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 울 광 장
서 울 광 장
  • 시정일보
  • 승인 2004.05.06 14:36
  • 댓글 0

문명혜 기자

시청앞 광장이 훤해졌다. 축구장만한 넓은 잔디광장이 작업개시 2개월만에 ‘시원하게’ 펼쳐진 것이다.
서울광장 조성사업은 이명박 시장 취임과 동시에 추진된 사업으로 시민 83%의 지지를 등에 업고 출범했으며, 시는 처음부터 잔디광장을 구상하진 않았지만 우여곡절끝에 ‘단순’, ‘소박’한 잔디벌판으로 새롭게 단장됐다.
서울광장의 이전 이름은 시청광장으로, 서울광장과 시청광장은 쓰임새가 근본적으로 다르다. 불과 몇 달전 시청앞의 주인은 자동차였으며 때때로 각종 행사를 알리는 선전탑이 세워지던 곳이어서 ‘광장’의 속뜻을 커버하진 못했었다.
하지만 이제 서울광장의 주인은 시민이다. 시민들이 신발을 벗고 자연과 교감하는 들판이고, 아이들이 안심하고 뛰어노는 놀이터며, 머지 않아 미끈한 처녀들이 허연 살을 내보이며 일광욕을 하는 모습을 보게 될 수도 있는 모든 시민들의 광장이 된 것이다.
서울광장은 멀리서 보면 단순한 잔디광장이지만 내용을 깊숙이 들여다보면 세밀한 공을 들인 것을 알수 있다. 잔디는 추위에 강해 4계절 푸른 켄터키 블루그래스로 심었고, 돌 포장 부분엔 전기시설을 설치해 대규모 문화행사가 아무 때나 가능하도록 했으며 빗물을 광장지하에 모았다가 스프링클러에 사용될 수 있도록 하는 친환경적인 공법도 사용되었다.
서울광장은 벌써부터 하루에 수만명이 다녀가는 ‘명소’가 되었으며 청계천 복원과 쌍벽을 이루며 행정의 파라다임을 환경우선주의로 바꾸는 견인차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광장이 시민에게 개방된지 며칠되지 않아 아직은 에티켓이 부족한 시민들도 눈에 띈다. 자전거로 광장을 횡단해 보고, 강아지를 끌고 나와 끝내 ‘영역표시’를 허락하는가 하면 콜라를 먹다 쏟는 등 애써 조성한 잔디를 ‘괴롭히는’ 시민들도 더러 있는데 시 당국은 앞으로 잔디 보호를 위해 세밀한 ‘기술’을 써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