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의 풍경 / 문득/ 이충재 시인
詩의 풍경 / 문득/ 이충재 시인
  • 최창일 이미지 문화평론가
  • 승인 2024.06.27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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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정일보]

내 영혼의 문은

찌들린 채 막혀

맑은 물 한줄기 흘러내지 못하고 있다

 

햇살이 먹여 준

숲이 일으켜 세워 준

꽃잎들이 건네준 미소

보드라운 산 공기를 마시고

비로소 내 영혼은 직립보행을 시작한다

 

단단히 막히고 닫힌 영혼의 문을

쉼 없이 들고 난 영혼들이여 형제들이여

부끄럽고 미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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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는 ‘문득’이라는 순간 안의 영감이 작동되는 우주의 일이다. 흙과 보도블록 사이엔 핀 들꽃이나 들풀의 생명력을 보고 ‘문득’ 피안(彼岸)으로 돌아간다. “누구인들 틈새에 낀 인생이 아닌 사람이 있겠는가”를 이충재 시인은 자문하듯 묻는다. 시인 민윤기는 이충재 시인을 들어 시단의 작은 거인이라 했다. ‘문득’의 세상을 보는 눈이 독수리의 시력(詩歷)을 가졌다는 은유이다. 시를 쓰는 것은 청정의 언어만을 고르는 일이다. 시대의 폭풍이 시인에게 상처를 안겨도 시인은 “단단히 막히고 닫힌 영혼의 문을” 부순다. “쉼 없이 들고 난 영혼들“의 형제들에게 ”부끄럽고 미안하“게 살아가는 것이 시인이다. 문득 햇살이 먹여준 숲의 길을 걷고 꽃들이 건네준 미소를 마시는 것이 시인의 기질이다. 평론가인 이충재 시인의 통찰은 시대를 일깨운다.

최창일 이미지 문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