. 당권 매표는 그간 최루탄 가스를 마시며 피와 땀으로 일궈온 이 땅의 민주주의를 부정한 돈을 받고 팔아넘긴 것이나 다름없다고 할 수 있는 중차대한 범죄 행위가 아닐 수 없다.

작금에 검찰이 피의자로 지목한 윤모·이모 의원과 민주당은 ‘국면전환용 수사’, ‘야당 탄압 기획수사’ 운운하며 반발하고 있지만 검찰이 확보한 녹음파일에 담긴 정황은 너무 구체적이고 당사자들의 음성이 녹취돼 있는 것으로 알려져 그 주장을 무색하게 하고 있다. 더군다나 송 전 대표를 비롯해 돈봉투 의혹에 연루된 대다수는 우리정치에 있어 일명 386세대로 이런 구태정치를 몰아내자며 개혁을 외쳤던 인물들이어서 더욱 충격을 주고 있다. 그간 민주당은 틈만 나면 여당인 국힘의 전신에 대해 차떼기당 운운하며 20여 년 전 사건까지 소환해 공격을 일삼았다. 물론 검찰 수사를 끝까지 지켜봐야겠지만 자당의 대표를 뽑는 선거에 원내외 인사 수십여 명이 검은돈을 주고받은 게 사실이라면 이는 원내 제1당은커녕 공당으로서 민주주의를 말할 자격도 없다고 생각된다.

차제에 검찰은 공정하고 신속하게 철저한 수사로 의혹의 실체를 낱낱이 밝혀 후진성 우리 정치의 썩은 부위가 더 이상 정치 공방에 덮이는 일이 없도록 사실이 드러나면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성역 없이 단죄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