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경받는 자치단체장의 모습을 기억하고 싶다
존경받는 자치단체장의 모습을 기억하고 싶다
  • 한성혜 기자
  • 승인 2009.04.16 1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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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말 춘천지검은 춘천시가 발주한 관급공사와 관련된 하청업체 대표로부터 거액의 돈을 받은 후 복지단체 등에 전달한 혐의(뇌물수수 및 공직선거법 위반)로 이광준 춘천시장을 불구속 기소했다. 또 이 시장에게 금품을 건넨 H실업 대표 박모(54, 구속)씨를 뇌물공여 혐의로 추가 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이 시장은 2007년 12월께 춘천 혈동리 도시형폐기물처리시설 공사를 따낸 특정 컨소시엄의 하청업체 대표 박 씨로부터 2차례에 걸쳐 4000만원을 받아 복지단체와 연극단체에 각각 2000만원씩 기부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금품수수 후 즉시 연극단체 등에 개인적으로 기부했으나 관급공사의 낙찰과 본 계약 사이에 금품이 건네진 만큼 직무 관련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이 시장은 지난달 25일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돼 13시간에 걸친 조사를 받고 귀가 길에 “시민들께 죄송하다”는 말을 했다. 이에 도청 한 공무원은 “평소 사리분별에 있어 철두철미한 이 시장이 이런 실수를 범했다는 것이 도저히 믿어지지 않는다”고 했다. 그 도 그럴 것이 매사에 깐깐하다 못해 지극히 교과서적이다는 이 시장의 평을 뒤 업는 일이 벌어졌으니까 말이다.

이 일이 있은 3일후 28일 양구군에서는 2년 전 작고한 임경순 양구군수의 부인 안경애씨가 군청을 방문, 전창범 군수에게 500만원의 양록 장학금을 전달하고 장학금 수여식에 참석해 학생들을 격려했다는 소식을 접했다. 안 씨는 지난해 3월 양록 장학금 200만원을 전달하면서 남편이 양구군수로 12년간 재직하면서 모은 1억원의 이자를 평소 남편의 뜻에 따라 장학금으로 내놓겠다는 뜻을 밝혔고, 올해도 500만원을 전달했다는 것이다.

고 임경순 군수는 1996년 양록 장학회를 설립하면서 사비 1000여만원을 쾌척, 도내 최대 규모의 장학회로 성장하는데 기틀을 마련했다. 옛 말에 부창부수(夫唱婦隨)라고 했듯이 안경애씨는 “고인이 된 남편의 뜻에 따라 매년 양록 장학금을 기탁할 것이며, 저 세상에 계신 남편도 기뻐할 것이다”고 말했다.

우리는 늘 상반된 두 모습의 자치단체장을 접하게 된다. 임 군수도 군정에 있어서는 서릿발 군수라는 악명(?)이 붙어 다녔는데... 이래서 존경받는 단체장은 죽어서도 늘 세인의 기억에 살아있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