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앞 / 위정자는 항상 자신을 깨끗하게 간직해야
시청앞 / 위정자는 항상 자신을 깨끗하게 간직해야
  • 시정일보
  • 승인 2023.04.27 1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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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정일보] 勢利紛華(세리분화)는 不近者爲潔(불근자위결)이요 近之而不染者爲尤潔(근지이불염자위우결)이며 智械機巧(지계기교)는 不知者爲高(부지자위고)요 知之而不用者爲尤高(지지이불용자위우고)이니라.

이 말은 ‘권력과 명예, 이익과 사치를 가까이 하지 않는 사람은 깨끗하다. 가까이 하더라도 그것들에 물들지 않는 사람은 더욱 깨끗하다. 권모술수를 모르는 사람은 마음이 높은 사람이다. 그것을 알더라도 사용하지 않는 사람은 더욱 마음이 높은 사람이다’는 의미이다.

아침 일찍 산책길에서 만나는 이슬 묻은 들풀의 신선함을 보면서 나는 내가 인간이기를 참으로 좋아했다. 하늘에서부터 내려오는 빗줄기속에서 혹은 또 하얀 눈발 속에서 나는 참으로 인간이기를 기뻐했다. 들풀을 만나고 빗줄기를 만나고 눈발을 만날 수 있는 것은 내가 인간이기 때문에 받을 수 있는 축복이 아니겠는가. 그런 것들에는 권력이나 명예, 이익이나 사치가 없다. 그 모든 것들은 한결같이 인간이 만들어낸 허구의 몸짓들이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마치 태양을 쫓는 해바라기처럼 권력과 사치, 이익과 명예를 바라보며 스스로를 부패시키기에 여념이 없다.

작금에 들어 더불어민주당의 2021년 전당대회 돈봉투 선거와 관련, 의혹들이 일파만파로 확산하고 있어 우리를 경악케 하고 있다. 돈봉투 의혹을 받는 송영길 전 대표가 사건이 불거진 지 열흘 만에 기자회견을 열어 “모든 정치적 책임을 지고 민주당을 탈당하고자 한다”며 입장을 표명했다. 송 전 대표는 구체적인 사과는 없이 돈봉투 살포를 몰랐다고 주장하며 귀국하는 대로 검찰 조사를 받겠다면서 검찰에는 자신을 소환 조사하라며 “저와 함께했던 사람들을 괴롭히지 말라”고 말했다. 현금이 살포된 전당대회에서 선출된 대표가 끝까지 일말의 반성하는 모습도 국민의 용서를 구하려는 처절한 자세도 눈곱만큼 조차 보이지 않는 책임을 회피하려는 태도는 정말 구차스럽기 그지없다. 더욱 가관인 것은 의혹이 처음 불거졌을 때 민주당의 반응은 ‘국면 전환용 수사’, ‘야당 탄압 기획수사’ 운운했다. 녹취록이 공개되자 민주당은 3억원도 아닌 ‘겨우 300만원’ 갖고 난리라는 식으로 말했다. 개별로 받은 돈 50만원은 ‘차비’라거나 ‘한 달 점심값도 안 된다’고 했다. 이는 민주당의 도덕불감증이 과연 어느 정도인지 짐작케 하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물론 검찰 수사를 끝까지 지켜봐야겠지만 자당의 대표를 뽑는 선거에 원내외 인사 수십여 명이 검은돈을 주고받은 게 사실이라면 이는 공당으로서 민주주의를 말할 자격이 없을 뿐만 아니라 민주주의에 대한 정면 도전이 아닐 수 없다. 차제에 검찰은 정치적 고려 없는 철저한 수사로 의혹의 실체를 낱낱이 밝혀 후진성 우리 정치의 썩은 부위가 또 다시 드러난다면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일벌백계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