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바꾸는 두바퀴 그리고 우리
세상을 바꾸는 두바퀴 그리고 우리
  • 백인숙 기자
  • 승인 2009.08.20 1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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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성장 시리즈 2 / 녹색 꿈 이루는 자전거
▲ 無탄소 교통수단으로 대표되는 자전거(Bike Circle)는 녹색성장 핵심사업으로 정부는 향후 10년 내 바이크 코리아, 세계 5대 강국을 꿈꾸며 도로 인프라를 통한 녹색뉴딜을 지향하고 있다.


인류 문명사에 격변기가 도래했다. 석유·가스 등 산업혁명기를 떠받치던 화석연료시대가 40∼60년 후면 소멸되고 신에너지 시대를 맞아야 하는 것이다.
화석연료시대를 반세기정도 남겨둔 인류는 새로운 에너지를 찾기 위해 고민을 거듭하고 있으며 해법을 찾기 위해 다양한 실험을 진행중이다. 지난해 2월에 출범한 이명박 정부가 내놓은 ‘녹색성장론’은 화석연료시대 종료에 대비하기 위한 20년 장기비전의 일부이며 차후에 누가 정권을 차지하느냐와는 무관하게 국정의 최우선 과제가 될 것이다.

‘녹색성장’은 향후 수십년간 각국의 경쟁력을 좌우하게 되는데 경쟁의 대열에서 이탈하는 순간부터 도태를 각오해야 할 만큼 심각한 이슈가 아닐 수 없다. ‘세계 일류’를 지향하는 서울시가 이같은 흐름을 놓칠 리가 없다. 금년 7월 전격적으로 ‘2030 서울형 저탄소 녹색성장’을 내놓고 장기레이스에 뛰어든 것이다. 본지는 4회에 걸쳐 녹색성장의 시대를 헤쳐 나가는 서울시와 자치구의 행보를 쫓는 중이며, 이번호에서는 환경오염 ‘제로’ 수송수단, 자전거 정책 을 알아본다. -편집자주-

Bike Circle, 맑은 서울의 희망고리

예전엔 사는 동네에서 자전거 판매점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다. 그러나 이젠 자전거 판매점 보기가 쉽지 않은 현실에서 삼천리 자전거 등이 겨우 명맥만 유지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2008년 기준 약 1600만대의 자동차를 보유, 인구 3명당 1명꼴로 자동차를 보유하고 있다. 좁은 국토를 생각하면 이는 지나치게 많은 수치인 반면 자전거 관련시설은 열악한 편이다.

자동차로 유명한 포르쉐, BMW, 벤츠 등은 세계적인 자동차 회사인 동시에 세계적인 자전거 메이커다. 전 세계 자전거의 90% 이상을 중국 미국 일본 독일 등 선진국이 차지하고 있는데 반해 국내 자전거 산업은 매우 영세한 실정이다. 지식경제부에 따르면 2006년 기준 국내 자전거 생산업체는 종업원 10인 이상 사업체 2개를 비롯, 총 7개사에 불과하다. 이에 정부는 자전거 르네상스 계획을 발표한 뒤 자전거 산업을 발전시키기 위해 공을 들이고 있다. 서울교통연구원에 따르면 서울시 교통수단 중 20%를 자전거로 대체할 때 연간 약 7000억원의 편익이 발생하고 이를 전국적으로 환산한다면 어마어마한 규모가 된다. 또 경제적인 측면뿐 아니라 환경보호와 국민건강 증진, 신사업 육성과 고용창출 등 국가브랜드 제고까지 연계될 수 있다.


