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정칼럼/ ’키오스크’라는 차별과 배제, 당신은 괜찮나요?
시정칼럼/ ’키오스크’라는 차별과 배제, 당신은 괜찮나요?
  • 임춘식 논설위원
  • 승인 2024.07.01 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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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춘식 논설위원
임춘식 논설위원

[시정일보] 눈을 뜨면 새로운 기계가 나타나는 세상이다. 전자 장비가 발달하면서 사람을 대신하여 일하는 기계가 더욱 늘었다. 기차역이나 식당, 전시장 등지에 사람인 양 이용자를 맞이하는 기계가 있다. 사람을 통하지 않고 표를 사거나 주문하는 이것을 흔히 키오스크(kiosk)라고 부른다.

어쨌든, 신문, 음료 등을 파는 매점’을 뜻하는 영어단어로, 정보 통신에서는 정보서비스와 업무의 무인ㆍ자동화를 통해 대중들이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공공장소에 설치한 무인 단말기를 말한다.

공공시설, 대형서점, 백화점이나 전시장, 또는 공항이나 철도역 같은 곳에 설치되어 각종 행정절차나 상품정보, 시설물의 이용 방법, 인근지역에 대한 관광 정보 등을 제공한다. 대부분 키보드를 사용하지 않고 손을 화면에 접촉하는 터치스크린(touch screen)을 채택하여 단계적으로 쉽게 검색할 수도 있다.

이용자 편의를 제공한다는 장점 외에도 정보제공자 쪽에서 보면 직접 안내하는 사람을 두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인력 절감 효과가 크다. 특히 인터넷을 장소와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쓸 수 있는 인터넷 전용 키오스크가 관심을 끌고 있다. 그런데도 키오스크는 대부분 고령자에게는 무용지물이 되고 있다

우리는 키오스크라는 말을 자주 듣는다. 그런데 정확히 무엇을 이르는 말인지, 어디에서 온 말인지는 잘 생각해 보지 않는다. 여러 사전을 찾아보면 ‘공공장소에 설치된 무인 정보 단말기’라고 공통되게 설명하고 있다.

대체로 터치스크린 방식을 사용한다거나 정보·통신 키오스크 단말을 이용한다는 설명이 덧붙어 있다. 그렇다. 무인 안내기 중에서도 터치스크린을 사용하는 신문물을 부를 때 우리는 특별히 키오스크라고 한다. 이 말이 매우 낯설지만, 마땅히 대체할 이름이 없다. 사전에서조차 ‘규범 표기는 미확정’이라고 밝히고 있다. 어휘의 보물 창고라는 사전이 아직 감당해 내지 못한 말이다.

고령자가 키오스크를 이용할 때 가장 많이 하는 말이 "뭐지? 뭘 눌러야 하지?"인데, 이런 현상은 눌러야 하는 버튼이 물리적으로 확실히 드러나는 기존 자판기와는 달리 키오스크는 전면이 터치스크린으로 되어 있기 때문이다.

또한 한 화면에 정보량을 깔끔하게 표시하거나 버튼을 채색된 도형같이 면으로 표현하지 않고 단순히 하얀 바탕에 얇은 선으로 윤곽만 표현할 뿐 노인이나 시각 장애인들 같이 인지능력이 저하된 이용자를 위한 명확한 표현 기능이 너무 간소화되어있기에 나타나는 문제가 심각하다.

키오스크는 여전히 유동 인구가 많고 개방된 장소에 설치된다. 상품정보와 시설물을 안내하는 동시에 광고도 하려면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곳이 적절하기 때문이다. 키오스크를 설명한 어떤 사전에든 ‘대중이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이라는 설명이 함께 등장한다. 여기서 주목할 사실은 키오스크가 공공성을 전제한다는 점이다.

그러면 과연 키오스크는 대중이 쉽게 이용할 수 있는가? 공공장소에 세워둬도 될 만큼 대중의 공익에 이바지하고 있는가? 키오스크에는 온갖 외국어가 도배되어 있다. 셀프 오더, 테이크 아웃, 솔드 아웃, 사이즈 업, 더블샷, 사이드와 같은 말을 아무렇지 않게 쓴다.

온통 외국어로 적혀 있는데도 항의하는 사람이 거의 없는 것은 더욱 놀랍다. 최신 문물은 응당 외국어로 되어 있다는 뜻인지, 이용에 서툰 사람으로 보이기 싫은 것인지 모르겠지만, 그 기계 앞에서 헤매는 사람은 굳이 연로한 분들만이 아니다. 분야가 조금만 달라지면 누구든지 소외될 수 있다.

요즘 고령자는 키오스크 사용법을 익히는 교육을 더러 받는다. 같은 버튼을 여러 번 누르다가 햄버거 8개를 받았다는 웃지 못할 이야기도 있다. 내내 마음이 개운하지 않다. 실습용 키오스크, 키오스크 활용 수업, 키오스크 디자인과 같이, 하소연하는데도 여전히 키오스크라는 말이 쓰이기 때문이다.

디지털 기기와 익숙하지 않은 고령층만 난해한 상황을 겪는다. 최근 인력이 부족하다 보니 대응 방법으로 키오스크 활용이 늘어나는 것 같은데, 어쩔 수 없는 사회 추세라고 봐야 한다. 과도기라고도 볼 수 있는 상황인데 어르신들이 이 추세를 따라가기가 어려운 것이 문제이다. 특히 고령층이 키오스크를 사용하지 못하는 데에서 '심리적 위축감'을 느낄 수 있다. 다른 사람은 잘 사용하는데 나만 왜 못할까'라는 생각에서 비롯되는 위축감이 올 수 있다

코로나19 확산 시기를 거치면서 전국적으로 키오스크가 급속하게 보급되는 추세다. 위생과 안전, 효율과 편리를 추구하는 동안 키오스크는 장애인과 고령층 등 사회적 약자를 배제하고 차별의 또 다른 상징이 됐다. 정부는 문제점을 개선하겠다며 다양한 대책을 내놓았지만 대부분 실효성이 떨어진다.

정부가 ‘장애인·고령자 등의 정보 접근 및 이용 편의 증진을 위한 고시’를 통해 분류한 키오스크를 보면 무임발권, 결제, 주문, 체크인 등 모두 16종에 달한다. 여기에 각 분류별로 업종 특성에 따라 키오스크가 많게는 수십여 종으로 다시 나뉜다. 이미 일상생활에서 워낙 광범위하고 다양하게 키오스크가 쓰이고 있는 탓에 일일이 숫자를 헤아리기도 어렵다.

정부와 정치권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장애인·노인 등의 키오스크 사용 문제를 현실적으로 해결하기엔 한계가 있다. 키오스크 기술 표준의 경우 기기의 구조나 기능 등 하드웨어 측면에서는 표준이 마련됐지만, 현재 시급한 건 소프트웨어 표준을 마련하는 일이다.

키오스크가 워낙 다양하다 보니 소프트웨어도 제각각이라 키오스크가 바뀔 때마다 사용법을 그때그때 즉석에서 다시 익혀야 하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가뜩이나 키오스크 사용이 어려운 장애인·노인 등에겐 이중고다.

어쨌든, 장애인·노인 등이 키오스크를 사용할 때는 좀 더 기다려주고 배려하도록 사회 인식이 전반적으로 개선돼야 한다. 키오스크 제조업체나 자영업자들도 배리어프리 키오스크 등을 비용 지출보다는 잠재적인 고객 확보를 위한 투자로 인식해 법규제와 상관없이 도입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한남대 명예교수, 사회학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