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에 발 붙이지 못하는 MZ, 달라진 문화로 품어야
공직에 발 붙이지 못하는 MZ, 달라진 문화로 품어야
  • 양대규
  • 승인 2024.06.27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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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직 떠나는 MZ세대, 국가 행정의 허리가 사라진다
김승호 인사혁신처장(앞줄 가운데)이 지난달 8일 충북 진천군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에서 열린 전국 지역인재 7급 수습직원 간담회에서 참석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김승호 인사혁신처장(앞줄 가운데)이 지난달 8일 충북 진천군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에서 열린 전국 지역인재 7급 수습직원 간담회에서 참석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시정일보 양대규 기자] 최근 5년 미만 신규 공무원들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대한민국 공직 사회를 이끌어 갈 인재들이 현실에 등을 돌리고 있다.

행정안전부 발표에 따르면 2019년부터 2022년 사이 5년 미만 저연차 공무원 퇴직자 수가 약 2배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요즘 누가 공무원 하나요. 악성 민원에 연봉도 복지도 낮은데요” 한 주민센터 공공복지팀에 근무하는 3년차 공무원이 전한 말이다.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가 본격화되는 시기와 맞물러 젊은 공무원들의 공직 이탈은 미래 국가 행정 운영의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

올해 서울시 공무원 MZ세대 비율은 46.2%로 절반에 달한다. 공직 사회의 현재와 미래를 위해 새내기 공무원들의 정착이 무엇보다 중요한 시기이다.

최근 대기업 채용에서는 MZ세대 공무원들의 이력서가 눈에 띄게 늘어날 만큼 민간 채용시장에서 이들은 새로운 블루칩으로도 떠오르고 있다.

‘직업 선호도 1순위는 공무원’이 옛 말이 된 현 세태를 맞아 본지는 공직 사회의 주춧돌인 저연차 공무원들의 안정적인 정착을 위한 방안을 모색해봤다.

 

공무원 총조사, 이직 원인 1위 ‘낮은 보수’

올해 공무원 심리상담 ‘악성민원’ 다수

인사혁신처가 발표한 ‘2023공무원 총조사’에 따르면 20~30대 공무원 5명 중 2명은 이직을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직을 고민하는 이유로는 ‘낮은 급여’가 1순위로 나타났다. 이어 ‘과도한 업무량’, ‘경직된 조직문화’ 순으로 드러났다.

최근 5년간 최저임금 인상률과 공무원 보수인상률을 비교하면 최저임금의 경우 평균 3.38% 인상됐으나 공무원 보수 인상률은 1.86% 수준(공통인상률 기준)에 그쳤다.

박중배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수석부위원장은 “10년 전 공무원 월급은 최저 시급 대비 18%정도 높았으나 지난해는 오히려 최저 시급 대비 12% 낮았다”며 임금 격차를 지적했다.

한편 올해 9급 초임 보수는 연 3010만원으로 처음으로 3000만원을 넘기게 됐다.

특히, 8,9급 초임은 공통 인상분 2.5%와 추가 인상분 3.5%를 더해 6%의 인상률을 보였다. 7급은 2.5%를 더해 최대 4.5%까지 인상됐다.

낮은 보수 뿐만 아니라 민원 응대로 발생하는 업무 스트레스도 이들의 이직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한국행정연구원의 ‘2023년 공직생활실태조사’에 따르면 악성민원으로 업무에 지장을 받는다고 답한 8,9급 공무원 수는 절반을 넘었다.

ㄱ구청 공무원노조 지부장은 “공무원 보수도 이직의 원인이지만 악성민원 등 대민업무 스트레스도 신규 공무원들이 공직을 떠나는 현실적 이유”라고 말했다.

그는 올해 신규공무원과의 마음 상담에서 민원 업무 스트레스로 방문한 내담자 수가 절반 이상에 달했다고 말했다.

최근 민원 유형이 다양해지고 고질적인 악성 민원도 반복되면서 이전 세대보다 현 세대들은 민원 업무로 인한 부담을 크게 갖는 추세다.

새로운 부서 배치로 인수인계 기간이 짧은 점도 이들에게 스트레스로 작용하고 있다. 한 주민센터 직원은 “며칠 만에 업무 인수인계를 받고 적응해야 하는 데, 기간이 너무 짧아 직접 매뉴얼을 찾아 수행하는 데 부담이 컸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또한 동료 직원의 장기 휴가나 육아 휴직 등으로 업무를 대신하면서 발생하는 야근과 과도한 업무량도 이들에게 큰 부담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월 20만원 수준의 업무대행수당도 노동 대비 적은 수당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A구청 주무관은 동료 직원이 일일 2시간 육아시간 사용 시 업무를 지원하더라도 별도의 수당도 없다며 불만을 제기했다.

 

<공무원보수위법> 지난 21대 국회 문턱 못넘어

공무원 기본급 정액 인상안, 임금 차별 대안 주목

매년 ‘공무원 보수조정위원회(이하 보수위)’에서는 공무원들의 적정 연봉 인상률을 정하고 있다. 그러나 최저임금위원회와 다르게 보수위에서 정한 인상률은 권고사항이라 실행력을 담보하지 못하고 있다.

