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로구 직원들 70년 離散의 한 풀어줘
종로구 직원들 70년 離散의 한 풀어줘
  • 방용식 기자
  • 승인 2008.11.05 1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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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교포 이성덕 씨, 조카 영준 씨 상봉…4월 안정규 씨 이어 두 번째
▲ 75세의 중국교포 이성덕 씨가 지난달 28일 조카 영준 씨를 70년 만에 만나 상봉의 기쁨을 나눈 후 가족을 찾아준 종로구 민원봉사과 직원들과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지난달 28일 종로구청 민원실은 눈물로 얼룩졌다. 중국교포 이성덕(남.75세) 씨가 70년 만에 혈육인 이영준(남.60세, 이성덕 씨의 조카) 씨를 만난 것. 이날 이 씨는 조카 영준 씨의 손을 꼭 잡고 민원실을 나서며 “이제는 죽어도 한이 없을 것 같다”며 인사를 전했고, 이틀 뒤인 10월30일에는 종로구청 민원실을 찾아 “포천에 있는 형 이갑덕 씨의 산소를 다녀왔다”며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이성덕 씨는 6살이던 1939년 일제의 강제집단이주정책으로 모든 가족이 내몽고를 거쳐 중국 길림성 연길로 강제이주 됐다. 그러던 중 1945년 해방과 함께 형의 가족이 먼저 한국으로 떠났고 성덕 씨 등 가족은 나중에 돌아가기로 했지만 6․25전쟁으로 소식이 끊겨 이산가족이 됐다.

이 씨는 1992년 한-중 수교를 계기로 방송국과 적십자사 등에 수차례 편지를 보냈으나 형을 찾지 못했고, 그러던 중 부모가 별세하자 영영 형을 만날 수 없을 것 같은 생각으로 가족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75세의 고령으로 지난 10월 한국에 입국, 백방으로 형을 찾았다. 이 씨는 종묘공원에 노인들이 많이 모인다는 얘기를 듣고 종묘공원에서 노인들의 얼굴을 하나씩 확인했지만 헛수고였고 결국 종로구청에 가보라는 경찰이 말을 듣고 종로구청으로 왔다.

이 씨의 사정을 들은 종로구청 민원봉사과 가족관계등록팀 류성근 팀장과 호적전산담당 조영숙 씨 등 직원들은 이 씨의 가족을 찾기 위해 호적전산망 조회에 들어갔다. 그들은 이 씨가 유일하게 알고 있는 선친의 고향(충남 논산시 동산리)과 가족의 이름만으로 가족관계등록색인부(옛 호적)와 전산망 제적부, 주민등록 전산망을 3시간 동안 일일이 조회했고 그 결과 이 씨의 형 이갑덕(1993년 사망) 씨의 큰아들 영준 씨가 서울 마포구에 살고 있다는 사실을 찾아냈고 이 씨는 30년 만에 가족을 만났다.

종로구에서 이산가족 상봉이 이뤄진 것은 지난 4월에 이어 두 번째다. 4월30일 탈북자인 안정규(여․61세) 씨는 돌아가신 부모님 이름과 종로1가에 살았다는 기억만으로 호적조회 2시간 만에 사촌오빠 안흥규(남.77세) 씨를 눈물 속에서 만나는 등 종로구청 직원들의 끈질긴 노력이 이산의 한을 풀어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