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문명의 전환기 앞에 서다
서울, 문명의 전환기 앞에 서다
  • 문명혜 기자
  • 승인 2009.08.13 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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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녹색성장 시리즈
     

 

2030년 서울의 모습은 어떨까. 푸른 숲, 파란 하늘, 맑은 공기… 저탄소 녹색도시를 꿈꾸는 서울시가 ‘2030 서울형 녹색성장’ 마스터플랜을 내놓았다.


인류 문명사에 격변기가 도래했다. 석유·가스 등 산업혁명기를 떠받치던 화석연료시대가 40∼60년 후면 소멸하고 신에너지 시대를 맞아야 하는 것이다.
화석연료시대를 반세기정도 남겨둔 인류는 새로운 에너지를 찾기 위해 고민을 거듭하고 있으며 해법을 찾기 위해 다양한 실험을 진행중이다. 지난해 2월에 출범한 이명박 정부가 내놓은 ‘녹색성장론’은 화석연료시대 종료에 대비하기 위한 20년 장기비전의 일부이며 차후에 누가 정권을 차지하느냐와는 무관하게 국정의 최우선 과제가 될 것이다.
‘녹색성장’은 향후 수십년간 각국의 경쟁력을 좌우하게 되는데 경쟁의 대열에서 이탈하는 순간부터 도태를 각오해야 할 만큼 심각한 이슈가 아닐 수 없다.
‘세계 일류’를 지향하는 서울시가 이같은 흐름을 놓칠 리가 없다. 금년 7월 전격적으로 ‘2030 서울형 저탄소 녹색성장’을 내놓고 장기레이스에 뛰어든 것이다.
본지는 앞으로 4회에 걸쳐 녹색성장의 시대를 헤쳐 나가는 서울시와 자치구의 행보를 쫓아볼 계획이다.

 

-편집자주-


세계는 지금 고유가로 대표되는 자원위기와 온난화가 야기하는 환경위기를 동시에 직면하고 있는데 주된 이유는 석탄·석유·가스 등 화석연료 때문이다.
석유는 현대문명을 이끈 견인차이지만 에너지로 바뀌는 순간 환경재앙을 부르는 흉물이 되어버리는 철저한 이중성 때문에 이미 오래전부터 인류에게 딜레마를 안겨줬다.
끊자니 손이 떨리고 계속 마시자니 명줄이 짧아지는 알콜중독자 또는 마약중독자, 이것이 석유에 대한 의존성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현재 인류의 모습이다.
어쨌거나 석유를 기반으로 하는 현대문명이 황혼길에 접어들고 있다. 전문가들은 석유가 40년, 천연가스는 60년 정도가 지나면 고갈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세계는 지금 신에너지 경쟁중

지금 세계는 석유에 대한 의존성을 서서히 줄이는 한편 석유구입에 소요되는 막대한 비용을 아껴 ‘신에너지 시대’의 주도권을 쥐려는 치열한 물밑 경쟁을 벌이고 있다.
최근 정부가 기치를 든 ‘녹색성장론’ 역시 공개적으로 경쟁에 뛰어들겠다는 선언인 셈이다.
녹색성장이란 에너지와 자원을 절약해 지구온난화와 환경훼손을 줄이고 청정에너지와 녹색기술의 연구개발을 통해 새로운 성장동력을 얻는다는 것으로, 경제성장을 위해서 환경훼손은 피할 수 없다는 식의 옛 도그마에서 완전히 탈피해 경제성장이 환경개선에 도움이 되고 환경을 성장동력으로 삼는 ‘최신의’ 발전전략이다.
점점 뜨거워지고 있는 지구온난화를 방치할 경우 대재앙이 밀려와 인류 공멸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국제적으로 환경오염을 야기하는 온실가스 배출을 강력히 규제하는 압력이 커지는 한편 중국, 인도 등 덩치 큰 신흥개발국의 수요증가로 화석연료의 가격이 폭등하기 때문에 녹색성장은 이제 공허한 이론이 아니라 정보화를 넘어서는, 국가경쟁력을 좌우하는 최대의 요소로 자리매김해 가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는 세계 10대 에너지 소비국일 뿐만 아니라 총에너지의 97%를 수입해야 하는 대표적 에너지 비자족국으로 녹색성장이 다른 어느나라보다 절실히 필요한 형편이다.
다른 나라라고 예외가 아니다. 프랑스는 ‘녹색혁명’, 독일은 ‘제3차 산업혁명’, 영국은 ‘제4차 기술혁명’ 등 달리 명명해 부르고 있지만 내용적으론 녹색성장론과 한치도 다름이 없을 뿐만 아니라 미래의 주역이 되기 위해 ‘녹색페달’을 점점 깊이 밟고 있는 중이다.

