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묘지가 근현대 역사ㆍ문화가 숨쉬는 박물관으로 변모
공동묘지가 근현대 역사ㆍ문화가 숨쉬는 박물관으로 변모
  • 신일영
  • 승인 2024.06.13 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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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트행정 / 중랑구 '망우역사문화공원'
추석 명절 즈음에나 성묘객들의 발길이 이어지던 공동묘지가 전국에서 주목하는 명소로 탈바꿈했다. 
추석 명절 즈음에나 성묘객들의 발길이 이어지던 공동묘지가 전국에서 주목하는 명소로 탈바꿈했다. 중랑망우공간 주변에 봄 벚꽃이 흐드러지게 피어 있다. 

 

민선7ㆍ8기 류경기 구청장 역점사업
골격부터 콘텐츠까지 튼실하게 채워

나무 하나 없이 산 전체가 묘지로 뒤덮여 있던 황량한 공동묘지가 대한민국 근현대 역사와 문화를 아우르는 산실로 찬란하게 탈바꿈했다. 추석 명절 즈음에나 성묘객들의 발길이 이어지던  공동묘지가 ‘공동묘지’라는 부정적 인식에서 벗어나 연간 66만여명이 찾는 전국에서 주목받는 역사문화박물관으로 변모한 것이다. 

특히 이곳은 힐링명소로도 이름이 높다. 온갖 다양한 꽃들이 화려한 자태를 뽐내는 봄. 짙은 녹음을 만끽하며 더위를 식혀주는 여름 산책로. 형형색색으로 물든 가을 단풍. 하얗게 내린 눈으로 뒤덮인 공원은 흡사 겨울왕국을 보는 것 같다. 

 

공원이 오늘날의 면모를 갖추기 시작한건 민선7기 류경기 구청장 때부터다. 망우역사문화공원의 시초 격인 망우리공동묘지 모습.
공원이 오늘날의 면모를 갖추기 시작한건 민선7기 류경기 구청장 때부터다. 망우역사문화공원의 시초 격인 망우리공동묘지 모습.

공원이 오늘날의 위상과 면모를 갖추기 시작한 건 민선7기 류경기 구청장 때부터다.

그 전까지 1973년 망우리공동묘지 폐장. 1997년 망우리묘지공원으로 이름 변경. 1998년 망우리공원으로 이름 변경 등 몇차례 이름을 바꿨지만, 사실상 공원으로서의 모습을 갖췄다고 보기는 어려웠다.

류경기 구청장은 민선 7기 공약으로 “망우역사문화공원 조성”을 내세웠고, 취임 후 기본 골격을 세우며 대대적 정비를 시작했다. 

또한, 민선8기에도 “망우역사문화공원을 전국 최고의 명소로 조성”을 공약으로 내세우며 취임 후 다양한 부문에서 콘텐츠를 채웠다. 

구는 2020년 7월 서울시로부터 공원 관리 사무를 위임받고, 2021년 3개팀 15명으로 전담부서인 <망우리공원과>를 신설해 본격적인 공원 관리에 나섰다. 22년 2월에는 묘지관리사무도 위임받았다. 소유와 관리 주체가 서로 달라 자칫 관리에 소홀할 수 있었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의미 있는 대목이다. 4월에는 ‘중랑망우공간’을 개관하고, 공원 이름도 ‘망우역사문화공원’으로 변경했다. 

구가 먼저 착수한 일은 묘역 발굴이다. 21년 3월부터 12월까지 주요 인물 발굴 작업에 착수해 21인을 추가 발굴하는 성과를 올렸다.

이와 함께 공원 내 81명의 유명인물과 기념비 2개를 총람화하는 등 유명 역사인물의 데이터베이스도 구축했다. 

공원의 랜드마크 중랑망우공간. 

