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국제선거 참관기 : 세계 각국의 선거 풍경
특별기고/ 국제선거 참관기 : 세계 각국의 선거 풍경
  • 장인식 사무총장 (세계선거기관협의회)
  • 승인 2024.07.05 1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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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인식 사무총장 (세계선거기관협의회)
장인식 사무총장

[시정일보] 어느덧 2024년도 절반이 흘렀다. 연초부터 ‘슈퍼선거의 해’라는 의미를 부여받았던 2024년답게 상반기에도 인도, 인도네시아, 유럽연합 등 세계 곳곳에서 수많은 선거가 치러졌다.

지난 28일에는 몽골의 국회의원 선거가 있었다. 몽골은 이번 선거를 앞두고 2023년 헌법과 국회의원 선거법을 개정하며 선거제도에 큰 변화를 주었다. 우선 기존 76석이던 국회의원 의석을 126석으로 대폭 확대하고 일부 의석을 비례대표로 선출하는 혼합 선거제를 도입했으며, 여성 후보자 추천 비율을 30%로 의무화하여 선거제도의 비례성과 다양성을 확대했다. 그리고 재외투표를 다시 도입하여 유권자들의 참정권 보장에도 진전을 이루었다. 그중에서도 한국의 재외 투표자수가 최대임을 확인하였다. 몽골 선거위원회는 선거법 개정 후 처음 치러지는 이번 선거를 위해 각 국 선거참관단을 초청하였고 세계선거기관협의회(Association of World Election Bodies, A-WEB) 참관단 역시 그 초청에 응하여 본 필자가 이번 몽골 국회의원선거를 직접 지켜볼 수 있는 기회를 가졌다.

오전 7시부터 저녁 10시까지 진행되는 투표는 비교적 질서 있게 진행되었다. 유권자들 중에는 몽골 전통복장을 차려 입은 사람들이 많았으며, 이들은 투표소 사무원의 안내를 받아 질서 있게 자신의 차례를 기다렸다. 몽골투표소의 풍경 중 가장 인상적인 것은 두 개의 전자기기, 바로 모니터와 개표기계였다. 몽골은 이미 1990년대에 유권자 신분확인과 개표에 정보기술(IT)을 도입하였는데 투표소에서 유권자가 신분 확인을 위해 지문을 입력하면 본인의 사진이 투표소 입구 모니터에 크게 현출되어 지정석에 앉은 참관인들도 모니터 사진과 유권자를 대조하며 본인 여부를 확인할 수 있었다. 이 모니터에는 실시간으로 해당 투표소의 투표율, 연령과 성별 투표율도 함께 표시되었다. 또한 기표 후 유권자는 투표지를 투표함이 아닌 개표기계로 직접 투입하는데, 투표시각 종료 이후 이 개표기를 이용해 투표 결과를 바로 확인할 수 있다고 한다.

몽골의 선거관리에서 인상적이었던 점은 전자적 모델과 수작업을 동시에 사용한다는 것이다. 유권자는 지문을 기기에 읽혀 온라인 데이터베이스로 본인확인을 하지만, 유권자 명부에 펜으로 서명도 하고 투표 후에는 손톱에 특수 펜을 칠해 중복 투표의 가능성을 이중 삼중으로 차단한다. 이렇게 여러 번의 절차를 거쳐 선거를 관리하는 과정은 선거관리의 투명성과 신뢰성을 높이는 조치라고 느껴졌다.

A-WEB은 전 세계 119개 선거관리기관을 회원으로 하는 기구이다 보니 ‘슈퍼 선거의 해’인 2024년은 A-WEB 회원기관 대다수에게 몹시 바쁜 해이다. 하지만 바쁜 와중에도 각 기관들은 자국의 선거 참관 프로그램에 A-WEB 사무처 전문가들을 필두로 타 회원기관 선거 관계자들을 함께 초청하여 서로의 선거를 관찰하고 개선점을 찾는 교류를 이어왔다. 다수의 선거를 참관하다 보면 각 나라의 선거제도와 관리 방식은 그 나라의 고유한 문화를 반영하고 있음을 알게 된다. 이번 기회를 맞아 그간 A-WEB 사무처에서 참관했던 선거들 중에서 특색 있는 선거 문화 몇 가지를 소개해 본다.

태국의 음주 선거 방지

태국에서는 투표일과 사전투표일 각각 전날 저녁 6시부터 투표 당일 저녁 6시까지 24시간 동안 주류 판매가 중단되며, 연회 등에서도 주류 제공을 금지한다. 최근 방문했던 몽골 사례도 유사하다. 위반 사실이 적발되면 6개월 구금 또는 1만 바트 (한화 약 37만원)의 벌금이 부과된다. 선거사고를 방지하기 위한 취지로 이해된다.

인도네시아, 세계 최대 단일 선거

인도네시아는 2024년 5개 선거를 동시에 실시했다. 세계 4위의 인구 대국인 인도네시아는 유권자가 2억 명이 넘고 국내 투표소만 해도 82만 개가 넘는다. 동시 선거를 위해 제작된 투표용지 수는 10억장이 넘었다. 대통령 및 부통령 선거, 국회의원 선거, 지역대표 위원회 의원 선거, 주 지방의회 의원선거, 시/군 의회의원 선거가 단 하루에 치러진 점이 주목할 만했다.

유권자들에게 친절한 대만

대만은 보행이 불편한 유권자를 위해 임시 경사로를 설치해서 활용한다. 또한 투표 마감 시간이 다가오면 투표 사무원은 이를 투표소 앞에서 별도로 알려준다. 투표용지에는 후보자들의 사진을 인쇄하여 문맹 유권자를 지원하며, 대형 개표 집계표를 활용해 유권자들에 실시간으로 개표 정보를 전달한다.

유권자의 프라이버시를 존중하는 루마니아

동유럽에 위치한 발칸반도 최대 국가인 루마니아는 투표소 안팎에서 유권자의 개인정보 보호에 철저하다. 보통 투표소 입구에 게시되어 있는 유권자 명부도 개인정보 보호를 이유로 게시되지 않으며, 투표함과 기표대 모두 비밀투표 원칙을 철저히 지킬 수 있도록 고안되어 있다.

구치소에서도 투표가 가능한 도미니카공화국

2020년부터 같은 해에 모든 전국 선거를 실시해 온 도미니카공화국에서는 최종 유죄판결을 받지 않은 재소자도 투표에 참여하도록 하고 있었다. 이를 위해 2016년부터 검찰, 교정국 및 민주인권연구소가 협력하여 재소자 투표를 시행하고 있다.

이렇게 세계 각국의 선거는 그 나라의 역사, 사회, 정치적 배경을 반영한 또 하나의 문화로서 자리 잡고 있다. 대한민국(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 주도해 올해 창립 11주년을 맞은 A-WEB은 세계 최대 선거관리 분야 협의체로서 앞으로도 세계 각국의 선거 문화와 사례를 공유하는 선거관리 플랫폼의 역할을 확대하여 회원기관들이 관리하는 선거제도· 기술· 정보 등을 공유하는데 최선을 다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