에너지 위기시 타격 ‘일본의 세 배’

국내 총생산 대비 투입에너지 양을 뜻하는 에너지 원단위는 한국이 0.34인데 비해 미국 0.21, 일본은 고작 0.11 밖에 안된다. 이는 생산된 부가가치에 비해 일본보다 무려 세 배이상 에너지를 더 쓴다는 것이고, 에너지 위기시 세 배 이상의 타격을 받는다는 뜻이므로 서둘러 미래를 준비하지 않으면 수십년 동안 쌓아온 대한민국의 위상은 한순간에 무너져 버리게 될 수밖에 없다.
비산유국의 멍에를 떨쳐버리고 신에너지 시대의 주역이 되기 위해 정부는 20년을 내다보며 장기 국가에너지 전략을 수립했다. 수십년 동안 유지해 왔던 안정적 공급전략을 ‘녹색전략’으로 대체한 것이 주요 골자다.
20년 장기전략의 구체적인 수치를 보면 에너지 원단위를 0.34에서 0.185로 46% 개선하고 화석에너지 사용비율은 83%에서 61%로 낮추는 한편 신생에너지 사용비율을 현재의 2.4%에서 11%로 높이고, 석유가스 자주 개발율을 4.2%에서 40%까지 끌어올린다는 대담하고 공격적인 목표를 정해놓고 있다.
정부의 녹색전략이 제대로 효과를 보려면 개인, 기업은 물론이고 자치단체의 역할이 중요하다.
세계일류를 꿈꾸고 있는 서울시도 문명의 전환기에서 서울의 미래를 위해 한달여 전인 7월2일 녹색성장 전략을 선보였다.
세계 녹색 경쟁력 선도 도시 구현을 위한 ‘2030 서울형 저탄소 녹색성장’이 그것이다.

서울시 ‘2030 저탄소 녹색성장’ 내놔

서울시가 내놓은 저탄소 녹색성장 마스터플랜은 기후변화 시대에 어울리는 새로운 개념의 도시경쟁력을 도입하고 이를 바탕으로 세계적인 녹색경쟁력을 갖춘 도시구현을 목표로 하고 있다.
플랜은 시민들에게 각종 미래의 위협으로부터 안전을 보장하고 모든 의사결정에 근본적으로 ‘사람’을 우선으로 하는 사람중심의 가치에 초점을 맞췄는데, 서울의 도시구조와 기능을 저탄소 녹색코드 도시로 일대 전환하는 ‘그린디자인’ 개념을 모든 사업에 투영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서울시는 녹색성장의 가시적인 목표치를 내놓고 있는데 오는 2030년까지 45조원을 투자해 100만개의 일자리를 만들어 내고 167조원의 녹색산업시장을 조성하겠다는 것이다.
에너지 고효율화와 건물에너지 합리화 등으로 에너지 이용량을 20% 감축하고 신생에너지 이용율을 정부의 목표보다 두 배 가량 많은 20%로 늘리는 한편, 온실가스 배출량은 40%나 감축하겠다는 구상도 플랜의 주요 비전이다.
서울형 녹색성장의 주요 추진전략을 살펴보면 정부 정책에 발을 맞추긴 하되 서울의 특성을 반영한 차별화 전략을 병행하고 신생에너지 사용을 건물·수송분야에 집중할 것을 예고하고 있다.
또 일정한 기술조건을 제시하고 신생에너지 등 녹색기술 구매를 포함한 정책 로드맵을 통해 초기시장을 열어젖히고 도시계획 등 시정계획과 연계해 녹색성장 정책의 실효성을 확보한다는 것이다.

20년간 45조 투입 100만개 일자리 창출

서울형 저탄소 녹색성장은 세 개의 주요 핵심과제를 담고 있는데 ‘기후 친화도시’, ‘녹색성장도시’, ‘고도적응도시’ 등이 굵은 테마이다.
세 개의 주요 사업은 각각 7∼8개의 단위사업들을 거느리고 있는데 이 사업들은 앞서 언급한대로 2030년까지 45조의 예산을 투입해 100만개의 일자리 창출과 167조원의 시장조성에 결정적인 힘을 발휘하게 될 것이다.
22개의 단위 사업중에선 ‘기후친화적 에너지 체계구축’, ‘교통의 그린혁명선도’, ‘서울형 신성장 녹색산업 지원’, ‘기후친화적인 도시관리기반 구축’ 등 네 개의 사업비중이 크고, 단위사업들은 도시문명 전환의 연착륙을 가능케하는 ‘무기’들이다.
시는 저탄소 녹색성장의 효율적인 추진을 위한 조직구성에 박차를 가하고, 2030년까지 서울형 10대 ‘녹색기술’ 개발에 2조원을 투자해 세계적 기술수준을 확보해 나갈 계획이다.
시는 또 중앙정부·자치구·타자치단체 등 행정기관, 기업, 시민사회, 국제대도시 등 네 방향의 ‘생산적 협력 네트워크’ 구축에도 심혈을 쏟고 있는데 이는 녹색성장의 시너지 효과를 배가 시키겠다는 전략의 일부이기도 하다.

