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정칼럼 / 쩐당(봉투당)과 차떼기당의 혈투
시정칼럼 / 쩐당(봉투당)과 차떼기당의 혈투
  • 최 기 복 논설위원
  • 승인 2023.05.18 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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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기 복 논설위원
최 기 복 논설위원
최 기 복 논설위원

[시정일보] 필자가 살고 있는 천안시내 요지에 정당의 지구당 책임자들이 걸어 놓은 현수막을 보고 있노라면 구토가 치밀어 오른다. 제 눈에 대들보보다 상대 눈의 티끌을 책 잡아 그 반사이득으로 지역의 일꾼이 되고자 하는 것도 아니고 정치적 소신과 철학이 있어서도 아닌 내년 4월10일 총선에 출마하려면 당으로부터 후보자로 낙점되기 위해서 하고 있는 일련의 행위로 보인다.

싸움닭으로 인정받고 대여 혹은 대야 투쟁의 선봉이 되어야 수뇌부로부터 인정받을 것이라는 기대치가 이들로 하여금 현수막 경쟁을 하게 하는 것이리라. 정당의 하수인들이 내건 장소에 일반인이 현수막 하나를 내걸으면 바로 불법이라는 이유로 즉시 철거된다. 게시대에 적정 요금을 내고 걸면 일주일 후 바로 철거한다. 없어져도 별로 섭섭해하지 않을 정당판의 현수막은 최소 2주일 이상 걸려 있고 내용을 바꾸면 그 장소가 특허장소가 되어버리는 어이없는 현실을 보면서 날만 새면 으르렁거리는 승냥이 떼를 연상시키는 여당과 야당에서 자신들은 예외로 혜택을 받도록 법을 고친 모양이다.

그 구태도 눈살을 찌푸리게 하지만 그보다 더욱 메스껍고 비위가 상하는 것은 현수막의 내용들이다. 서로가 상대정당을 손가락질하면서 여는 야를 쩐당이니 돈 봉투 당이니 하면서 야유를 하고 야당은 여당을 향해 차떼기 정당이라고 되받아친다. 무식한 표현을 빌면 도둑집단들의 혈투다. 양대 집단들의 논공행상을 해야 할 국민들조차 양대 세력으로 갈라서서 자기 할 말만 하고 듣고 싶은 이야기만 듣고 객관적 판단능력을 유보한다.

왜 저들은 아직도 정신을 못 차리고 있는가. 국민무시가 그 요인이다. 적대적 공생관계에 있는 여당과 야당은 ‘국민은 어차피 너 아니면 나다’하여 상대만 제거하면 된다는 의식이 뇌리 속에 박혀 있다. 아무리 잘못이 있어도 냄비근성의 국민들은 바르르 비등점에 올라갔다 유사한 다른 사건에 묻히고 더한 사건에 호도되는 순간 잊어버린다는 것을 백번 이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 하나 권력의 단맛에 중독된 선량들의 도덕 불감증이다. 법도 권력에서 나온다. 권력을 쥐면 돈도 따른다. 언론도 매수할 수 있다는 생각이 굳어 있다는 점이다. 이는 우리 국민들의 머릿속에도 똬리를 틀고 있는 것임을 지적하고 싶다.

국민들은 평생 저들의 감언이설에 눈멀고 귀먹어야 되는지를 묻고 싶다. 도둑놈집단들이 벌이고 있는 현수막 내용처럼 쩐당과 차떼기당의 혈투를 보며 회초리를 들기보다 꺾어야 되겠는가를 묻고 싶다. 어차피 선거법은 개정이 불가피함에도 저들의 이기지심은 개정보다 현행선거법을 고수할 것이다. 당연히 하는 척하는 쇼를 하면서 시간을 벌다가 급기야 그 책임은 상대 정당에게 돌릴 것이다. 민생은 도탄이어도 호화의 극치를 가는 의원나리들에게 보이는 것은 금배지 밖에 없을 거니까 말이다.

정쟁으로 망하지 않은 사례는 없다. 건전한 비판과 대안 제시는 없고 헐뜯고 비위 들추어 침소봉대하는 정치권에게 읍소한다. 국민은 책임과 의무를 다해야 하고 국가는 국리민복을 위해 존재해야 한다. 정치의 본질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