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 민원인과 공무원의 새로운 거리두기
기자수첩 / 민원인과 공무원의 새로운 거리두기
  • 양대규
  • 승인 2024.05.23 15:26
  • 댓글 0

양대규 기자 yzizone@naver.com
양대규 기자
양대규 기자

[시정일보 양대규 기자] 올해 공무원 악성민원과 관련한 소식이 연이어 들려오고 있다. 기자도 지난달부터 종합민원실 현장점검, 민원공무원 보호대책 등 바쁘게 관련 소식을 취재해왔다.

지난달 25일에는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직접 동대문구청을 방문해 종합민원실을 점검했다. 행정부의 수장이 기초지자체 민원대응 실태를 파악하고 공무원들과 간담회를 갖는 모습을 보며 악성민원이 심각한 사회적 위해요소로 다가왔음을 느낄 수 있었다.

앞으로는 공무원 개인이 감당하기 어려운 악성민원인과의 법적 대응에 있어 기관이 나선다고 하니 반가운 소식이라 할 수 있다.

한 가지 더 눈에 띈 것은 지난주부터 기자의 출입처 부서 조직도에 있던 직원들의 얼굴 사진이 사라진 것이다.

얼굴 공개로 인한 일부 악성 민원인들의 개인정보 도용과 협박이 이어지면서 지자체에서 조직도 내 사진을 공개하지 않기로 한 것이다.

한 민원인은 조직도 속 미소 짓고 있는 직원이 친절할 것이라는 생각으로 매일 찾아가 사적인 질문까지 했다고 하니 가히 이러한 조치가 납득도 된다.

그러나 일부 구청의 조직도를 보면 담당자 이름까지 비공개로 하고, 주무관, 팀장, 과장 정도만 소개하고 있다. 이는 홈페이지에도 똑같이 나타났는 데 이 또한 실명 공개로 인한 민원인의 폭언을 예방하기 위한 조치였다.

이름 대신 각 주무관과 팀장의 역할을 소개하고 담당자 안내번호까지만 공개한 걸 보며 기자는 다소 안타까움도 들었다.

열린 행정과 주민 소통으로 다가가야 하는 지자체 공무원들이 악성민원으로 주민과 마음이 멀어지지 않을까 걱정이 들었기 때문이다.

한편으로는 풀뿌리 민주주의의 주인이 결국 스스로의 권리를 상실하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개탄스러움도 들었다.

코로나19 종식과 함께 사회적 거리두기는 해소됐지만 민원인과 공무원 간 새로운 거리두기는 해결해야할 숙제가 됐다.

주민이 행정의 주체가 되어가는 흐름 속에 공무원들의 열린 행정을 가로막는 악성민원은 분명 근절해야 할 과제다.

그러나 공무원 개인정보보호가 과도하면 국민의 알 권리와 공무원 보호 간 또 다른 이해충돌의 문제로 번질 수 있다.

주민이 행정의 주인인 시대, 민원인과 공무원 간 거리두기가 마음까지 멀어지지 않길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