기자의 눈/ 저탄소 녹색성장 추진의미

비산유국 멍에 풀고 신문명 ‘수퍼파워’로
10대 GT 육성해 녹색성장 연찬륙 유도


외부세계의 변화에 눈을 감고 있다가 제국주의의 칼날에 쓰러져야 했던 뼈저린 역사를 경험한 대한민국이 100년만에 또 다시 역사의 전환기와 마주섰다.
국권상실, 동존상잔의 처절함을 겪고도 우리는 용케 세계 13위의 경제력을 만들어왔다. 자존심을 버리고 일본에게 손을 벌리고, 미국 편에 서서 싸운 피의 댓가로 종자돈을 만들어 일으켜 세운 ‘대서사시’가 현재 우리의 모습이다.

인구 5000만, 세계 13위의 경제대국은 십 수년 전만 하더라도 서방 주요 7개국의 아성을 허물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충만해 있었다.
하지만 구제금융의 덫에 걸린 후 몇 년간 빚 갚는데 전력을 쏟는가 하면 미국발 금융위기, 국제유가 폭등 등의 악재까지 겹쳐지니 급기야는 리딩보드에서 후순위로 밀리는 아픔까지 겪게 된다.
산업성장의 최대 동력원인 석유는 피할 수 없는 숙명처럼 우리를 괴롭혀 왔다. 유가 파동은 주기적으로 우리경제에 치명적 타격을 입혀왔고, 머지않아 국제유가가 배럴당 200달러를 넘어서리라는 전망은 대한민국을 우울하게 만드는 암초와도 같다.

이토록 우리를 우울하게 만들던 구조가 머지않아 무너져 내리게 된다. 금세기 중반이 되면 마침내 화석연료 시대가 종언을 고하게 되며 비산유국의 멍에도 벗게 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화석연료의 종료가 밝은 미래를 거져 가져다 주는건 아니다. “지금 당장 석유를 못쓰게 되면 인류문명은 석기시대로 돌아갈 수 밖에 없다.”는 얘기를 뒤집어보면 석유의 편의성과 효율성을 인정할 수 밖에 없는데, 석유정도의 효율을 내면서 지구환경에 악영향을 끼치지 않는 청정에너지를 다량으로 얻으려면 다양한 실험과 검증을 거쳐야 한다.

녹색성장은 지구 기후변화에 대응하고 신생에너지가 화석연료를 대체할 때까지 지속적인 경제성장과 국민들의 안정적인 생활을 가능케하는 필수요소로 향후 수 십년간 국운을 걸고 매달려야 하는 과제중의 과제다.
현재 우리의 녹색기술은 세계 최고 대비 50∼85% 수준이며, 15개 주요 선진국중 11위 정도로 평가되는데, 낙관도 비관도 할 수 없는 상태라 할 수 있다.

미래를 희망적으로 내다보는 전문가들은 대한민국이 구제금융의 척박한 환경속에서도 IT 강국으로 우뚝 선 전력을 말하면서 신생에너지 시대의 주역이 될 수 있다고 장담한다.
10년 뒤진 기술력으로 단기간에 수많은 기술강국들을 추월한 것을 보면 잠재력이 크고 확실한 비전과 과감한 투자, 민·관·기업간의 단결력이 합쳐지면 놀라운 성과를 낼 수 있다는 게 낙관적 미래를 내다보는 측의 설명이다.

문명사의 변혁기에서 서울시는 기민하게 녹색성장 대책을 내놓았다. 사업기간 20년, 총사업비 45조원의 ‘저탄소 녹색성장’은 개청이래 최대사업으로 꼽힌다.
도이치뱅크가 분석한 자료에 의하면 향후 40년간 전 세계적으로 에너지부문에서만 45조 달러의 천문학적인 액수가 투자될 것이라는 것인데 이는 녹색기술에 대한 투자를 소홀히 하다간 글로벌 경제권에서 도태된다는 말에 다름아니며 ‘2030 서울형 저탄소 녹색성장’ 전략은 사업의 성격과 파급효과를 감안할 때 매우 합당하고 시의적절해 보인다.

특히 서울형 10대 녹색기술을 선정하고 육성한다는 계획은 민간기업의 우수 녹색기술 개발을 촉진하는 토양이 되고 시민들의 일상을 파고드는 순환구조를 만들어내 녹색성장이 연착륙하는데 지대한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서울시는 지금 장기레이스에서 좋은 성적을 내기 위해 근력과 지구력을 키우는 한편, 신발끈을 단단히 조여 매고 있는 중이며, 녹색레이스는 서울시의 20년 계획을 넘어 반세기 동안이나 지속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