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정 인문학 산책/ 카터 대통령은 왜 주한미군 철수를 취소했나
시정 인문학 산책/ 카터 대통령은 왜 주한미군 철수를 취소했나
  • 임덕규 | 제11대 국회의원
  • 승인 2023.04.24 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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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덕규 | 제11대 국회의원
임덕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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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정일보] 카터 미국 대통령은 1976년 대통령 선거 공약에서 “대통령으로 당선되면 주한 미군을 전부(약 3만5천 명) 철수하겠다.”라는 선언을 하였다.

그때 한국에서는 주한 미군을 철수하면 전쟁이 난다는 분위기로 휩싸였다. 국회에서는 백두진 국회의장을 중심으로 더 나아가서 온 국민에게 호소하여 ‘주한 미군 철수 반대 1,000만 명 서명운동’을 시작하였다.

거의 온 국민이 주한 미군 철수 반대 운동에 열렬히 동참하였다. 그러나 카터 후보는 11월에 미국 대통령으로 당선되었다. 카터는 1977년 1월 20일 미국 대통령으로 취임하였고 불원간 주한 미군을 철군할 것으로 예정되었다.

필자는 이미 76년 6월부터 카터 대통령의 주한 미군 철수 정책 취소 계획을 세웠다.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린 세계국제법협회(CILA) 총회에서 예일대 법대 교수가 “카터 미국 대통령 후보에 대해서 어떤 인상을 받았습니까?”라는 질문을 하길래 필자는 “카터 후보는 대통령 후보로서 지키지 못할 말을 너무 확정적 개념으로 표현하고 있다. 예컨대 주한 미군을 전부 철군한다고 주장했는데 내가 생각하기에 전혀 실현 가능성이 없다. 그런 때는 ‘만약 주한 미군 철수가 미국 국가에 이익이 된다면 철군하겠다.’라고 표현을 고쳐야 한다.”고 대답했다.

예일대 교수는 카터 후보의 연설을 준비하는 가까운 친구에게 꼭 그 말을 전하겠다고 약속했다. 필자는 주한 유엔군사령부 참모장인 싱글러브(Singlaub) 장군을 설득하기로 결심하였다.

물론 평소 아주 친한 사이였다. 이미 카터는 대통령으로 당선된 후였다. 어느 날 싱글러브 장군을 만나 카터 대통령이 취임을 하였지만 싱글러브 장군이 결심만 하면 주한 미군 철수 정책을 완전히 취소시킬 방법은 있다고 했다.

“어떻게 하면 되겠는가?”라고 묻기에 “나는 대한민국의 육군 일등병 출신이다. 내가 배운 군인 정신은 나라가 망할 때는 목숨을 바쳐서라도 나라를 구해야 한다!”라고 배웠다.

만약 주한 미군을 철수하면 ‘앞으로 거대한 중국군이 아시아를 독점할 터인데 미국의 장래는 어떻게 될 것인가? 미국은 망하게 될 것’이라고 피력했다.

내 얘기를 듣고 있던 장군은 “이 시점에서 내가 어떻게 하면 될까요?”라고 했다. 그래서 내가 “AP 특파원을 소개할 테니 ‘카터 대통령의 주한 미군 철군 정책을 완전히 취소해야 합니다. 전체 아시아를 거대한 중국군에 맡기면 미국은 망할 것입니다!’라는 인터뷰를 하면 장군은 항명 사건으로 즉시 파면될 것입니다. 그러나 그 내용이 진실이기 때문에 ‘주한 미군 철수 정책을 취소하라!’라는 여론은 대단한 파동을 일으켜 결과적으로는 정책 자체가 취소될 것으로 확신한다.”라고 했다.

장군은 잠시 생각 끝에 굳은 결심을 한 표정으로 “그러면 당장 AP 특파원을 소개하겠습니까?”라고 하기에 “내일 터키 대통령 초청으로 가니 1주일 후에 소개해 드릴게요.”라고 했다. 장군은 “좋다!”라고 했고 필자는 “그동안 준비하겠다.”라고 했다.

그런데 1주일 후 김포공항에 귀국해서 신문을 보니까 그동안 워싱턴포스트 특파원과 인터뷰를 하여 장군은 즉시 파면되어 비행기로 떠나는 모습이 대서특필 되었다.

필자는 이 기사를 읽고 섬뜩함을 느꼈지만 ‘장군! 너무 위대한 일을 하셨어요.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라고 생각했다. 그 후 2〜3개월 만에 카터 대통령은 파면된 싱글러브 장군을 백악관으로 불러 “왜 주한 미군 철수 정책을 반대했는지를 자세히 설명해 보라!”고 해서 생각한 대로 “거대한 중국이 아시아를 독점하면 미국이 망할 것으로 확신했기 때문에 무례하게 항명을 했습니다. 죄송합니다!” 했더니 카터 대통령은 “듣고 보니 장군 판단이 옳습니다. 나한테 설명한 대로 국회 청문회에 가서 국회의원들을 설득해 주세요!”라고 간곡히 당부하였다고 한다.

그 후 장군이 청문회에서 몇 차례 설득하여 주한 미군 철수 정책 자체를 카터 대통령 스스로 100% 취소시켰다. 따라서 대한민국 안보를 위해서 싱글러브 장군은 맥아더 사령관 다음으로 위대한 업적을 세웠으니 늦었지만, 정부와 국민이 함께 감사와 존경의 뚯을 표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