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 인구전략부, 삶의 질 높이는 ‘저출생 지혜부서’ 만들라
사설 / 인구전략부, 삶의 질 높이는 ‘저출생 지혜부서’ 만들라
  • 시정일보
  • 승인 2024.07.04 1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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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정일보] 정부가 저출생·고령사회 대응, 인력·이민 등 인구정책 전반을 담당하는 인구전략기획부를 신설한다. 정부의 부처 간 인구위기 대응 정책을 조사·분석·평가하고 저출생 정책에 대한 예산 배분·조정을 맡는 부총리급 지휘부서다.

기획재정부는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 예산 편성 시 인구전략기획부의 조정을 반영한다. 정부는 이달 중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발의, 공표할 예정이다. 필요한 조치가 너무 늦은 감은 있으나 정부의 단호한 의지의 정책으로 기대를 모은다.

한국의 2023년 합계출산율(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하는 아이 수)은 0.72명으로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 수준이다. ‘집단자살사회’(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 총재), ‘흑사병 때보다 빠른 인구 감소’(뉴욕타임스) 등 전 세계가 한국의 인구 감소를 의아한 시선으로 바라본다. 반면 정부는 2006년부터 지난해까지 저출산 대응에 380조원을 쓴 바 있다. 이 기간 출생아 수는 45만명에서 23만명으로 반토막 났다. 저출산 담당인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가 제 기능을 못 했다는 표본이다. 각 부처에서 파견된 공무원들이 1~2년 근무하고 떠난다. 전문성을 기대하기 어렵고 예산 편성 권한도 없는 것이 원인이다.

저출생은 이제 정부의 고민을 지나서 나라의 존폐가 걸렸다. 생산가능인구(15~65세) 감소와 인구 고령화에 따른 세수 감소다. 거기에 의료·복지 등 재정지출 증가에 따른 재정적 압박 가중 등이 필연적이다. 우리나라는 내년이면 전체 인구에서 65세 이상 인구가 차지하는 비율이 20%가 넘는 초고령사회다. 노인 기준 나이(65세) 상향 등 초고령사회에 걸맞은 제도 개선을 서둘러야 한다.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자살률 1위다. 과도한 경쟁과 이에 따른 박탈감에서 해방돼야 청년들이 결혼과 출산을 생각할 수 있다. 인구전략기획부의 목표는 저출생을 넘어 대한민국의 삶의 질을 획기적으로 끌어올리는 데 둬야 한다.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갈등을 넘어서는 복합적 해결 방안을 마련하고 추진할 수 있도록 여야 정치권부터 힘을 모아줘야 할 때다. 새롭게 만든 부처는 관련 부처와 소통하는 데 각별한 노력이 필요하다.

인구전략부 신설은 입법사항이다. 지난 총선에서 여야는 저출생 전담부처 설치를 공약으로 내걸었다. 이념·성별·세대를 떠나 국민적 지지도가 큰 터라 법 개정은 순탄할 것으로 본다.

다만 부처 신설이 사회부총리를 교육부에서 인구전략부로 옮기고 정부의 ‘몸집 불리기‘에 그쳐선 안 된다. 그동안 대통령직속기관으로 작동했으나 왜 효과가 없었는지를 철저히 돌아봐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출산의 기본은 삶의 질을 높이는 것이고, 자살의 원인을 분석하는 것도 인구전략부의 명실상부한 방향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