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의 풍경 / 퉁소(洞蕭)/ 김영준 시인
詩의 풍경 / 퉁소(洞蕭)/ 김영준 시인
  • 최창일 이미지 문화평론가
  • 승인 2024.04.18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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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정일보] 입으로부터가 아닌

뱃속 깊은 곳에서 힘차게 우러나온

너의 아름다운 소리

예부터 숱한 시인 묵객들이 너와

입맞춤하기를 원했어도 가려서 했고

많은 춤꾼 남녀들이 너와

어울려 춤추기를 꺼려하지 않았으니

결코 허술하게 너와 친해질 수 없었던

너의 고고하고 우아함은 으스름 밤하늘의

선계(仙界)에서 하강하는 천사의 소리

너의 글 너의 소리 닮고 싶어

뱃속을 쥐어짠다 심연(深淵)을 헤맨다

나도 언제쯤 너와 다정한 입맞춤 할 수 있을까

너와 어우러져 어느 때쯤 춤출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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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준 시인은 ’퉁소’를 분다. 퉁소를 통한 은유가 가히 꽃 촉불을 켠다. 촉불은 단종이 강원도 영월에 유배됨을 보고 서글픈 심정을 읊조린 ‘이개’의 <방안에 혓난 촉불>이라는 시조다. 촉불은 겉으로 눈물을 흘리는 것으로 보이지만 그 ‘속은 불타오른다’라는 의미다. 선비는 몸통에 나오는 퉁소의 언어를 구슬피 꺼낸다. 허술함이 날뛰는 세상. 완장을 찬 이리떼들이 이리저리 날뛰는 세상, 위선 앞에 퉁소를 통한 선계의 소리를 낸다. 마치 세조 찬탈의 비극을 풍자하는 듯하다. 김영준 시에서 선비는 선계와 내통한다. 시인은 퉁소를 통하여 세상의 원통한 가슴을 흔들어 깨운다. 시의 퉁소 소리는 신안, 천사의 섬에 도달하고 있다. 바다 없이 살 수 없는 사람이 시인 묵객이다. 神은 김영준 시인의 부탁으로 바다를 만들었고 퉁소를 만들었을 것이다. 퉁소는 바다를 넘어 독(毒)을 품고 선선히 가고 있다. 시인이 부는 독은 향기로 바꾸어 피아노를 친다. 변하기 쉬운 세상에 불변의 퉁소는 불변의 사랑으로 이어진다.

최창일 이미지 문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