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비 가이드라인 지방의원들 분통
의정비 가이드라인 지방의원들 분통
  • 방용식 기자
  • 승인 2008.08.20 1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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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목소리로 ‘지방자치발전 저해’ 비난…서울시의회 “헌법소원 검토”
행정안전부가 산출한 ‘의정비 가이드라인’에 대해 지방의원들이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특히 지방의원들은 가이드라인 마련 과정에서 행정안전부가 직접 당사자인 지방의원의 의견을 수렴하지도 않았다면서 가이드라인은 중앙정부가 지방자치 발전을 저해하고, 훼손하려는 시도라며 강력히 반발했다.
송파구의회 정동수 의원(전 전국시군자치구의회의장협의회 대표회장)은 “지방자치는 생활정치이고, 그 중심에는 지방의회가 있다”면서 “일부의 잘못을 전체로 확대, 당초 지방의 자율성이라는 취지를 살리지 못하고 가이드라인을 마련한 것은 행정안전부가 중앙집권적 사고에 함몰됐다는 증거이다”고 꼬집었다. 그는 이어 “의정비의 높낮이는 지방의회의 다양성으로 인정해야 하며, 의정비의 과다인상 등은 제도정착과 함께 곧 가라앉을 것인데 너무 성급했다”고 말했다.
논란의 단초가 된 가이드라인은 올 9월2일 입법예고를 마친 후 관련 <지방자치법 시행령> 개정안이 국무회의 의결을 마치면 시행된다.

● 전국 198곳 기준 초과, 대폭 삭감 불가피
행정안전부 가이드라인을 적용하면 전국 246곳 지방정부 중 80.5%인 198곳이 기준을 넘어 삭감해야 한다. 기준보다 적은 곳은 광주광역시, 충청북도, 충청남도, 제주특별자치도 등 광역 4곳과 서울특별시 강남구, 경기도 과천․용인시, 충청남도 홍성군 등 48곳에 그친다.
기준액과 현 지급액의 차이를 볼 경우 광역 시ㆍ도는 경기도 1925만원, 시 지역은 경기 구리시 1506만원, 군 지역은 울산 울주군 1906만원, 자치구는 서울 도봉구 2216만원으로 유형별 1위를 차지했다. 서울시의회는 1400만원의 차이가 있다. 최소차액 자치단체는 경상남도(60만원), 경북 문경시(10만원), 전남 고흥군(59만원), 부산 동래구(24만원)이다.
이런 차이가 지방의원들의 반발을 불러일으킨다. 물론 행정안전부는 기준에서 ±10%를 탄력적으로 적용하도록 하고 있지만, 가이드라인은 큰 폭 삭감을 의미하는 것이어서 지방의원들이 받아들이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먼저 지방자치단체를 크게 6개(특별시ㆍ광역시ㆍ도, 인구 50만 이상 시, 인구 50만 미만의 시, 도농복합시, 군, 자치구)로 나누고 해당 자치단체의 재정력, 의원 1인당 주민 수 등 여건을 반영했다. 이에 따른 월정수당(NL) 지급액은 ‘6.924(상수 값)+0.320×(해당 자치단체 3년 평균 재정력 지수)+0.046×(해당 자치단체 의원당 주민 수 NL값)+자치단체 유형별 변수 NL값’으로 산출된다. 자치단체 유형별 변수는 특별시ㆍ광역시ㆍ도는 0.387, 50만 이상 시는 0.160, 50만 미만 시는 0.076, 도농복합시는 0.041, 군은 0, 구는 0.175이다.

● 지방의원들 “의견수렴 없이 결정” 반발
지방의원들은 행정안전부 가이드라인 수립과 관련, 절차적 문제를 지적했다. 직접 이해당사자인 지방의원들의 의견을 수렴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추진했다는 주장이다.
서울시의회 진두생 운영위원장은 “일부 기초의회의 무리한 인상과 관련, 비판과 권고는 받아들이고 자성해야겠지만 행정안전부가 사회분위기에 편승해 일방적으로 가이드라인을 밀어붙이는 것은 지방자치 근간을 허무는 것이며 이치에도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송파구의회 정동수 의원은 “지방의회가 기존의 ‘무급 시민의회’에서 ‘정책의회’로 발전해 나가고 있는데 가이드라인을 만드는 것은 지방자율성을 훼손하는 것이다”면서 “현실과 동떨어진 가이드라인보다는 지방의회 발전을 가로막는 제도적․법적 장애를 제거해야한다”고 강조했다. 또 성동구의회 정찬옥 의원(5대 의회 전반기 의장)도 “말도 안 되는, 웃기는 얘기다”라며 잘라 말하고 “이럴 바엔 차라리 과거 유급제 이전의 무보수 명예직이 주민들 보기에도, 우리들 위상에도 훨씬 나을 것이다”고 말했다.
한편 서울시의회는 이번 가이드라인과 관련, 입법예고기간 중 행정안전부에 가이드라인 산정 산식에 대한 행정정보공개를 청구하고, 나아가 헌법소원청구도 검토한다는 계획이다. 또 전국 시군자치구의회의장협의회는 이달 27일경 시․도 대표의장 회의를 열어 대책을 논의하고 29일까지 각 시․군․자치구의회의 의견을 수합, 통일된 의견을 행정안전부에 제출하기로 했다.

● 입장과 상황 따라 가이드라인에 이견
대다수 지방의회와 지방의원이 가이드라인을 반대하지만 일부에서는 가이드라인 마련이 오히려 논란의 소지를 줄였다며 반가워하는 등 입장과 상황에 따라 의견이 엇갈렸다.
서울의 한 자치구의회 의장은 “개인적으로는 가이드라인이 좋고, 동료의원들도 좋다는 의견이다”면서 “그동안 가이드라인이 없다 보니 기준과 원칙이 없어 문제가 됐던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시 자치구 4급 공무원도 “가이드라인을 규정한 <지방자치법시행령> 개정은 바람직하고, 앞으로 의사결정에 도움이 될 것이다”며 “서울 자치구 중 의정비가 가장 많았던 D구의 경우 몇몇 자치구 재산세 50%를 공동과세로 지원하는 것을 감안할 때 불합리하다”고 말했다. 이 공무원은 또 “의정비가 많고 적고는 국가시책 등에 따라 다를 수 있지만 지방의회 자체가 명예직으로 시작한 것이다”며 일부 지방의회의 무리한 의정비 인상에 대한 반대의견을 우회적으로 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