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율 0.72명, 인구감소→지역소멸 그 뒤엔 나라가 사라진다
출산율 0.72명, 인구감소→지역소멸 그 뒤엔 나라가 사라진다
  • 양대규
  • 승인 2024.05.09 0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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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정신문 창간36주년 기획 / 초저출산, 정책의 틈을 찾아라
2024년 서울형 키즈카페 개관 예정 시설, 시립 뚝섬자벌레
2024년 서울형 키즈카페 개관 예정 시설, 시립 뚝섬자벌레

[시정일보 양대규 기자] ‘딸, 아들 구분 말고 둘만 낳아 잘 기르자’ 1970년대 초반 출생아 수가 100만 명을 넘던 당시 대한민국의 가족계획 표어다.

50여년이 지난 오늘날 우리나라 출생아 수는 지난해 23만명을 기록하며 초저출산 시대 인구절벽이라는 경종을 울리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2월 부산시청에서 열린 11번째 민생토론회에서 “합계출산율 1.0을 회복하는 것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국정과제다”고 강조했다.

국내 합계출산율은 지난해 0.72명으로 OECD 38개 회원국 중 가장 낮은 순위다. 여성이 가임기간 동안 낳을 것으로 기대되는 평균 출생아 수인 합계출산율은 저출산 대책의 실효성을 입증하는 지표로 활용되고 있다.

이번 제22대 국회의원선거에서 여야 모두 내세운 1호 공약도 ‘저출산대책’이다. 여야는 한 목소리로 중앙부처에 ‘인구부서’를 신설해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저출산 대책을 수립ㆍ실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현기 서울시의회 의장은 제322회 임시회에서 “출생률만 높일 수 있다면 흑묘와 백묘를 따질 때가 아니다”며 서울시 역시 저출산을 미룰 수 없는 시급한 과제로 간주했다.

초저출산 시대를 맞아 인구 위기와 국가 소멸이 미래가 아닌 현실로 다가온 2024년. 본지는 창간 36주년을 맞아 국내 저출산 대책의 현황을 분석하고 모색해야 할 방향성에 대해 짚어봤다.

 

중앙정부와 지자체 출산장려정책
현금 지원과 돌봄, 투트랙 전략 중점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들은 올해 저출산 대응 사업의 종류와 혜택을 넓히며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현재 정부의 저출산 대책은 출산자녀에 대한 ‘현금성 지원’과 ‘돌봄 서비스 제공’으로 나눠진다.

먼저 현금성 지원 중 ‘첫 만남 이용권’은 만 0세 출생아를 대상으로 지급하는 국민행복카드 바우처다. 첫째아는 200만원, 둘째는 300만원을 지급하며 둘째의 경우 지난해보다 100만원이 인상됐다.

‘부모급여’는 만 0세에 100만원, 만 1세에는 50만원씩 매월 지급하는 현금성 지원이다. 부모는 아이가 24개월이 될 때까지 소득기준 상관없이 총 1800만원을 받게 된다.

또한 만 8세 미만 모든 아동을 대상으로 매월 10만원씩 지급하는 아동수당과 미취학 영유아에게 매월 10만원씩 지급하는 가정양육수당도 정부의 대표적인 현금성 지원 사업이다.

일과 가정의 양립을 지원하는 아이돌봄서비스는 5가지 유형으로 나눠진다. ‘시간제 서비스’는 연간 960시간 이내로 아이의 등ㆍ하원, 놀이활동을 보조한다. ‘영아종일제 서비스’는 만 3개월 이상~36개월 미만 영아에게 이유식먹이기, 기저귀갈기 등을 제공한다. ‘질병감염아동지원’은 만 12세 이하 시설 이용 아동 중 법정 전염병 및 유행성 질병으로 가정 양육이 필요한 경우 진료 동행 및 재가 돌봄서비스를 실시한다. 이외에도 아이돌보미가 직접 기관을 찾아가 돌봄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관연계 서비스’와 ‘긴급 단시간 서비스’가 있다.

 

서울시 ‘탄생 응원 프로젝트’ 주목
엄마 경력단절 예방, 가사도우미 지원

한편, 정부의 저출산 정책에 지자체도 함께 동행하며 인구감소 위기에 대응하고 있다.

올해 서울시는 ‘탄생 응원 서울 프로젝트’로 저출산 해결에 본격 소매를 걷어붙였다.

시는 출생아 1명에 100만원 상당의 바우처를 지급하는 ‘서울형 산후조리경비’ 자격 요건 중 6개월 이상 서울시 거주 요건을 폐지했다.

또한 난임시술비 지원 횟수를 올해 25회로 늘렸으며 소득기준 폐지와 함께 45세 이상 여성에 대한 차등 감액 지원도 폐지했다.

‘아이 키우기 좋은 서울’을 만들기 위한 이번 프로젝트는 출산 뿐 아니라 양육 환경 조성까지 좀 더 스펙트럼을 넓혔다.

이용자 10만명을 넘어선 ‘서울형 키즈카페’는 올해 130개소로 확대될 예정이며 ‘서울형 모아어린이집’은 총 80개 공동체, 327개 어린이집으로 확대된다.

‘서울형 키즈카페’는 보육교사를 의무배치해 3천원대의 저렴한 요금으로 2시간 안팎의 돌봄과 놀이를 제공한다.

‘서울형 모아어린이집’은 3~5개 어린이집을 묶어 인력과 공간, 보육 프로그램을 공유하며 보육의 질적 향상을 도모하고 있다.

시는 5월 중 출산·양육친화제도를 시행하는 중소기업을 ‘탄생응원기업'으로 지정하고 다양한 인센티브를 제공할 계획이다.

