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정일보] 보건복지부는 지난 3월19일 대구에서 4층 건물에서 추락한 17세 외상 환자가 구급차에 실려 응급실을 전전하다 치료 골든타임을 놓쳐 결국 심정지로 사망한 사건에 대해 ‘정당한 사유 없이’ 환자 수용을 거부했다고 결론내리고 병원 4곳에 대해 과징금 등 행정처분했다.
건물에서 추락한 이 여학생은 119구급대에 실려 2시간 이상 대구 시내 병원을 전전했지만 이런저런 이유로 모두 진료를 거부당했다. 당시 환자의 혈압과 맥박은 정상으로 알려지고 있으며 처음 찾은 병원은 당시 근무 중이었던 의사가 환자의 중증도는 분류하지 않고 정신건강의학과를 통한 진료 등이 필요해 보인다는 이유로 다른 의료기관으로 이송할 것을 권유했고, 두 번째 종합병원은 다른 외상환자 진료 및 가용병상이 있었으나 병상 부족을 이유로 거부하고, 세 번째 병원은 외상환자 수술이 시작돼 어렵다는 이유로 돌려보냈으며, 네 번째 병원은 신경외과 의료진 부재를 이유로 돌려보냈다.
이는 모두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제48조의2 ②‘응급의료기관의 장은 제1항에 따른 응급환자 수용능력 확인을 요청받은 경우 정당한 사유 없이 응급의료를 거부 또는 기피할 수 없으며 응급환자를 수용할 수 없는 경우에는 제2조 제7호의 응급의료기관등에 지체 없이 관련 내용을 통보하여야 한다’고 명시된 법을 위반한 사항으로 생명을 다루는 의료 현장에서 법에 명시된 규정조차 제대로 지켜지지 않은 것이다.
이는 정말 어처구니없는 처사로 우리 의료현장의 민낯이 아닌가 싶다. 이번 사건을 보면 응급환자 중증도 분류도 엉망일 뿐만 아니라 의료진 개인의 잘못된 판단에 의해 환자의 생사가 결정될 만큼 시스템이 부재한 것이 아닌가 싶다.
권역외상센터는 365일 24시간 교통사고나 추락 등에 의한 다발성 골절·출혈 등을 동반한 중증외상환자에 대해 병원도착 즉시 응급수술이 가능하고 최적의 치료를 제공할 수 있는 시설과 장비, 인력을 갖춘 외상전용 치료센터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권역별 병상 현황과 경증·중증 환자 수치를 119구급상황관리센터가 실시간 파악할 수 있는 시스템 마련도 되어 있지 않으며 병상이 있는데도 병원 관계자가 “없다”고 하면 그냥 돌아설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니 정말 기가 막힐 따름이다.
차제에 정부는 응급의료 인프라 부족과 중증 응급환자를 실제 치료하는 전문진료과가 응급의료 시스템에서 배제되어 있는 점 등 응급의료 주체 간 매끄럽지 못한 연계·협력 체계를 개선, 응급 상황에서 신속하게 치료받을 수 있도록 권역별 응급의료 컨트롤타워 설립 등 특단의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급선무가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