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정칼럼/ 거짓말의 시대는 끝나야 한다
시정칼럼/ 거짓말의 시대는 끝나야 한다
  • 임춘식 논설위원
  • 승인 2023.05.11 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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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춘식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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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춘식 논설위원

[시정일보] 가짜 뉴스(Fake News)의 정의는 명확하지 않지만, 일반적으로 정치적, 경제적 이익을 위해 사실이 아닌 정보를 마치 사실처럼 가장해 기사 형식으로 작성하여 배포한 것을 말한다.

그러나 모든 가짜 뉴스가 정치적, 경제적 이익을 위해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다. 개인 만족이나 재미를 위해 가짜 뉴스를 작성하는 사례도 있으며 드물게 특정 이슈를 풍자하거나 비판할 목적으로 가짜 뉴스를 만들기도 한다. 출처를 확인하기 어려운 소문에서부터 의도적으로 정보를 조작한 뉴스에 이르기까지 폭넓게 사용되는 만큼, 가짜 뉴스에 대한 인식과 기준은 사회나 개인에 따라 다를 수 있다.

최근 미디어와 인터넷의 발달로 정보 접근성이 높아지면서 가짜 뉴스도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특히 SNS를 매개로 한 가짜 뉴스는 파급력이 커 실제 현실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가짜 뉴스를 만드는 목적은 매우 다양하다. 가장 일반적인 유형은 정치적 이익을 위해 사실이 아닌 정보를 실제 뉴스처럼 꾸며 대중에 전달하는 방식이다. 특정 정치인이나 정당, 당파에 유리한 내용을 가짜 뉴스로 제작한 뒤 SNS 등을 통해 전파하는 것이다. 이런 형태의 가짜 뉴스는 거짓 정보를 통해 사람들을 정치선전을 하려는 의도로 제작된다.

또한 가짜 뉴스는 경제적 이익을 목적으로 만들어지기도 한다. 온라인 매체에서 이목을 끌기 위해 강렬한 제목을 사용하거나 사실 확인이 제대로 되지 않은 자극적인 내용의 기사를 내보내는 사례가 대표적이다. 이 경우 기사의 사실 여부와 관계없이 클릭을 유도하여 광고 수익을 벌어들이는 것이 목적이다. 가짜 뉴스로 인해 주식 시장이 영향을 받으면서 그로 인한 이익을 취하는 사례도 있다.

인터넷과 SNS의 발달은 가짜 뉴스의 영향력을 확대한 요인이 된다. 과거에는 전문 언론만이 여론을 만들 수 있었지만, 인터넷이 등장하면서 누구나 정보를 생산할 수 있고 그 정보에 접근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특히 SNS(Social Network Service)는 각종 정보를 빠르게 전파하는 플랫폼이다. 그만큼 검증되지 않은 가짜 뉴스가 빠른 속도로 전파될 수 있다.

누구보다도 윤석열 대통령이 '가짜 뉴스'에 환멸을 느끼고 있나 보다. 오죽하면 지난 4월 미 의회 연설에서조차 '허위 선동'과 '거짓 정보'를 강조했을까. “민주주의와 법치 시스템이 거짓 선동과 반지성주의로 흔들리고 있다”라고 개탄했다. 대통령 언급처럼 선동과 거짓은 다른 사람의 자유를 무시하고 망가뜨리는 악(惡)일 뿐이다. 그래서 민주주의가 흔들리고 자유가 위협을 받는다

때마침, 문화체육관광부가 가짜 뉴스 퇴치를 전면에 내세우고 나섰다. 허위정보에 대해 문체부와 방송통신위원회간 업무 정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일각에선 윤석열 정부가 가짜 뉴스 대응을 방통위가 아닌 문체부에 맡긴 것을 두고 '방통위 패싱 논란'까지 나오는 양상이다.

