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 총선에 물가가 휘청거려선 안 된다
사설 / 총선에 물가가 휘청거려선 안 된다
  • 시정일보
  • 승인 2023.04.27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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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정일보]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물가와 경기가 심상치 않다. 물가 상승폭은 둔화세이지만 안심할 처지가 아니라는 것이 지표를 통해 예측되기 때문이다.

정부와 한은은 “아직은 물가 안정이 우선”이라는 입장이다. 그러나 한은의 2회 연속 기준 금리 동결, 최근 들어 잦아진 정부의 경기 부진 우려 목소리를 고려하면 정책 방향의 초점이 물가에서 경기로 점차 옮겨가는 모습이다. 전기, 가스요금 인상 문제는 한 달째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 유류세 인하는 8월 말까지 4개월 연장을 해 놓은 상태다.

경제 상황이 좋아 세수가 초과 될 때는 선심성 정책들이 국가 재정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수 있다. 지금의 상황은 다르다. 지난 2월까지만 15조7000억원의 세수 결손이 발생했다. 연말까지는 20조원의 세금이 덜 걷힐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유류세 인하를 연장한 것은 물가 안정 때문이라 하지만 세수 결손은 불가피하다. 지난해 유류세 인하로 덜 걷힌 세금은 5조5000억원에 이를 정도로 전체 세금에서 유류세의 비중은 작지 않다.

에너지 원가가 오르는데도 요금을 인상하지 못한 데 따른 한국전력과 한국가스공사의 미수금도 40조원에 이르고 있다. 누적 적자를 한전채 등 대규모 채권 발행으로 메우다 보니 시중 자금을 빨아들여 채권시장마저 경색되고 있다. 한전의 지난해 영업적자는 무려 32조6000억원에 이른다. 하루 이자비용만 38억원에 달한다. 심각해진 한전의 재정난은 지난 정부의 무리한 탈원전 정책에서 비롯됐다는 지적도 있다. 이렇게 전기 요금과 물가는 표류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이러한 현실은 1년을 앞둔 총선과 맞물려 고민을 하게 한다. 본격적인 총선 국면으로 접어들면 예산이 필연적으로 수반되는 선심 정책들을 남발하는 게 앞선 선거의 결과들이다.

표를 얻기 위해서라면 어떤 수단도 다 동원하는 정치인들이다. 광주 군공항 이전과 대구, 경북 통합 신공항 관련법을 담합하듯이 처리한 여야의 행태가 이를 뒷받침한다. ‘표(票)플리즘’에는 협치를 잘만 하는 여당과 야당이다.

총선이 앞으로 다가오면 대중영합주의가 기승을 부릴 게 확실한데 정부의 곳간이 문제다. 이미 국가재정의 부채가 1000조원이 넘어서 재정 건전성에 빨간 불이 켜진 상태다. 국가재정에 구멍이 생기면 국채를 발행해야 하고 부채 규모는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문제는 물가를 안정시킨들 나라가 빚더미에 앉아 있다면 그 어려움은 말로 할 수 없다.

윤석열 정부는 유권자의 눈치를 보느라 각종 요금을 올리지 않아 무책임했다는 비난을 받은 문 정부의 대중영합주의 행태를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 오히려 전기요금과 같은 것은 현실화하는 것이 정부의 공정하고 바른 정책이 된다. 거기에 정부가 추진하는 에너지 효율이 높은 산업구조로의 재편을 서두르고 범국가적인 에너지 절약도 적극 홍보해야 한다. 한전이 발표한 인건비 감축 등의 자구책보다더 강도 높은 구조조정 방안도 찾아야 한다.

여당과 야당은 지난 선거에서 범한 표를 위한 정책의 단합도 하지 말아야 한다. 이젠 정책들도 정도(正道)를 지키는 수준 높은 정치의 방향전환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