이에 인사혁신처 훈령으로 정한 보수위를 국무총리 산하 기구로 격상해 보수위가 의결한 인상안을 내년도 정부 예산안에 의무적으로 반영하자는 <공무원보수위원회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안>이 발의된 바 있으나 제21대 국회에서 문턱을 넘지 못했다.

인사처 관계자는 “더욱 재정당국과의 긴밀한 협의를 통해 공무원보수위원회 심의 결과를 충분히 고려하도록 노력하겠다”며 현상황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한편 박중배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수석부위원장은 “공무원 급여도 하후상박으로 정액 인상 시스템을 도입해 실질적인 임금 상승의 체감 효과 및 근무의욕 고취가 이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호봉이 높은 하위직 공무원들의 경우 올해 인상률 혜택을 받지 못해 임금 상승 효과의 체감도가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해 지난 18일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는 공무원 기본급 정액 인상을 요구하는 ‘공무원 임금투쟁 선포 결의대회’가 열렸다.

이날 발표한 공무원 기본급 31만3000원의 정액 인상 요구안의 경우 이를 직급별 적용 시 9급 1호봉은 16.7%의 임금 상승을, 5급 1호봉은 11.5%의 임금 상승 효과가 나타난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과 대한민국공무원노동조합 총연맹은 기존의 정률제 방식은 직급 간 임금 격차를 가속화시키고 결국 세대 간 임금 갈등을 발생시킬 개연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신규 공무원들이 부담을 느끼는 악성 고질 민원에 대한 기관들의 대책도 최근 이어지고 있다.

서울시교육청은 신규공무원 임용 전 악성민원 예방 및 현장중심 민원대응 역량을 기르기 위한 기본교육훈련을 실시하고 있다.

충청남도청은 민원 부서에서 발생할 수 있는 공무원의 정신적·신체적 피해 예방과 치료를 위한 의료비 및 심리상담비를 올해부터 지원한다.

한편, 인사혁신처는 지난달 8일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에서 전국 지역인재 7급 수습직원을 대상으로 ‘애로사항 청취를 위한 소통간담회’를 가졌다.

이날 이들은 청년세대 공무원에 대한 제도적 지원과 배려의 필요성을 피력했으며 김승호 인사처장은 “청년세대 우수 지역인재들이 공직에 적응을 할 수 있도록 리버스멘토링, 유연근무 등 제도 활성화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인사처는 오는 8월 공직문화 수준진단 및 컨설팅을 실시해 기관별 업무 환경, 조직 내 적응도 등을 객관적으로 분석할 계획이다.

 

김승호 인사처장 “낮은 연봉, 경직된 문화 과제”

핵가족화 된 세대 특성, 달라진 문화 존중해야

김승호 인사혁신처장은 지난 5월 기자간담회에서 젊은 세대들의 공직 기피 현상에 대해 “최근 젊은 공무원들의 공직 기피 현상의 원인은 업무에 비해 낮은 연봉, 경직된 조직 문화에 있다”며 “특히 경직된 조직 문화는 젊은 세대들이 공직 사회의 주축으로 나아가는 데 해결해야 할 과제”라고 밝혔다.

15년 전 공직에 입직한 B구청 홍보팀장은 “요즘 신규 공무원들은 업무나 조직 문화가 적성에 맞지 않으면 새로운 직장으로 도전하겠다는 마음이 있어 우리 때와 다른 것 같다”고 말했다.

한 정신의학과 교수는 MZ세대가 원하는 직장은 투명성과 공정성, 자율성을 보장받는 조직이라고 분석하며 기성 세대로부터 받는 차별과 불이익이 이들이 이직을 결심하게 하는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경직된 조직문화’와 관련해서 인사혁신처는 오는 8월 공직문화 혁신 수립계획을 실행할 계획이다.

김승호 인사처장은 “소위 MZ세대 공무원들은 창의력과 기획력에 있어서 기성 세대보다 뛰어난 모습을 보여준다. 이들이 공직 문화에 적응하도록 개선점을 찾는 데 세대가 함께 노력해야 할 때이다”고 밝혔다.

박중배 전공노 수석부위원장은 “젊은 세대 공무원들은 핵가족화된 사회에서 대면 교류보다 비대면과 온라인이 익숙한 세대이다. 이들이 일선 현장에서 다양해지고 복잡해지는 민원 유형을 접했을 때 업무 부담은 다른 세대보다 높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기업보다 낮은 평균 연봉과 악성 민원 등으로 인한 스트레스, 그리고 기존 공직 사회 내 경직된 소통 구조는 현실적인 사고를 가진 젊은 세대들의 마음을 사로잡지 못하고 있다. 자유로운 연차 분위기, 자기계발 기회 확대 등 최근 정부는 청년 공무원들을 품고자 노력하고 있으나 현실은 녹록치 않다. 세대가 변하면 문화도 달라진다는 자명한 진리 속에서 청년 공무원들이 일하고 싶은 직장을 만드는 데 제도적 지원 뿐 아니라 마음까지 어우를 수 있는 열린 숙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양대규 기자

지난달 22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도전!인사 골든벨' 행사에서 인사혁신처 직원들이 문제를 풀고 있다.
지난달 22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도전!인사 골든벨' 행사에서 인사혁신처 직원들이 문제를 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