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정부 “돈이 있어야 복지를 하죠”
지방정부 “돈이 있어야 복지를 하죠”
  • 시정일보
  • 승인 2009.05.15 11:41
  • 댓글 0

사회복지 지역 불균형 원인과 개선방안
▲ 전국사회복지시설단체협의회와 한국사회복지협의회는 지난달 14일 한국사회복지회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지방이양된 사회복지사업의 중앙환원을 촉구했다. <사진제공 : 복지타임즈>
=복지분권 5년, 재정 열악한 지방에 책임만 이양 ‘복지 불균형’ 심화


-서초구 9.7%·노원구 43.4% 등 지역별 예산차 커
-내년 ‘보통교부세’ 통합…지방분권 역행 우려 소리
-‘현행유지’ ‘국고환원’ 정부 부처간 대책 마련 고심



중앙과 지방간 권한과 책임의 분권화를 통해 ‘실질적인 지방분권화’를 구현하고자 추진해온 ‘복지분권화’와 ‘재정분권화’ 사업이 심각한 문제에 직면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현재의 복지분권 제도의 경우 “지방간 지역간 복지격차를 해소하고, 사회적 정의로서의 복지의 보편성과 공공성을 확보하는데 실패했다”는 분석에 대체로 동의한다.
사회복지사업의 지방이양, 특히 재정이양은 지역복지 수요에 부응하는 복지서비스 구축에는 유리하지만, 중앙정부의 부담을 줄이면서 지방정부의 재정적 부담을 가중시키는 결과로 귀결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재정분권화를 위해 도입된 현행 분권교부세 제도가 오는 2010년 보통교부세로 통합되는 상황에서 ‘복지분권제도’ 전반에 대한 논의도 치열해지는 형국이다. 복지분권화, 재정분권화가 복지의 불균등현상을 심화시키는 현황과 이의 개선방안에 대한 다양한 논의들을 점검한다.






지난달 14일 한국사회복지회관에서는 지방이양된 사회복지사업의 중앙환원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이 열렸다. 한국노인복지시설협회 등 12개 단체로 구성된 전국사회복지시설단체협의회와 한국사회복지협의회(이하 협의회)는 이날 “지방이양된 67개 사회복지사업을 재검토해 중앙정부 주도사업은 중앙으로 환원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지방이양사업 운영에 필요한 안정적인 재원확보 방안을 마련할 것”을 요구했다. 또 현재 사회복지재정의 중앙환원을 위한 10만 서명운동도 진행 중이다.
실질적인 지방분권화를 실현하고자 추진돼온 복지분권화 시도가 크게 흔들리고 있다.
참여정부는 지방분권화를 위해 지난 2004년 국고보조사업 533개 중 149개 사업을 지방이양하고, 사회복지사업도 지방이양사업 규모의 약 45%, 금액으로는 62%에 달하는 140개 중 67개 사업 총 5959억원을 지방으로 이양했다. 또 국고보조금 정비에 따른 지방이양사업의 재원이양을 위해 2005년 한시적으로 지방교부세 내에 분권교부세를 도입해 오는 2010년 보통교부세로 통합되도록 했다. 하지만 협의회 측은 “분권교부세 재원은 내국세의 0.94%로 연평균 8.7% 증가됐으나, 지방이양된 복지사업의 연평균 예산증가율은 18%에 달해 변화하는 복지수요에 탄력적으로 대응하기 불가능하다”며 “더구나 종합부동산세 개편에 따른 지방복지재원 감소로 재정여건이 열악한 지방자치단체는 지역 고유사업 추진조차 어려운 실정”이라고 주장했다. 또 “장애인, 노인, 정신요양시설 등 국가사업까지 지방이양돼 지방의 예산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고 비판했다.


복지분권화가 복지불균등 심화


실질적 ‘복지분권화’를 위한 시도가 오히려 ‘복지의 불균등현상’으로 변질되고 있다는 지적이 곳곳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 문제의 심각성은 지방재원 부족이 단지 지역복지서비스 위축뿐 아니라 취약계층지원을 통한 사회안전망 구축이라는 사회복지서비스의 보편성 및 공공성을 약화시켜 사회적 정의를 저해한다는 데 있다. 또 지방간 재정력 격차가 지역간 복지수준차를 확대하는 ‘부익부빈익빈’ 상황을 초래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금천구청 주민생활지원과 김은주 팀장은 “재정자립도가 낮은 자치구일수록 구비분 충당에 애로가 있고, 복지사업 추진이 어려워 자치구별 복지수준 격차가 심해질 수 밖에 없다”고 밝혔다. 실제로 서초구는 2007년 총예산대비 사회보장비비율이 9.7%였지만, 노원구는 43.4%로 나타났다. 서초구는 전인구 중 0.7%가 기초생활수급자인 반면, 임대아파트가 밀집한 노원구의 경우 3.6%가 기초생활수급자인 이유다. 한편 지방의 총예산중 사회복지 예산비율은 크게 증가해 시·군은 2002년 8%에서 2007년 14%로, 자치구는 2002년 21%에서 2007년 33.4%로 증가했으며, 특히 광역시 자치구는 2007년 40.3%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지방비매칭비율 증가로 지역복지비 부담 가중


