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의 풍경 / 빗소리는 말을 한다/ 노해임 시인
詩의 풍경 / 빗소리는 말을 한다/ 노해임 시인
  • 시정일보
  • 승인 2024.07.04 1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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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정일보]

차창에 깨를 볶듯
톡톡거리는 빗소리가
한 의식을 깨운다

혼곤히 잠들었던 영혼의
얼굴들이 기지개를 켠다
‘무엇이 되어 살고 싶냐고’

무수한 질문들이
몸을 헤집는다

싱싱한 빗소리는
나의 육신을 타고
어느새 깊숙한 의식 되어
인생을 이야기한다

삶은 빗소리만큼이나
의미가 있는 것이라고

무의식 속에 존재하는
한 생의 의미를 읽을 수 있기를
말. 한.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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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은 눈과 비에 ‘사상(思想)’을 넣어서 창조했다. 창문에 부딪히는 비에서 노해임 시인은 비의 생각을 읽는다. 청단풍 같은 손바닥으로 비의 이마를 짚어줄 수 있는 것이 시인의 위력이다. “싱싱한 빗소리는 시인의 ”육신을 타고 어느새 깊숙한 의식이 되어“ ”인생을 이야기한다“
비는 한 줌의 무게로 다가가 삶의 가슴을 쓰다듬는다. 가장 아름다운 존재, 깊은 ‘비’ 나라에 고요히 갇힐 수 있으면 좋겠다는 시인이다. 
여름비는 별리의 정한으로 버림받음과 결별을 자청하고 어느 창가에 톡톡거린다. 속되지 않고 숭고해지는 빗소리를 시들에 모아들이는 노시인. 억압의 세상에 지연적(遲延的) 잠재화를 통해 존재하는 의미를 새기게 한다. 빗소리에 뭉게구름이 보이는 현상은 무엇일까?
최창일 이미지 문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