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걷다 만나는 ‘소박한 휴식’
길을 걷다 만나는 ‘소박한 휴식’
  • 임지원 기자
  • 승인 2008.06.19 15:01
  • 댓글 0

우리동네 “놀러와∼” / 제2편 관악구 ‘낙성대’

落星垈’ 강감찬 장군 탄생 기려 이름지어
전통 혼례식장 다양한 문화체험 ‘입소문’
신림동 고시촌과 ‘교육문화거리’ 재탄생

#1. 별이 떨어지다.

떨어질 落 별 星 집터 垈. 귀주대첩의 승리를 이끈 고려 명장 강감찬 장군이 태어나던 948년 한 날, 그의 탄생을 알리는 별이 떨어지다. 이러한 전설에 따라 그가 태어난 곳을 낙성대라 이름 지었다.

서울시는 강감찬 장군의 흔적을 보존하기 위해 지난 1973년 11월부터 1974년 6월10일까지 2년에 걸쳐 대대적인 공사를 진행했다. 사당과 부속건물을 신축하고 봉천동 218번지에 있던 석탑을 이전, 여기에 녹지와 공원 시설을 갖춰 지금의 낙성대를 완성했다. 당시 사괴석으로 409m의 담장을 쌓고 사당 안국사를 지었는데 이것이 낙성대다.


#2. 느리게 쉬어가다.

지하철 2호선 낙성대역에서 내려 4번 출구를 나와 표지판에 의지해 한참을 걷다가 길을 잘못 찾았나 생각들 때쯤 강감찬 장군의 생애가 그려진 벽화를 발견할 수 있다.

낙성대 공원으로 들어가는 길, 강감찬 장군의 동상이 보인다. 동상을 돌아 들어가면 처음 보이는 곳이 낙성대 연못. 분수대에서 시원스럽게 반사되는 물빛은 보는 사람의 기분도 좋아지게 한다. 다가오는 여름, 연못 앞 벤치에 앉아 잠시 쉬어가는 것도 좋을 듯.
연못 뒤로 안국사가 보인다. 안국사는 고려시대 목조 건축양식의 대표격인 영주 부석사 무량수전을 본 따 세웠으며 정면 5간, 측면 2간의 팔각 청기와 지붕이 올려져있다. 장군의 영정을 모시고 있는 안국사는 현재 공원으로 지정돼 관리되고 있다. 안국사 정면에는 외삼문인 안국문과 내삼문이 위치해 있다. 계단을 올라 안국문을 통과하면 나무들이 줄을 이어 장군을 모셔 놓은 사당까지 안내한다. 6월 녹음을 머금은 나뭇길을 걸으면 사뭇 딴 세상에 와 있는 느낌마저 든다.

안국사 왼쪽으로는 석탑이, 오른쪽으로는 기념비가 보인다. 옛 고려 백성들은 장군의 공적을 찬양하기 위해 장군의 집터에 사리탑(舍利塔) 방식의 삼층석탑을 세웠다. 서울시는 삼층석탑이 있던 옛 집터에 유허비를 세워 사적지임을 표시하고 1974년 8월21일 서울특별시기념물 제3호로 지정했다. 이곳이 ‘낙성대유지’다. 이후 삼층석탑은 안국사로 옮겨왔다. 화강암으로 만들어진 4.48m 높이의 낙성대 삼층석탑(유형문화재 제4호)은 13세기경에 조성된 것으로 추정된다.

다시 발길을 돌려 안국사를 빠져 나오면 오른쪽으로 전통혼례식장인 전통야외소극장을 찾을 수 있다. 이곳은 잊혀져가는 전통을 경험할 수 있는 곳으로 구민뿐 아니라 내ㆍ외국인에게 찬란한 우리 고유의 전통문화와 미풍양속을 전하는 서울의 대표적 관광명소다. 결혼을 앞둔 예비부부라면 기존 예식장에서 이뤄지는 짧은 결혼식이 아닌 전통 문화를 직접 체험함으로써 색다른 결혼식을 가져보는 것은 어떨까. 취재 차 이곳을 찾은 주말에도 전통혼례를 치르고 있는 외국인 신랑과 한국인 신부를 만나볼 수 있었다.


#3. 교육·문화로 나아가다.

낙성대길이 교육문화의 거리로 조성돼 신림동 고시촌과 함께 교육특구로의 관악 명물로 자리 잡을 전망이다.

관악구는 인헌초교에서 구민체육센터 진입부까지 구간에 대해 지난 2007년 12월20일 공사를 착공, 올해 10월31일 완공을 목표로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이다. 현재 보도용 판석, 분수대 등 수경시설을 설치 중에 있다.

구 관계자는 “현재 2차 공사구간 및 지중화에 따른 추가사업비 확보를 위해 서울시에 특별교부금 예산 26억원을 요구한 상태”라고 밝혔다.
구는 역사문화 미관지구로 이미 지정돼 있는 낙성대-서울대학교-관악산 공원으로 이어지는 낙성대길을 ‘느리게 걷는 거리’ ‘머물며 쉬는 거리’ ‘머물며 즐기는 거리’ ‘모여서 어울리는 거리’ 등 4개 테마로 조성해 주민들에게 좀 더 멋진 휴식 공간을 제공한다. 이로써 관악구에 역사·교육·문화를 담은 거리가 완성된다.

걷는 거리는 조각, 미술 등 전시공간으로 꾸며지며, 쉬는 거리는 관악산과 연계된 휴식공간과 산책길이 들어서게 된다. 또 즐기는 거리에는 국악 연주, 비보이 공연 등이 열리는 복합문화공간이 생기고, 어울리는 거리에는 차량 통제를 제한한 보행자 광장이 조성돼 낙성대길은 서울시의 대표적 테마거리로 거듭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