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정칼럼 / 가짜ㆍ엉터리ㆍ거짓말 전성시대
시정칼럼 / 가짜ㆍ엉터리ㆍ거짓말 전성시대
  • 시정일보
  • 승인 2023.06.08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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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설위원 임 춘 식

 

 

임춘식 논설위원
임춘식 논설위원

[시정일보] 우리는 많은 사람과 의사소통하면서 살아간다. 사람들과 소통하면서 우리의 삶 속에 단 한 번만이라도 거짓말을 안 해 본 적이 있는 사람은 극히 드물 것이다. 아니 평생 한 번도 거짓말을 하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사실이 아닌 것을 사실인 것처럼 말하는 것을 속된 말로 ‘뻥’, ‘구라’, ‘노가리’, ‘야부리’, ‘이빨까기’라 하며, 이런 거짓말을 잘하는 사람을 거짓말쟁이라고 한다. 이것의 정도가 심해지는 정신병이 바로 허언증이다. 허언증은 단순 허풍이 아닌 자신이 할 말을 스스로 진실이라고 믿으며 거짓말에 대한 죄책감을 느끼지 않는 정신적ㆍ심리적 장애로 발전할 수 있다.

거짓말은 곤란한 상황에서 벗어나기 위해 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아무리 철저한 거짓말이라도 언젠가는 들통나기 마련이다. 특히 지금의 위기를 모면할 수 있다고 해도 이전에 했던 거짓말을 들키지 않기 위해 대부분은 결국 계속해서 더 큰 거짓말을 할 수밖에 없다. 거짓말은 본인의 사회적 평판과 직결되며, 한번 나를 불신하게 된 상대와 다시금 신뢰를 쌓기 위해서는 큰 노력과 시간이 필요하다.

하지만 말의 솔직함은 타인이 얼마나 자신을 믿고 기다려주는 행동에 따라 달라지기도 한다. 가령 특정 잘못을 추궁할 때 당사자를 심하게 질책하거나 위협하게 된다면 오히려 거짓을 말할 가능성이 증가한다. 이는 거짓말이 나쁘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본능적인 방어 기제 때문이거나 추궁하는 사람에 대한 불신이 쌓인 탓이다.

반면, 때때로 거짓말이 사회적으로 도움이 되는 경우도 잦다. 예를 들자면 별로 친하지 않은 사람이나 자신이 싫어하는 사람이 자꾸 본인의 사생활에 대해 알려고 하거나, 누군가가 정당한 이유도 없이 본명, 나이, 거주지, 연락처, 소속, 직업 등의 개인정보를 캐묻거나, 나쁜 사람을 응징하고자 할 때가 있다.

거짓말에도 색과 종류가 있다 ▲하얀 거짓말(남을 배려하기 위한 선의의 거짓말로 세계적으로 널리 쓰이는 말) ▲새까만 거짓말(자신의 죄를 덜거나 은폐하기 위한 거짓말로 범죄자들의 위증이 이에 해당) ▲새빨간 거짓말(진실이 전혀 없는 완벽한 거짓말) ▲빨간 거짓말(상대가 진실이 아니라는 것을 알면서도 하는 뻔한 거짓말) ▲노란 거짓말(아이들이 하는 귀여운 거짓말) ▲분홍 거짓말(연인 사이에 하는 거짓말) ▲무지개 거짓말(이야기를 재밌게 꾸미기 위한 거짓말) ▲파란 거짓말(자신이 속한 집단의 이익을 위해 하는 거짓말) 등등.

어쨌든, 사람은 선의로 거짓말을 하기도 하고, 곤란한 상황에서 자기, 방어를 위해 거짓말을 하기도 한다. 그리고 일부러 타인에게 상처를 주거나 불이익을 주기 위해 악의적인 거짓말을 하기도 한다.