진입로 경관 등 방문객들을 위한 공원정비작업에도 힘을 쏟았다. 22년 1월부터 12월까지 망우역사문화공원 입구에서부터 중랑망우공간에 이르는 400m 구간에 경관 조명과 BI채널문자, 공원등을 설치하고 도로도 깔끔하게 포장했다. 23년 1월부터 11월까지는 공원 내 좌측 순환도로 2.9km구간에 LED 공원등 78개를 설치했고, 오는 6월 말에는 서울시 구간(타원형의 산책로는 서울시 구간과 구리시 구간으로 나뉘어져 있다.) 산책로의 안전보행로 1차 조성작업도 완료된다.

현재 보행로는 차량과 보행자 구분이 없어 자칫 안전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 이를 사전에 방지하기 위해 보행자 전용 데크로드를 조성하는 것이다. 내년 하반기까지 서울시 구간 보행로 정비를 완료한다는 목표다.

공원을 편히 방문할 수 있도록 접근성도 강화했다. 지난해 6월부터 운행을 시작한 무료 셔틀버스는 경의중앙선인 양원역과 중랑망우공간을 하루 19회 운행하며 교통편의를 돕고 있다. 특히 노약자와 어린이들이 더욱 편하게 방문할 수 있게 됐다. 언덕에 위치한 지리적 특성과 가까운 정류소가 없어 대중교통을 이용한 방문이 쉽지 않았던 점을 고려하면, 주목할 만한 성과다. 

오는 6월 말에는 서울시 구간 산책로의 안전보행로 1차 조성작업도 완료된다.

‘중랑망우공간’ 랜드마크로 우뚝
국토대전 ‘대한건축학회장상’ 수상

지난해 12월엔 서울 시내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중랑전망대를 새롭게 단장했다. 전망대를 찾는 방문객이 지속적으로 증가해 기존 면적 70㎡에서 300㎡로 확장하면서 30인 이상의 관람객들을 수용할 수 있는 스탠드식 휴게공간을 조성하고, 층별로 전망대를 나눠 다양한 경관을 감상할 수 있도록 했다.

또한, 안전하게 도시경관을 조망할 수 있는 다목적 전망대와 태극문양 포토존 조성, 경관조명을 설치해 볼거리도 더했다.

전시와 행사도 수시로 진행한다. 망우역사문화공원의 랜드마크인 중랑망우공간에선 기념 콘서트, 전시회, 교육문화프로그램 등 이름에 걸맞는 굵직한 문화행사를 수시로 열고 있다.

매년 광복절마다 ‘8.15 광복절 기념 한여름밤 음악회’를 열고, 봄·가을엔 ‘망우 콘서트’를 연다. 중랑망우공간 2층 전시실에선 연 2~3회 ‘중랑망우공간 기획전시’를 개최하며, 2층 교육실에선 전시 연계 교육 프로그램도 수시로 진행한다. 

또한, 해설사가 있는 망우역사문화공원 올인원투어와 문화해설사의 집 등도 운영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이 빛을 발해 다양한 분야에서 상을 수상하는 성과를 올렸다. 중랑망우공간은 2022년 서울시로부터 연거푸 건축상을 수상했다. 2022년 제40회 서울시 건축상 완공부문에서 ‘건축상 우수상’과 ‘시민 공감 특별상’을 수상했다.

또한, 개관기념 영상은 서울시 좋은빛상 공모전 미디어파사드 콘텐츠 분야에서 ‘우수상’을 수상했다. 2023년에는 국토교통부 주관 대한민국 국토대전에서 ‘대한건축학회장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주민들 봉사단 결성해 일대일 묘역관리
연 66만명 찾는 역사ㆍ자연ㆍ힐링 명소로

뿐만 아니라, 주민들도 공원관리에 힘을 보태고 있다. 근현대 유명인사의 묘역을 주민들이 일대일로 맡아 보살피는 ‘영원한 기억봉사단’ 활동이 그것이다. 58개 단체 317명으로 구성된 봉사단은 안장된 근현대사 역사인물 80여명의 묘소를 돌보고, 그들의 발자취를 널리 알리는 홍보 역할까지 수행한다. 