부산대 박병현 교수는 “중앙정부가 각 자치단체간의 복지수요여건과 재정상태를 면밀히 고려하지 않고 동일수준의 지방비 부담을 요구”하는 획일적 ‘지방비매칭원칙’ 적용에서 그 원인을 찾는다. 현재 생계급여, 장애수당 등 100여 사회복지서비스는 보건복지가족부 각 과에서 개별적으로 사업을 관장해 각 시·도로 내려보내며, 시·도는 또 시·군·구 기초단체로 내려보내는 구조다. 사업종류만큼이나 재원조달방법도 다양하다. 국비전액보조도 있고, 시·도 혹은 시·군·구 지방비매칭방식도 있다. 또 지방비매칭비율도 국비와 지방비 비율이 8대2(기초생활급여), 7대3(지방 장애수당), 5대5(서울 장애수당), 4대6(서울 기초노령연금) 등 복잡하다. 문제는 사회복지의 보편성, 공공성에도 불구하고 지방비매칭원칙의 적용 결과, 중앙의 부담은 줄이면서 지방의 복지비 부담은 급증하고 있는 현실이다.
협의회 측은 “분권교부세에 의한 지방비매칭비율이 지방이양 이전 52.8%에서 65.6%로 크게 증가했다”며 특히 “생활시설사업의 경우 국고보조사업시 30%였던 매칭비율이 오히려 중앙 부담 46.2%, 지방 부담 53.8%로 역전현상이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문제에 대해 보건복지가족부는 “복지사업 지방이양 이후 지방의 역할증가 및 보육료 지원대상자 확대, 기초노령연금 도입, 노인장기요양보험 실시 등 다양한 복지수요에 대응하기 위한 신규사업 추가로 지방의 복지비 부담이 가중되고 있는 현실”이라며 현재 “기초생활보호급여, 영유아 보육료감면, 기초노령연금 등에서 지역별 차등보조율을 적용, 지방부담을 완화하고자 노력 중”이라고 밝혔다. 서울복지시민연대 임성규 대표는 “현재 매칭되는 기초생활수급자, 의료급여 등 전국 최저수준이나 표준서비스수준이 요구되는 국가주도 복지사업을 국고환원하고, 이로 인한 여유비용을 지역복지사업에 활용하는 방안이 합리적”이라고 제언했다.


분권교부세 개선 등 개선방안 논의 본격화


현행법에 따르면 오는 2010년부터 분권교부세가 폐지되고 보통교부세로 통합된다. 하지만 대상사업이 분명한 ‘분권교부세’가 용도가 정해지지 않은 ‘보통교부세’로 통합시 재정력이 상대적으로 나은 ‘불교부단체’들은 분권교부세로 지원받던 재원을 받지 못해 사업 추진이 어려워지고, 사회복지보다는 경제발전에 치중하는 민선 지자체의 특성상 오히려 지역복지문제가 심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대구대 박태영 교수는 “내국세 증가와 연동된 분권교부세제도의 설계에서부터 이미 태생적으로 복지사업비 부족은 예견된 것”이라는 입장이다. 전문가들은 현행 분권교부세제도를 대체할 실효성있는 대안을 논의 중이다. 대표주자는 ‘포괄보조금제도’와 ‘사회복지교부세제도’로 일별된다. 전북대 백종만 교수는 “양자는 중앙정부가 재정책임을 담보하는 제도로, ‘포괄보조금’은 국고보조금으로 중앙정부가 매년 예산을 편성하는데 반해 ‘사회복지교부세’는 내국세의 일정비율을 교부세로 결정해 지방에 교부하는 자금”이라고 설명했다. 학계에서는 용도를 제한하되 규제를 완화, 지역복지수요에 탄력적 대응이 가능한 ‘포괄보조금제도’ 도입을 지지하는 입장이 상당수다. ‘사회복지교부세’는 다원화된 복지재원을 단일채널로 통합해 사회복지 전담교부세제도로 발전시키는 방안이다. 백종만 교수는 “우리나라의 현상황에서 둘다 선택가능한 대안”이라고 판단했다. 한편 관련부처간 입장도 다르다. 기획재정부는 현행법에 따른 지방이양을, 행정안전부는 국고환원을, 보건복지가족부는 ‘사회복지교부세’ 신설안을 지지한다. 이에 대해 보건복지가족부는 “지방의 부담을 완화하고 지역복지사업이 활성화될 수 있는 합리적 방안을 도출,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복지정책과 복지재원의 관리주체가 달라 현행 제도 개선이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재 지방이양사업의 복지재정 관리주체는 지방교부세의 주무부처인 행정안전부이고, 복지정책의 주무부처는 보건복지가족부다.
민주적 ‘복지분권화’는 결국 중앙과 지방간 정책권한과 집행책임에 대한 문제로 귀결된다. 사회복지서비스의 ‘공공적 특성’과 우리나라 지방재정상의 취약성 및 사회복지서비스의 저발전을 고려할 때, 중앙정부가 재정지원을 하되 운영에 있어 지방정부의 자율성과 책임성을 확보해 보편적인 복지‘권리’를 누릴 수 있는 ‘복지분권화’, ‘재정분권화’로의 개편이 시급하다.