그렇지만 거짓말은 ‘그럴듯한 거짓말’, ‘새빨간 거짓말’이 문제다. 많은 사람이 진실을 밝히기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하려는 목적으로 거짓말을 한다. 인간관계에서 자신감이 없는 경우 자신의 체면과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거짓말을 하게 된다. 또한, 주위 사람들에게 호의적인 감정을 끌어내고 싶을 때 거짓말을 하게 된다. 타인에게 보이고 싶은 이상적인 이미지와 자신의 현실이 너무나 다를 때 이미지를 회복할 목적으로 거짓말을 하게 된다. 

요새, 국회에서는 양당이 서로 “입만 열면 거짓말”이라고 날 선 발언을 일삼고 있어 국민을 헷갈리게 한다. 더불어민주당에 몰아닥친 돈 봉투 의혹과 김남국 의원의 코인거래 문제는 이 시대 양심의 현주소를 극명하게 드러낸다. 이를 두고 국민의 힘은 ‘추악한 거래’라면서 낙인찍기에 나섰지만, ‘오십보백보’ 아니겠는가. 모두가 양심 불량 시대의 소산이 아닐 수 없다.

세상은 거짓말ㆍ엉터리ㆍ가짜 전성시대가 됐다. 모두가 거짓말 세상이다. 내가 하면 로맨스이고 남이 하면 불륜이다. 정치인에게 죄가 있다면 정치인의 덕목을 스스로 기르지 않았다는 것이다. 정치인은 국가의 미래로서 사회에 필요한 정책을 준비하고 법안을 심의ㆍ의결하는 존재다. 정치인이 정치인다울 수 있는 정치 교육 과정이 절대 필요하다.

영화 〈타짜〉는 “거짓말하다 걸리면 피 보는 거 안 배웠냐”는 아귀의 물음으로 절정을 맞는다. 거짓이 판친다는 도박판의 규칙이 그러하다. “내 말이 거짓말이라는 데 모든 것을 건다.”라는 고백이 집권당 지도부 입에서 나오는 세상은 어떠한가. 정치인들은 위기 때마다 거짓말을 했고, 거짓임이 밝혀지면 또다시 거짓 해명을 내놨다. 거짓말은 또 다른 거짓말을 양산한다.

정치인의 가장 큰 덕목은 정직이다. 아무리 좋은 보석이라도 흠이 있으면 가치가 떨어지는 것처럼 정치인이 아무리 능력이 있어도 도덕성에 금이 가 있으면 사회 발전에 독이 된다. 우리 사회에 양심과 도덕성에 흠결이 있는 자들은 정치판에 기웃거리지도 못하도록 하는 풍토를 우리가 만들어 나가야 한다. 정치인의 최고의 덕목은 거짓말하지 않는 것이다.

거짓말 잘하는 사람이 국회나 정부 기관의 구성원이 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거짓말은 신뢰를 훼손하고 궁극적으로 사회 전체에 해를 끼칠 수 있는 비윤리적이고 정직하지 못한 행동이다.

특히 국회의원은 국민을 대표하고 국민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 결정을 내릴 책임이 있으며, 거짓말은 이러한 의무에 위반되는 행위이다. 선출직 공직자는 국민으로부터 신뢰와 존경을 받기 위해 청렴성, 정직성, 투명성 등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

에이브러햄 링컨은 “거짓의 대가는 무엇인가? 거짓을 진실로 착각하는 것이 아니다. 거짓의 진짜 대가란 거짓을 끝없이 듣다가 진실을 인지하는 능력을 매우 상실하는 것이다” 그리고 “당신은 어떤 사람들을 계속해서 속일 수 있을 것이고, 모든 사람을 잠깐 속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모든 사람을 계속해서 속일 수는 없을 것이다.”라 했다. 

거짓의 나라에서는 모든 사람이 다 거짓말을 하고, 진실의 나라에서는 모든 사람이 다 진실을 말한다. 가짜ㆍ엉터리ㆍ거짓말 전성시대의 정치 현실을 넘어 정직하고 능력 있는 정치인의 전성시대가 되어야 한다. (한남대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