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 대 현 대구광역시 달서구청장
지난 1월 16일 ‘지방분권특별법’, ‘국가균형발전특별법’과 ‘신행정수도건설을위한특별조치법’ 등 지방 관련 3대 특별법이 공포·시행됨으로써 지금처럼 ‘지방’이 강조되고, 모든 역량이 지방중심으로 성숙된 시대는 일찍이 없었다고 봅니다. 진정한 지방화가 진행되는 시대적 조류에 부응하여 이 기회에 지방행정의 근간이 되는 지방자치계층제도에 관한 정비의 필요성을 제기하고자 합니다.우리나라의 행정구역은 조선시대에 확립된 팔도(八道) 및 군현(郡縣)체제가 모태가 된 가운데, 해방이후 1949년 제정된 지방자치법에 의하여 서울을 ‘특별시’로 격상하고, 1963년 부산시정부직할에관한법률 제정으로 ‘부산시’를 정부직할시로 승격한 것을 계기로 1981년 지방자치에관한임시조치법에서 ‘직할시’(1995년 ‘광역시’로 변경)제도를 정식 도입하였습니다.
이후 1988년 시(市)와 군(郡) 이외에도 특별시와 직할시의 관할구역안의 행정구를 기초자치단체로 전환함으로써 현재 우리나라의 지방자치계층은 광역자치단체인 특별시·광역시·도와 기초자치단체인 시·군·구로 구분하여 2단계 체제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자치계층체제는 그 계층구조의 적정성 논란은 차치하더라도 지방화시대에 적절하지 않은 계층명칭은 여러가지 문제를 야기하고 있습니다.
처음 부산직할시를 효시로 해서 그 이후 인구가 많아진 도시들이 다투어 광역시로 승격되면서 현재는 6개로 늘어났고, 잔류한 도(道)지역 주민들에게는 상대적으로 소외감이나 차별감을 느끼게 하고 있습니다.
광역시는 ‘지방대도시’를 일컫는 개념으로 자치단체의 기능 및 권한측면에서나 현대도시기능의 지속적인 확장 추세에 비추어 볼 때 도(道)와 변별력 없는 일반적인 의미임에도 불구하고, ‘광역시’라는 명칭 자체가 지니는 이미지로 인해 특혜받는 도시라는 사회적 인식이 팽배하여 도(道)에서 이탈, 광역시로의 신설 욕구를 촉진시키고 있으며, 결국 광역시의 과다한 난립 경향은 국제경쟁력을 약화시키는 요인이 될 수도 있다고 봅니다.
더욱이 이러한 ‘광역시’나 ‘특별시’ 명칭이 지니는 이미지에 다분히 권위주의와 특권의식이 배여 있고 그로인한 왜곡된 이미지 형성으로 인해 국민들간에 위화감을 조성하는 주요인이 되기도 합니다.
또한 특별시와 광역시에 기초자치단체로서 행정구가 아닌 자치구를 두도록 하고 있으나 행정구와 구분이 용이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아직까지도 ‘자치구’가 ‘시’의 하부 기구인 보조행정계층단위로 인식되어 구민들간에 자치의식이 성숙되지 않고 있는 요인이 되는 등 지방자치 발전에 걸림돌이 되고 있습니다.
특히 자치구의 대표를 구청장으로 호칭함으로써 특별일선기관이나 보조기관의 장으로 인식될 수 있는 오류를 범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문제들은 지방자치계층의 명칭이 부적절한 데서 초래된 역기능일 수 있습니다.
종전의 지방행정제도 관련 개편은 주로 주민생활권의 불일치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행정구역 경계조정에 중점을 두고 추진되어 왔으나, 이제 종래의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혼란스럽고 부적합한 현행 자치계층의 구조와 명칭을 지방분권시대에 걸맞도록 적절하게 정비해야 할 적기라 판단됩니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 자치계층의 명칭을 가급적 단순하게 일원화하여 혼란을 방지하고, 아울러 자치단체간 위화감을 해소하면서 자치마인드를 제고시키는 방향으로 추진되어야 할 것입니다. 즉 현행 ‘특별시’와 ‘광역시’를 ‘도(都)’(다만, 특별시는 ‘首都’라 칭함)로 하여 광역자치단체는 도(都)·도(道) 체제로, 자치구를 ‘시’로 명칭변경하여 기초자치단체는 시(市)·군(郡) 체제로 하는 등 지방자치계층 구조 및 명칭의 합리적 정비가 적절한 대안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와 관련하여 현행 자치구의 명칭으로 동구(東區), 서구(西區), 중구(中區) 등 방위명을 획일적으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아 자치단체간 명칭이 중복되어 구별되지 않는 문제가 있으므로, ‘시’로 명칭변경 추진과 동시에 지역의 역사성과 상징성을 지닌 고유명으로 정비하여 지방자치발전의 관건인 주민공동체 의식과 소속감을 가질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이상에서 본 개편방향은 단순한 자치계층 명칭변경 이상의 의미가 있다고 봅니다. 지방자치계층 명칭의 단순화 및 명료화로 복잡한 행정구역 체계로 빚어지는 혼선을 방지하여 행정의 효율을 향상시키고, 자치계층간 주민들의 위화감 해소와 자치의식 함양에 기여할 수 있으며, 나아가 지역발전의 불균형을 해소하고 지방자치를 발전적으로 실현해 지방의 활력과 국가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방편이 될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본격적인 지방화시대에 대도시행정의 보편적인 추세에 맞추어 정부와 정치권이 지방자치계층의 구조 및 명칭의 합리적 정비를 지방행정제도개혁의 주요과제로서 적극 추진할 것을 제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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