양육가정의 가사·돌봄 부담을 덜고 육아로 인한 여성의 경력단절을 막기 위한 ‘외국인 가사관리사 시범사업’도 올해 시작한다.

 

강동구 ‘아이맘택시’ 25개 구로 확대
‘서울형 아이돌봄비’ 벤치마킹 행렬

한편 서울시와 자치구를 비롯한 전국자치단체들은 저출산대책을 서로 벤치마킹하며 맞춤형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서울형 엄마아빠 택시’는 서울 강동구의 ‘아이맘 택시’를 시가 채택해 올해 25개 전 자치구로 확대 시행한다. 24개월 이하 영유아의 실질적인 양육자에게 연간 10만원의 i.M 택시 이용 포인트를 지급해 이동 편의와 안전 모두 책임진다.

시비와 구비를 매칭하는 ‘서울형 아이돌봄비’는 24개월~36개월 영아의 육아공백을 메우기 위한 돌봄수당이다.

경상남도와 경기도는 이를 벤치마킹해 경남은 지난 1월부터 시행 중이며 경기도는 올 하반기 시행할 예정이다.

한편 서울 강남구는 정부의 첫 만남 이용권과 별도로 출산지원금을 지급하고 있다.

첫째와 둘째는 200만원, 셋째는 300만원, 넷째 이상은 500만원으로 신생아 출생일 기준 1년 전부터 신청일 현재 강남구에 주민등록을 두고 거주하는 부모가 대상이다.

서울 강동구는 전액 구비로 보육교사 1인당 돌봄 아동 비율을 축소해 올해 0세 반과 3세 반 구성 기준을 완화했다.

저출산 대응을 위한 지방의회의 조례 제ㆍ개정도 활발하다. 지난해 부산시는 <부산시 저출산대책 및 출산ㆍ양육 지원 조례>를 잇따라 개정했다. 다자녀가정 지원 기준을 세 자녀에서 두 자녀로 확대해 더 많은 가정이 다자녀 지원 혜택을 누리도록 했다.

또, 부산시와 부산시교육청은 올해 전국 최초로 본 예산 편성안에 저출산 예산을 따로 표시했다. ‘성인지 예산’처럼 ‘저출산 예산’을 따로 표시해 더욱 효율적으로 정책 기조를 이어가겠다는 의지다.

최근 10년간 국내 합계출산율 추이 분석 그래프. (참고자료 : 통계청 인구동향 조사)
최근 10년간 국내 합계출산율 추이 분석 그래프. (참고자료 : 통계청 인구동향 조사)

 

주거, 양육, 일과 가정 양립 ‘관건’
현금성 지원보다 다차원적 정책 필요

최근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가 발표한 ‘2024년 결혼ㆍ출산ㆍ양육 인식조사 결과’에 따르면 미혼 남녀 5명 중 2명은 “자녀가 있지 않아도 된다”고 응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은 남성보다 출산에 대한 필요성을 적게 느꼈으며 특히 25~29세 여성 중 자녀가 있어야 한다고 응답한 비율은 34.4%에 그쳤다.

또한 결혼에 대한 의향 질문에는 응답자 중 61%만 “결혼하고 싶다”고 답했다. 결혼기피의 주된 이유로 남성은 결혼식 비용, 신혼집 마련 등의 경제적 부담을, 여성은 결혼에 따른 역할 부담을 꼽았다.

주형환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은 최근 저출산 추세 반전을 위한 3대 핵심 분야로 △주거 △양육 △일·가정 양립을 거론했다. 주 부위원장은 “신혼·출산 가구들의 주거 부담을 덜어주고, 양육은 사회 공동체 책임이라는 원칙하에 앞으로 ‘부모의 돌봄’에서 ‘공공의 돌봄’으로 전환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기획재정부 자문위원회인 중장기전략위원회는 지난 4월29일 ‘인구위기 극복을 위한 중장기 정책과제’를 주제로 열린 미래전략포럼에서 재정·세제 지원만 치중하던 기존의 저출생 대책에서 벗어나 노동·교육·지역 등 분야별 구조개혁을 병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일각에서 기존 현금성 저출산 대책에 회의적 시각이 나타나면서 다차원적인 저출산 대응 방식이 새로운 화두로 제시되고 있다.

한편 서울시의 저출산 정책 방향에 대해 이성은 여성가족정책실 양성평등담당관은 “서울시가 추진 중인 저출산 대책 중 현금성 지원과 돌봄 환경 조성 모두 병행해야 할 중요한 정책 방향이다”고 설명했다.

소위 ‘차일드패널티’라 불리는 경력단절에 대해 여성들이 갖는 부담도 해결해야 할 문제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최근 10년간 합계출산율 감소 중 40% 이상은 경력단절 우려로 인한 미혼여성들의 ‘출산 회피’라고 분석했다.

KDI는 선진국에서는 여성의 ‘경력단절 축소’와 ‘출산율 상승’이 연동되는 현상이 관찰됐다고 분석했다. 한 전문연구위원은 “양질의 보육 서비스가 공급되고 남녀가 동등하게 가사와 육아를 분담하는 환경이 정착되면서 과거의 전통적인 상관관계가 약해졌다”며 “여성이 출산을 해도 노동시장에서 불이익을 받지 않아야 경제활동 참가율과 출산율이 모두 오를 것”이라고 말했다.

초저출산 시대 대한민국 인구의 현주소는 이제 인구구조의 불균형을 넘어 미래의 국가경쟁력 위기를 암시하고 있다.

눈앞의 현실을 수습하려는 근시안적인 저출산 대책보다 국민적 공감을 기반으로 결혼과 출산의 사회적 풍토를 조성하는 데 정부와 지자체가 더욱 머리를 맞대야 하는 시점이다. 양대규 기자 / yzizone@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