지방이양 사회복지
‘포괄 보조’ 지원 논의

사회복지사업 지방이양 이후 지방자치단체의 순지방비 부담은 매년 30% 이상씩 가중되고 있다. 이에 따라 국회에서도 지방복지재정 안정화를 위한 법개정이 추진되고 있다.
지난 2월 ‘지방이양사회복지사업재원대책특별위원회’ 구성 결의안이 발의돼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이며, 한나라당 정하균 위원은 지난 13일 <보조금의예산및관리에관한법률>일부개정안을 발의한 상태다. 개정안은 지방의 사회복지사업을 반드시 ‘보조금 지급대상 사업’으로 정하되, 관련사업을 통합·포괄해 ‘사회복지포괄보조사업’으로 지원해 지방의 자율성 확보를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했다. 또 <노인복지법>에 따른 노인시설, <장애인복지법>에 따른 장애인생활시설, <정신보건법>에 따른 정신요양시설 등 생활시설사업의 경우 개별보조금 지급대상 사업으로 정해 지역별 복지시설 불균형 분포에 따른 지방비 부담을 경감하고 지역간 복지수준의 형평성을 제고하고자 했다. 이는 현재 신규 생활시설 확충은 국고보조사업으로 하고 시설운영은 지방이양사업으로 분리해 시설운영에 따른 지방의 재정부담이 가중됨에 따라 시설을 완공하고도 개원을 지연하거나 신규시설 설치를 기피하는 현실을 반영한 조치다.

국회, 재원마련 특위 구성
보조금 법률 개정안 발의


정하균 의원은 “지난 2월 발의된 ‘복지재원특위’ 구성 결의안도 <보조금의예산및관리에관한법률>일부개정안과 발맞춰 국회에서 통과된다면 향후 사회복지서비스 재원대책 마련을 위한 논의가 좀더 빨리 진척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또 전문가들은 <보조금의예산및관리에관한법률>시행령 제5조에 규정된 ‘기준보조율에 가산적용하는 인상보조율’의 경우 대도시 자치구를 제외한 도·시·군에 한해 적용하도록 제한돼있어 이를 재정력이 취약한 대도시 자치구에도 적용하는 방향으로 법개정이 요구된다고 지적한다.
한편 지자체의 재정역량과 복지수요간의 ‘관계 지표’를 개발해 이를 반영한 복지재원 지원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대안도 제시되고 있다. 이러한 선결작업을 통해 각 지방의 재정상황 및 지역복지 수준에 따른 ‘차등지원방안’이 본격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지방이양 이후 시설운영비·시설종사자 인건비 부족 등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사회복지사업 단위별로 ‘표준운영비’를 산출해 사업 추진 주체에게 적정 재원을 지급해야 한다는 견해도 제기된다.
특히 지방복지재정의 안정적 확충 못지않게 재정의 ‘효율적’ 관리 또한 시급한 과제다. 동국대 곽채기 교수는 “사회복지사업의 성과관리를 위한 ‘재정성과평가제도’를 도입해 높은 평가를 받은 지자체에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제도를 도입할 것”을 제안하고 있다. 한편 지난 2008년 기초생활보호 급여, 영유아보육료 감면, 기초노령연금 등에서 지역별로 ‘차등보조율’ 제도가 처음 도입돼 그 추이가 주목된다.



金恩敬 기자 / kek71@hanafo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