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 교제폭력 입법을 서두르자
사설 / 교제폭력 입법을 서두르자
  • 시정일보
  • 승인 2023.06.01 1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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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정일보] 교제폭력 처벌 관련 법안이 국회 상임위 단계에서 머무르고 있다. 국회가 사회의 구조적 문제를 모르는 것은 아닐진데 사건이 터지면 반짝 관심을 가지다가 시간이 흐르면 입법은 흐지부지되고 있다.

서울 금천구에서 교제폭력으로 경찰 조사를 받은 30대 남성이 조사 직후 상대 여성을 살해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이는 입법 공백을 지적하는 목소리를 높이게 하고 있다. 대중의 이목이 쏠리는 젠더 폭력사건이 발생하면 국회는 관심을 보이는 척 반짝 법안이 발의됐다가도 제대로 논의되지 않은 채 사장되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이에 검찰은 교제폭력에 대한 엄정 방침을 밝혔다. 앞서 대검찰청은 교제폭력이 급증한 점을 고려해 원칙적 구속 수사 방침을 밝힌 바 있다. 검찰은 교제폭력 대응 방침과 스토킹, 디지털 성범죄 등에 대한 강화된 사건처리 기준을 검찰 양성평등 정책위원회에 일괄 보고하고 수사, 공판 과정에서 이런 기조를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검찰과 국회가 교제폭력이 심각성에 도달하고서야 엄중 노력이니 입법을 하겠다고 나서는 것은 국민 정서와는 다른 면을 보인다. 차제에 지금까지의 흐지부지를 벗어나 확실한 입법과 검찰의 수사 태도를 강화해 나가는 것이 국민의 안정에 맞는 결과를 만들 것이다.

윤정숙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은 “교제폭력, 스토킹 범죄 등이 과거보다 많이 주목을 받긴 하지만 우리나라는 젠더 입법 대응이 상당히 더디다”고 지적하며 “교제 폭력을 가정폭력처벌법에 흡수할 것이냐, 별도의 법을 만들 것이냐를 두고 논쟁은 할 수 있으나 어떤 방식이든 빠르게 통과를 시키고 사건 사고의 공백을 막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젠더 폭력 관련 법이 땜질 식으로 제ㆍ개정되는 현실이 문제라는 것도 여론의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국민 안전’ 관련 과제의 일부에서 젠더 기반 여성 폭력을 다루고 있지만 ‘성희롱‘, ‘성매매’는 아예 언급도 되지 않는다. 성폭력, 가정폭력, 데이트폭력, 스토킹 등만 5대 폭력으로 정하고 피해자 보호를 강화하겠다는 과제로 묶어놓은 현실도 이해가 되지 않는다.

젠더 폭력은 어렵게 생각할 필요가 없다. 인권을 누리는 인간이 아닌, 보호의 대상으로 한정되는 피해자로 보면 된다. 신고조차 할 수 없는 사법시스템과 신뢰를 잃은 사회구조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문제의식을 피해자 관점에서 출발하면 된다. 발생에서 해결까지 피해자가 직면하는 매 순간 우리 사회의 부조리를 인식하고, 사회의 변화를 이끄는 사고의 전환으로 가야 한다.

정부나 국회는 이를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지금까지 젠더 문제를 여성과 남성의 갈등에서 이득을 보겠다는 고루한 사고방식이 젠더 폭력을 키웠다. 정부와 국회는 지금이라도 국민과 피해자의 입장만 생각하고 입법을 서두를 필요가 있다. 모두를 위한 입법은 없다. 오로지 여성 폭력의 현실을 직시하는 것에서 출발하면 문제를 해결하는 기회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