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권재민 생각하는 자치센터
주권재민 생각하는 자치센터
  • 시정일보
  • 승인 2004.05.14 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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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규 종 (옥수1동 주민자치위원장)
오늘 우리는 국제화 정보화 지방화 시대를 맞아 예측할 수 없는 변화출근길에 잠시 동사무소에 들리려 언덕을 오른다. 5월이라 아침공기는 서늘하고 청량하다. 더욱이 매봉산 자락을 끼고 있는 동네는 막 피기 시작한 아카시 꽃향기와 싱싱한 풀냄새가 어우러져 도심에 위치한 동네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공기가 깨끗하다.
어린이날 행사와 어버이날 행사로 심신이 지쳐있을 동 직원들의 근황도 살피고 위로해 주려고 나선 길이라 발걸음이 가볍다. 이른 시간임에도 민원인 몇이 담당 직원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고, 직원들은 저마다 열심히 일하고 있는 모습에 활기차다. 이 곳 출신도 아니고, 이 동네에 살지도 않으면서 나보다 더 이 동네를 위해 애쓰는 이 분들이 고맙다고 늘 생각하고 있는 터이지만, 어떤 공식적인 모임 인사말에서도 이런 생각을 말한 적도 없다.
옛날부터 관은 민으로부터 ‘불가근불가원(不可近不可遠)’의 대상이 돼 지금까지도 별반 인식이 바뀐 것 같지는 않다. 그러나 동사무소에 마련된 자치센터로 인해 관·민이 자연스레 접촉할 기회가 많아져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고 친근함도 가지게 된 것 같다. 이 하나만으로도 주민자치위원회의 탄생은 축복받을 만 하다. 자치센터가 마련되기 전에는 동사무소는 그저 볼일 있는 주민이 마지못해 홀연히 나타났다, 홀연히 사라지는 그런 삭막한 풍경이 이어져 왔을 뿐이다.
경쾌한 음악이 2층 다목적 방에서 아래층으로 울린다. 업무에 지장이 있지 않을까. 하지만 직원들 누구의 얼굴에도 짜증스런 표정은 보이지 않는다. 오전 일찍 시작되는 스포츠댄스가 시작되고 있는가 보다. 동장과 차를 한 잔 나누면서 말없이 웃음 짓는다. ‘주권재민(主權在民)’. 풀뿌리 민주주의를 다시 한번 깊이 음미해 본다.
미미한 시설, 열악한 재정상태, 좀 더 많은 걸 주민들에게 돌려주고 싶은 욕망. 그러나 미완성의 오늘이 좋다. 끊임없는 노력이 있고, 주민자치위원회는 영원하다고 믿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