한강과 남산… 교통 패러다임 바꾼다


無탄소 교통수단으로 대표되는 ‘자전거(Bike Circle)’는 녹색성장 핵심 사업이다.
정부는 향후 10년 내 바이크 코리아, 세계 5대 강국을 꿈꾸며 도로 인프라를 통한 그린 뉴딜을 지향하고 있다. 또 교통 패러다임 자체를 바꿔 놓을 수 있는 자전거 활성화는 녹색황금알로 자연친화적인 당당한 ‘꼬마 차’로 대두되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자동차는 에너지 소비의 16.4%,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16.1%를 차지하며 환경보호와 경제논리로 볼 때 변화된 교통패러다임으로 자전거 보편화가 시급한 실정이다.
이에 서울시는 기존 교통망을 자동차 중심에서 사람→자전거→자동차 순서로 바꿔놓는다는 계획아래 카드 하나만으로 전국 어디서나 자전거를 임대할 수 있는 시스템과 자전거도로 네트워크 건설, 기존 자동차·버스의 속도제한 구역 확대로 자전거운행 보장, 자전거보험 도입과 자전거법령 마련 등 다양한 정책들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 9월 서울시는 녹색자전거 활성화 추진을 위해 자전거전담부서(지난 7월30일 자전거교통담당관으로 개편, 4팀 18명)를 신설하고 ‘자전거 마스터 플랜’을 추진 중이다.
서울시 자전거교통담당관 이혜경 과장은 “오는 2014년이면 서울시 전역에 순환형 자전거 노선이 완성되고 2020년이면 33개소의 자전거친화타운이 조성될 것”이라며 “무엇보다 자전거에 관련된 시설완공 등을 중점적으로 추진, 자동차는 자전거를, 자전거는 보행자를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나눔과 배려를 실천하는 교통 문화가 되도록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시·구, 함께 자전거 활성화 전개


서울시는 자전거 수단 분담율을 2020년까지 10%로 제고하는 등 자전거 친화적 도시환경 조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우선 생활속에서 쉽게 자전거를 탈 수 있는 전용도로 등 인프라 구축을 위해 도로 다이어트를 실시하고 있다. 간선축 자전거 전용도로 207km와 도심·외곽 순환망 88km 조성, 자전거 전용건물 16개 신축, 한강과 도심 자전거도로 연결을 위해 자전거 엘리베이터 19개 설치 등 2030년까지 종로·중구·송파·노원구 등 각 자치구에 적극적인 지원을 하게 된다.

특히 자전거전용도로 등으로 자전거산업 인프라가 구축될 경우 출·퇴근 시 보다 편리하고 안전하게 자전거를 이용할 수 있도록 법령 및 제도를 마련할 방침이다. 현재 이 법 개편은 한나라당 김태원 국회의원이 국회에 발의한 상태로 아직 계류 중에 있다.
한편 서울시 25개 자치구는 대부분 녹색자전거 활성화에 적극 동참하며 팔을 걷어붙였다. 그 중 송파구는 타 구에 비해 일찍 녹색성장에 관심을 갖고 자전거 활성화에 주력, 서울시에서 진행 중인 자전거도로 8.0km를 추진하며 대중교통과의 연계에 힘써왔다.

종로구와 중구는 서울시 자전거 도심순환노선망 구축계획에 따라 경복궁외곽-율곡로-창경궁로-대학로의 7.0km와 청계천로 자전거도로 설치 등으로 도로다이어트를 추진 중이다.
강남구와 마포구는 공공임대 자전거시스템을 구축, 자전거 무인대여시스템을 운영 중에 있다.
특히 강북구 수유역에 대중교통과 원활한 환승을 위해 자전거주차전용건물을 신축 중이며 오는 2012년까지 16개소에 전용건물을 지을 예정이다. 또 300대 이상 자전거주차장을 확보, 신도림역과 수유역을 시작으로 △2010년 창동·상계역 완공 △2011년 응암·시흥역 완공 △2012년 수색·목동역 완공 △2012년 이후 성내·송정역 등에 사업을 끝낼 계획이다.
무엇보다 자전거 도난과 분실방지 및 지하철과의 원활한 환승을 위해 지하철역사 밀폐형 자전거보관시설을 구축한 것이 눈길을 끈다. 현재 노원구 석계역에 등장한 락커형 보관소와 자전거 전동슬로프, 송파구 성내역 자전거보관시설 등이 주민들의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이밖에도 금천·관악·강동·서대문구 등이 자전거도로확충과 무인자전거 무료대여소, 자전거종합센터를 완공하거나 추진 중에 있다.

