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미래는 있다
한국의 미래는 있다
  • 시정일보
  • 승인 2004.05.20 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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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전 떨쳐 일어났던 ‘대~한민국’이 사라지고 있다. 국민은 보수와 진보로 나뉘었고, 서로를 인정하지 않는 마음은 철의 장막보다 굳건하다. 석유 값은 하루가 다르게 오르고 모험과 창의, 진취를 기본으로 해야 할 기업들은 이미 기업가 정신(Enterprise)을 잃었다. 그저 “돈 있으면 건물이나 사서 임대만 하고 싶다”고 말할 정도이다.
위기이다. 하지만 정부는 (의도를 갖고)위기를 확대생산하지 말란다. 현실인식이 잘못된 것인지, 아니면 정부마저 위기를 인정할 경우 국민 혼란이 우려된다는 ‘김성일 식’ 판단에서 비롯한 것인지 분간이 어렵다. 위험과 기회라는 말로 위기를 곧잘 표현하지만, 정부의 자세가 만일 ‘김성일 식’ 판단에서 출발했다면 치러야 할 대가가 무섭게 느껴진다. 그렇다면 2000년에 접어든 지 불과 4년여 만에 한국은 없는 것인가. 혹자들은 한국에 미래가 없다고 얘기한다. 기업은 외국으로 나가고, 교육의 수준은 떨어지고, 역사를 만들어 간다는 사명감이 없어지는 상황을 고려하면 ‘한국은 없다’는 말이 솔깃하게 들린다.
그러나 지난 14일 한 자치구의 일을 보면 아직 그렇게 절망적인 상황은 아닌 것만 같다. 이날 그 자치구에는 ‘70억’원이란 거금으로 발족한 장학회 설립보고회가 열렸다. 연 이자만 해도 2억8000만원인, 자식보다 귀중할 수도 있는 그 돈이다. 그 사람은 건물이나 사면 임대수입만으로도 편하게 먹고 살 수 있다는 생각을 못할 정도로 아둔한 사람일까. 그렇지는 않다. 그 역시 돈이 무엇보다 소중하고 귀한 가치임을 안다. 자신이 경제적으로 어려워 젊은 시절 겪은 고난 때문에라도.
그런데 참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70억원 쾌척 기사가 나가자 일부 네티즌은 ‘택시기사들을 얼마나 괴롭혔으면’이라는 둥, ‘우리 삼촌도 택시기사인데 겨우 겨우 산다’는 둥 비난을 해댔다. 그는 칭찬받을 일을 하고도 매도를 당하는 어이없는 일을 당하고 만 것이다.
이날 그 자치구 행사에서 국회의원 P씨는 “선생 같은 분 있으면 대한민국의 미래는 있다”고 단언했다. 그 말이 맞다. 이상한 일이 난무하고 있지만 애써 번 돈을 돈이 없어 학업을 포기해야 하는, 절박한 학생에게 기꺼이 주는 하느님보다 부처님보다 훌륭한 그런 사람이 있다면, 또 이어진다면 대한민국에는 희망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