문체부가 가짜 뉴스를 퇴치하기 위해 기존 '가짜 뉴스 퇴치 태스크포스(TF)' 기능을 강화하고 범정부적으로 대응하겠다고 지난 1일 선언했다. △언론진흥재단에 '가짜 뉴스 신고·상담센터' 설치·운영 △악성 정보전염병 퇴치를 위한 범정부적 대응 시스템 구축 △정보유통 플랫폼과 협력해 정보유통 시장 건강성 회복 △서울대 저널리즘 스쿨·싱크 탱크 준비위원회와 협의해 '인공지능(AI) 가짜 뉴스 감지 시스템' 개발 △뉴스 수용 능력 강화를 위한 매체이해력 교육 등을 진행할 방침이라고 하니 다행이다.

어쨌든, 가짜·거짓 뉴스 전파력은 의학적인 전염병보다 속도가 빠르며, 변종과 재가공 형태도 교묘하고 집요하며 가짜 뉴스 악성 전염병의 지속적이고 종합적인 퇴치를 위해 나선 것이다. 다행한 조치지만 그 성과는 두고 볼 일이다. 언론의 자유, 표현의 자유라는 핑계를 들어 밑도 끝도 없이 음모론, 가짜 뉴스를 뿌리는 것에 피로감이 심할뿐더러 언론에 대한 불신이 극에 달한 지금 가짜 뉴스에는 그에 따른 처벌이 따라야 한다.

가짜 뉴스는 우리 사회의 갈등과 반목을 조장하고 신뢰를 파괴하는 악성 정보전염병이다. 가짜‧거짓 뉴스의 전염력과 전파력은 의학적인 전염병보다 속도가 빠르며, 변종과 재가공 형태도 교묘하고 집요하다. 가짜 뉴스 전염병의 침투 효과가 매우 강력해서 우리 사회의 자유롭고 건강한 정보 생산유통시장을 교란하고 질서를 망가뜨리고 있다.

한국 사회는 압축적인 산업화와 민주화에 이어 선진국으로 진입했다. 그렇지만 남북분단과 남·남 갈등, 지역주의, 빈부갈등, 세대 간 갈등 등등 여러 구조적 문제점을 안고 있다. 이런 우리에게 가짜 뉴스는 집단적 양극화를 더욱 부추기는 암 덩어리 같은 존재다.

거짓말을 밥 먹듯 하고도 안 했다고 우기고, 때론 배짱마저 튕기고, 그러다 시간이 지나면 금세 잊어버린다. 아니면 말고 하는 식의 상습적 행태를 언제까지 지켜만 볼 것인가. 누가 언제 어떤 거짓말했는지 꼼꼼히 기록해서 영원히 자료로 남기고 수시로 대중에게 공개해 알릴 필요가 있다. 무한정의 디지털 기록 시대 아닌가. 언론사나 언론의 탈을 쓴 선동가·장사꾼들이 거짓으로 대중을 우롱하는 사회, 잘못을 저지르고도 전혀 책임을 지지 않는 사회는 이제 종식해야 한다.

이를 위해 정통언론부터 자체 정화에 앞장서서 모범을 보여야 한다. 정치인을 비롯한 공인들과 SNS 인플루언서들도 허위 조작 정보로 재미 볼 생각을 버려야 한다. 만약 언론인양하며 계속 가짜로 장난치다가는 결국 모든 걸 잃고 망한다는 사실을 교훈으로 실감하도록 해야 한다.

시민들은 눈을 부릅뜨고 의견과 사실을 구별하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 미디어에 접근하고 정확히 이해하는 능력, 즉 매체이해력(Media literacy) 교육도 필요하다. 악의적 가짜 뉴스에 대해서는 엄중하게 책임을 묻고 철퇴를 내려야 한다. 더 늦기 전에 가짜 뉴스를 뿌리 뽑아야 한다. 가짜 뉴스에 몸살 앓는 대한민국, 거짓말의 시대는 끝나야 한다.(한남대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