구의 이런 노력들로 공원을 찾는 주민들이 늘며 공원 또한 대내외적으로 위상이 높아지고 있다.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시리즈의 저자 유홍준 교수는 지난해 10월25일 출간한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12권에서 ‘망우리 별곡’을 주제로 공동묘지에서 망우역사문화공원으로의 변모 과정을 담기도 했다.

류경기 중랑구청장은 “망우역사문화공원은 울창한 숲과 산책로에 역사적 의미까지 골고루 갖추고 있다. 우리 중랑구가 주도적으로 이 공간을 가꿀 수 있어 기쁘다”라며, “근대화와 일제강점기, 한국전쟁 등 격동의 시기에 나라를 위해 헌신한 분들이 잠들어 계신 만큼, 인물들의 삶과 정신을 우리 삶에 녹여내는 일에도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망우역사문화공원을 ‘망우(잊을 망(忘), 근심 우(憂))라는 이름 그대로 누구나 찾아와 근심을 덜어내는 공간, 대한민국 근현대사를 배우고 이야기하는 대표적인 역사문화공원으로 키워가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신일영 기자 / sijung1988@naver.com

 

류경기 구청장이 지난 3월1일 류관순 열사 합장분묘에서 3.1절 기념행사를 거행하고 있다.
류경기 구청장이 지난 3월1일 류관순 열사 합장분묘에서 3.1절 기념행사를 거행하고 있다.

역사의 상처 보듬는 치유의 공간
서울시 미래유산 지정…유관순 등 80여 명 영면

망우역사문화공원의 시초인 망우리공동묘지는 서울 동서남북에 있던 공동묘지의 터가 부족해지자 1933년 조성된 곳이다. 경성부는 망우리 일대의 임야 75만평을 매입하고, 그중 52만평을 묘역으로 조성했다. 1950년 6.25 전쟁 당시 서울 시내에서 발생한 시신들까지 이곳으로 옮겨 이장, 전쟁의 상처까지 보듬게 됐다.  

1933년 조성 후 1973년 폐장될 때까지 추석명절이면 전국 각지에서 모여든 성묘객들로 발디딜 틈 없을 정도였다. 1990년대 망우리공원에 묻힌 위인들의 얼을 기리자는 움직임이 이어지면서 1997년부터 독립운동가와 문학인 등 15명 위인 무덤 주변에 추모비가 세워지고 1998년 망우리공원으로 이름을 변경했다. 

이후 민둥산에 울창한 숲이 형성되듯이 공원에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지기 시작했다. 조상의 묘를 찾던 묘지에서 시민들이 운동과 산책, 여가를 즐기는 힐링공간으로 거듭난 것이다.

2013년 서울시 미래유산으로 지정되고, 2016년 망우리 인문학길 사잇길 2개 코스가 조성되며, 근대인문학의 보고(寶庫)로 변모했다. 

잠든 인물들의 면면은 굳이 설명이 필요없을 정도다. 3ㆍ1운동의 상징 유관순 열사, 만해 한용운, 도산 안창호 선생 등 애국지사 33인과 어린이날을 제정한 소파 방정환, 목마와숙녀로 유명한 시인 박인환 등 문화예술분야 인물 16인을 포함해 대한민국 근현대사를 이끌어간 상징적 인물 80여명이 잠들어 있다.  

울창한 숲과 4.7km의 산책로는 계절마다 각양각색의 매력으로 주민들에게 휴식을 주는 힐링공간의 역할도 하고 있다. 

2022년 문을 연 공원 랜드마크인 중랑망우공간은 지상 2층 연면적 1247㎡(약 377평) 규모로 카페, 전망대, 전시관, 교육실 등을 갖췄다. 망우공간을 지나면 공원의 시작점인 유명인사 인물가벽과 유관순 열사를 가장 가깝게 추모할 수 있는 이태원묘지 무연분묘합장묘역이 자리하고 있다. 유관순 열사가 연고 없는 묘라는 사실에선 가슴이 먹먹해진다. 

구는 매년 3.1운동과 광복절 기념행사 등을 이곳에서 개최하며 넋을 기리고 있다.
신일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