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 TV 방송, 사회적 기능은 있는가?
기고 / TV 방송, 사회적 기능은 있는가?
  • 전 한국문학신문 편집국장 임 종 은
  • 승인 2024.06.11 1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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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한국문학신문 편집국장 임 종 은
전 한국문학신문 편집국장 임 종 은
전 한국문학신문 편집국장
임 종 은

[시정일보] 어느 시대를 막론하고 인간은 정상과 비정상이 혼재된 속에서 살아가고 있지만, 지금 우리 사회는 비정상이 지나치게 난무하고 있다. 우리는 타성에 젖어 느끼지 못하지만, 외국인의 눈에는 하나하나의 비정상이 불편하고 부정적인 기억으로 남을 수밖에 없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지나친 허세와 과소비일 것이다. 사치와 과소비는 일일이 열거할 필요조차 없을 정도이지만, 고급 차. 고급 가구. 고급 주택. 고급 의상 등이 대표적으로 소비시장을 주도하고 있으며, 술과 커피 소비량 역시 세계 상위 수준으로 알려졌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의 식품산업 통계에 따르면 2023년 국내 1인당 연간 커피 소비량은 405잔으로 152잔인 전 세계 1인당 연간 커피 소비량에 비해 두 배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증류주 (Spirits) 기준으론 한국의 1인당 술 소비도 세계 상위권이라고 한다. 그래서 술집. 음식점. 커피전문점 등이 기네스북에 오를 만큼 비정상적으로 많지만 정작 우리에게는 전혀 새로운 사실이 아닌 익숙할 뿐이다.

서울 도심의 경우 한 집 건너 하나꼴로 커피점이 즐비함을 발견할 수 있다. 더구나 식사 후에는 필수적으로 커피를 마셔야 하는 중독 현상은 언제부터 우리 생활에 자리 잡게 되었는지 불가사의한 일이다.

이처럼 허례허식이나 비정상적인 습성이 어떻게 우리 생활에 뿌리내리게 되었는가를 추적해 보면, 여러 가지 환경적인 요인이 있겠지만, 가장 크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원인은 TV의 위력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우리 생활 속에 깊숙이 파고든 텔레비전은 필요 불가결한 문명의 이기이며, 친밀한 존재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빠른 정보 전달과 교양. 스포츠. 음악. 오락과 각종 지식을 쉽게 습득할 수 있는 기능을 하고 있다. 반면에 우리 사회를 병들게 하는 역기능도 너무 많다는 사실에 대해서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가장 심각한 것 중 하나가 앞서 언급한 사치와 과소비의 조장 문제다. 고급 차, 고급 의상, 고급 가구 등은 안방극장이라는 드라마에 파고들어 의도적인 상술에 따라서 안방에 여과 없이 들어서게 되면서 명품 구매를 조장하고 충동을 일으키는 역할을 충실히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고급 가전제품이 드라마에 몇 번 등장하면 제품 판매량이 급증한다고 하니 그 영향력을 짐작할 수 있다.

다음으로, 안방극장에 매번 등장하는 막장, 저질 드라마를 들 수 있다. 출생의 비밀, 이혼, 패륜, 살인 등은 가족제도의 혼란과 가정생활의 비정상화를 부추기고도 남는다. 오죽하면 비정상적이고 막장 요소가 많을수록 시청률이 오른다는 공공연한 얘기도 떠돌고 있을 정도이다.

이 모든 것이 상업적으로는 성공할 수 있겠지만, 건전하고 평화로운 가정에 균열을 가져오며, 국민의 정신을 병들게 하고 사회질서를 파괴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사실이다. 저질 드라마의 폭력 행위의 조장, 과도한 애정행각 등 비도덕이며 비정상적인 모습이 보편적인 일상처럼 여과 없이 묵인되어 방영되고 있는 현실이 이해할 수 없다. 또 저녁 식사 시간대의 연애 프로그램 중에는 먹는 프로그램(소위 먹방)이 대부분이다. 이를 볼 때마다 방송 제작, 편성 담당자들의 사고(思考)의 한계를 짐작하게 된다.

이제 우리 사회 모두가 정상(正常)을 위해 숨 고르기를 할 필요가 있다. 모든 면에서 자제하고 주변을 돌아보며 살아가는 여유를 찾아야 한다. 특히 방송은 정보 전달이나 교양 프로그램 등 순기능이 많음에도 지식층으로부터 외면당하고 있는 이유를 반성해야 할 것이다.

미국 국가안보 담당 특별보좌관을 역임한 브레딘스키의 저서「통제 불능의 세계 - 최규장 역」에서는 TV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국민의 문화와 기본적 가치체계를 형성하는 데 지배적인 매체가 바로 텔레비전이다. (중략) TV는 특히 세대 간의 전통과 가치체계의 이행 과정에서 세대의 연관성을 무너뜨릴 수 있는 심각한 영향을 준다. TV의 여흥 프로, 뉴스 프로까지도 도덕의 밧줄에 매인 고상함을 잘라버린 채 현실을 선풍적으로 그리고 있으며, 또한 물질과 성적 자기 향락을 정상인 양, 심지어 선망의 대상으로까지 끌어올리는 과장된 묘사를 서슴지 않는다.’라고 지적했다.

우선 TV와 각종 영상 매체는 여과장치나 자체 심의 시스템을 반드시 강화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 수익을 위해서는 사회가 피폐해지든, 파탄되든 외면하여서는 안 된다. 방송을 통해 국민의 정서와 가치관이 큰 영향을 받고 있다는 사실을 항상 염두에 두어야 한다. 그래서 방송심의 담당 기관의 책무는 막중하다. 이들이 수수방관, 복지부동으로 직무태만 행위가 지속하는 한 우리 사회는 병들고 오염되고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할 것이다.

세계가치관 조사(WVSConts. JSP) 기관에서 발표한 내용을 보면, 1981년 이래 40년 동안 한국은 경제가 아무리 성장해도 약자. 소수자에 대한 관용, 타자에 대한 신뢰, 생태 환경에 대한 관심이 그만큼 강해지지 않고 여전히 물질적 성장에 집착하는 사회로 조사되었다.’라고 한다.

이러한 국민의 가치관 변화를 위하여, 사회 일각에서는 인성교육의 중요성을 역설하고 있다. 그러나 이보다 우선 해야 할 부분은 TV 방송의 해악을 막는 것이다. 전파력이 강한 매체의 특성을 간과하고, 일반적인 교육 프로그램이나 연구하고 추진하는 지엽적인 방법으로는 방송 매체를 통해 국가의 품격을 높이고 정의로운 사회를 만드는 일은 요원할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