그린강국 유럽 벤치마킹

녹색산업의 선두주자로 잘 알려진 네덜란드, 독일, 영국 등 유럽 선진국들은 이미 20년 전부터 녹색황금을 찾아 치열한 그린베이스를 벌여왔다. 이들은 단순히 그린운동이 환경론자 들의 전유물이 아니라 지구를 살리고 인간을 살릴 수 있는 희망의 프로젝트로 국가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사업으로 확신했다.
이들 그린 강대국들은 차보다 자전거가 더 편리하다는 의식고취를 위해 전 국토에 자전거전용도로 신설, 언제 어디서나 자전거를 빌려 탈 수 있는 자전거 임대소 및 보관소 등을 구축, 차보다는 자전거와 사람이 우선시되는 교통과 문화를 정착시켰다. 또 녹색산업을 추진하는 기업을 우선 지원하기 위해 ‘그린 펀드’ 등을 출시, 유망기업 지원과 함께 예금자들에게는 세금 감면의 혜택을 주고 있다.


자전거 인프라 크게 부족 ‘애물단지’인식도 장애물
대중교통 연계·이용자 안전 ‘시급’


▲ 자전거 도난과 분실방지를 위해 노원구 석계역에 선보인 ‘밀폐형 자전거락커 보관소’.

우리나라 녹색자전거 프로젝트는 아직 아기 걸음마 수준이다.
서울과 인천, 의정부 등 수도권 일부 지역만이 자전거전용도로 신설, 보관소 등 시설구축에 매진하고 서울 도심권만 하더라도 자전거 인프라 구축이 잘 돼 있는 송파 노원구도 자전거도로 부족과 대중교통과의 연계가 미흡한 실정이다. 아직은 시민들이 마음 놓고 자전거를 이용할 수 없는 게 현실이다.

중랑천에서 만난 노원구의 한 주민은 “탄소배출도 절감돼 지구환경도 살리고 건강에도 좋은 자전거는 전 세계적으로 활성화되고 있는 녹색운동으로 마음 같아선 출퇴근도 자전거로 했으면 좋겠다”며 “그러나 아직 우리나라 도로 여건상 위험하기도 하고 무엇보다 버스나 택시 운전자들이 싫어하는 기색이 역력해 생활적으로 아직 현실화 될 수 없다”고 말했다.

강북구의 모 공무원은 “정부와 시에서 적극 추진하고 있는 자전거 활성화 정책에 따라 구도 자전거 정책에 적극 동참하고 주민들 호응도 크다”며 “그러나 도로다이어트와 자전거 연관시설 구축으로 점차 여건이 좋아지고 있지만 일부 경찰청의 반대로 협의가 안돼 공사 중 보류된 부분도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이에 서울시 자전거교통담당관 이혜경 과장은 “지난해부터 시작한 자전거마스터플랜은 아직 시작단계로 시민들이 레저는 물론 자전거로 안전하게 출퇴근할 수 있도록 자전거 전용도로 구축과 시설설치에 전력을 다하고 있다”며 “그린강국인 독일, 오스트리아 등을 견학하며 그들의 성공책을 벤치마킹하고 있지만 그들의 성공책이 꼭 우리나라에 맞는 것은 아니기에 우리의 실정에 맞는 실용성 있는 정책으로 심사숙고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그는 “자라나는 어린이들에게 자전거에 대한 안전의식고취와 실기교육을 위해 서울시교육청과 함께 63개 초등학교에 시범적으로 자전거교육을 실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출범 초기부터 이명박 대통령은 녹색성장은 ‘선택이 아닌 필수’임을 강조하며 전방위적인 지원을 약속했다. 물론 서울시도 올 7월 본격적으로 ‘2030년 저탄소 녹색성장’ 프로젝트를 발표하며 그린 강국으로서의 첫 발을 내딛었다. 그만큼 녹색산업은 모든 사람의 복지를 위한, 환경적으로 지속가능한 경제성장으로 인식되고 있는 것이다.
자전거 취재를 하며 대한민국 도심과 강산을 어우르는 탁 트인 자전거 도로를 상상했다.
녹색산업 선두주자로 차보다 자전거가 더 편하다는 인식이 보편화된 유럽 선진국에 비해 아직 우리는 갈 길이 멀다. 그러나 정부와 시, 자치구와 주민들이 상호 보완하며 실용성 있는 정책들을 추진한다면 ‘자전거로 꿈꾸는 녹색 세상’은 멀지 않아 도래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