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지적과장의 공익요원 끌어안기
어느 지적과장의 공익요원 끌어안기
  • 시정일보
  • 승인 2004.06.03 1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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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성!”
구청 지적과에 난데없이 ‘충성’을 외치는 목소리가 우렁차다.
순간 깜짝 놀라는 건 기자와 민원인들 뿐 지적과내 공무원들의 얼굴엔 놀라는 기색이 전혀없다.
이어 지적과장도 처음 보다는 조금 작은 목소리로 “충성!”이라고 외친다.
그리고 잠시 그들만의 짧은 대화가 오간 뒤 상황은 종료된다.
구청 그것도 지적과에서라면 더더욱 상상하기 힘든 광경이 동작구청 지적과에선 매일 펼쳐진다. 공익근무요원과 이들을 맡고 있는 지적과장 사이에서 펼쳐지는 출·퇴근 인사법인 것이다.
“어느 누구보다 생산적이고 창조적이어야 할 청년들이 여기저기 무리지어 서성거리고, 할 일없이 컴퓨터만 똑딱거리고 있는 나른함이 안타까워 이들에게 작은 긴장감을 조성시켜 주고 있다”는 것이 지적과장의 말이다.
그 뿐만이 아니다. 지적과에 소속된 공익근무요원들은 좀 색다르다.
각자 자신의 미래를 설계하고 있다. 물론 모든 시간을 다 그렇게 할 순 없지만 짬짬이 공부를 하고 싶은 요원은 공부를, 기술을 배우고 싶은 요원은 기술을 배운다.
지적과장은 이들이 공익근무요원으로 보내는 시간을 나른하게 낭비하는 것이 못내 안타까워 이들의 미래 조언자로 나서기로 했다고 한다.
지적과내 편성된 공익요원에 한해서는 그들 나름대로의 고민을 함께 하고 풀어 주는 몫을 자신의 몫으로 만든 것이다.
그러다보니 지적과장은 공익요원 하나하나에 대해 모르는 것이 없다. 무엇을 하다가 왔는지, 앞으로 무엇을 하고자 하는지, 심지어 가정형편이 어떠한지 까지. 지적과장이 이렇게 관심을 쏟다보니 스스럼없이 고민을 털어놓는 공익요원도 있다.
공익근무요원의 이탈을 막기 위해 지급했다는 ‘전자칩 목걸이’와는 전혀 다른 이야기다.
이 이야기를 듣는다면 세상을 조화롭고 아름답게 만드는 것이 ‘전자칩 목걸이’가 아니고 그 대상과 ‘하나’되는 것이라는 걸 지하철공사도 곧 알게 되지 않을까 싶다.
金惠蘭 기자erteus1004@siju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