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목’에 대한 서울시의 예우
‘거목’에 대한 서울시의 예우
  • 문명혜 기자
  • 승인 2009.08.21 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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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큰 별이 떨어졌다. 대한민국 현대사에 깊고 커다란 족적을 남겨온 김대중 전 대통령이 18일 서거했다.

김 전 대통령의 생애는 개인사를 넘어 대한민국 역사의 흐름을 바꿔놓은 대서사시와도 같다. 삶과 죽음을 넘나들며 끝내 자신의 이상을 활짝 펼쳐 보인 그의 인생역정은 명작 ‘빠삐용’을 젖힐 정도로 드라마틱하다.

그의 탁월한 지도력과 역량은 오늘 우리가 향유하고 있는 아시아 일류수준의 민주주의를 이끌어냈고, 오랜기간 지속돼 온 남북대결 구도를 깨고 평화협력 시대로 바꿔놓았다.

반세기 정치역정을 거치며 강렬한 카리스마를 내뿜었던 그의 업적은 헤아릴 수 없이 많겠지만 수평적 정권교체를 이룬 후 5년의 집권기에도 놀라운 성과를 냈다.

단기간에 외환위기를 돌파하는가하면 빚갚느라 여념이 없는 와중에도 인권을 비약적으로 발전시키고 소외계층을 위한 복지제도를 정착시키는 한편, IT 강국으로 끌어 올리는 등 탁월한 국정운영 능력을 보여준 것이다.

많이 회자되지는 않지만 대한민국 ‘행정사’에도 그의 커다란 족적이 남겨져 있다. 바로 지방자치시대를 연 것이다.

지방자치는 민주주의의 요체중 하나라고 인식한 김 전 대통령은 노태우 대통령의 선거공약인 중간평가를 유보해주고 맞바꾼 것이 바로 지방자치인데, 20년 가까이 발전을 거듭해 온 우리의 지방자치가 성숙기로 접어들고 있고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내적성장에 적지않은 힘을 보태고 있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그의 공적중 하나이다.

서울시도 김 전 대통령 생전의 업적을 기려 서울광장을 개방하고 분향소를 설치하는 등 시민들의 조문 편의를 위한 조치들을 쏟아내고 있다.

서거전 세브란스 병원으로 병문안을 다녀왔던 오세훈 서울시장도 인류평화, 민족화해, 민주주의 발전에 공헌한 김 전 대통령의 서거를 애도하는 논평을 내놓고 장례준비와 진행에 시차원의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오 시장은 분향소 설치를 진두지휘하는가 하면 시직원 120명을 분향소에 24시간 상주시켜 조문안내와 질서유지에 나서게 하고 있다.

서울시는 지금 대한민국 현대사를 이끌어 온 거인의 퇴장을 맞아 최대한의 예우를 다하려고 애쓰고 있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