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파구 '두 개의 비석' 송파근린공원으로 이전
송파구 '두 개의 비석' 송파근린공원으로 이전
  • 시정일보
  • 승인 2009.03.24 17:58
  • 댓글 0

송파구(구청장 김영순)는 최근 송파1동 신축청사 부지에 위치해 있는 두 개의 비석을 본격적인 공사가 진행되기 전에 현 위치에서 송파근린공원으로 이전을 완료했다고 밝혔다. 신축공사현장에 자리 잡고 있던 두개의 비석은 李建昌(이건창) 永世不忘碑(영세불망비)와 乙丑 大洪水 記念碑(을축 대홍수 기념비).
이건창 영세불망비의 주인공 이건창은 조선 말기 호랑이 암행어사이자 고종이 인정한 뛰어난 문장가. 구에 따르면, 19세기 말엽 고종 제위 초기 암행어사로 활동하던 시절 송파마을에 들러 신분을 숨긴 채 장터의 장사꾼들과 만나 그들의 고충을 들어주면서 용기를 북돋아 준 적이 있었다. 사람들은 그가 떠나고 난 뒤에야 그의 신문을 알고, 감동한 백성들이 1883년 그가 머물렀던 장터입구에 비석을 세워 그를 기렸다. 송파에 살던 백성들이 이 은혜를 영영 잊지 않겠다는 뜻의 영세불망비를 세운 것.
그 옆에 자리한 을축 대홍수 기념비는 1925년 을축년 대홍수를 기억하기 위해 송파주민들이 세운 것. 그 한해 낙동강에서 금강, 한강, 대동강, 압록강에 이르기까지 전국적으로 4차례나 덮친 큰물로 사망자 600여명, 가옥 유실 6000여 채를 기록했다. 지금의 송파나루터일대(석촌호수 주변)는 3일간 그치지 않고 계속된 비에 결국 마을 전체가 떠내려가 주민 전체가 지금의 송파 1동 일대로 이주했다. 수마의 무서움을 뼈저리게 느낀 주민들이 애도의 뜻으로 이듬해인 1926년 세웠다.
이건창 기념비가 을축년 대홍수에 떠내려가 유실됐다가 1979년 한 향토사학자에 의해 발견돼 현재의 위치에 세워지게 됐다. 시대도 사연도 다른 비석 두 개가 이렇게 만나게 된 것.
구 관계자는 “현재에도 공무원들의 귀감이 될 수 있을 뿐 아니라 말로만 듣던 역사 속 암행어사의 자취를 말해주는 130여년전 역사와 자연재해의 무서움과 경각심을 일깨워주는 80여년전 역사가 나란히 서 있다”며 문화재로 등록돼있진 않지만 송파역사의 일부분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한편 송파구에는 그 외에도 역대 광주 수령들의 선정을 기리는 11개의 송덕비가 나란히 줄을 지어 서있는 비석거리(가락동 96-15)가 있으며 서울시 유형문화재로 충헌 김공신도비(방이동 88-4), 거창 신씨묘역(오금동 51), 문화 류씨묘역(오금동 51)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