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확실한 두려움부터 먼저 잡아야
불확실한 두려움부터 먼저 잡아야
  • 방용식 기자
  • 승인 2009.09.09 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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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아킴 데 포사다가 지은 <마시멜로 두 번째 이야기>에 실린 이야기다. 찰리의 후원자이자 멘토인 조나단은 찰리에게 밀봉봉투를 건넸다. 찰리가 도저히 빠져나올 수 없는 어려움을 당했을 때 펼쳐보라는 전언과 함께. 내용 중 하나는 ‘커다란 곰, 그리고 알 수 없는 두려움을 만났을 때 어느 것을 먼저 해결할 것이냐’는 물음이었다.

신종인플루엔자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정부 통계에 따르면 8일 현재 확진환자는 6214명으로 이중 4명이 사망했다. 전국 자치단체가 축제의 계절, 가을을 맞아 계획하던 축제 중 151건은 취소됐다. 32건은 연기됐고 76건이 축소됐다. 정부의 재정지출로 근근이 버텨가던 지방경제가 무너지고 있다는 소리도 들린다. 자치단체는 축제 개최를 위해 투입했던 예산과 인력을 고스란히 허공에 날려야 할 판이다.

상황이 이렇게 변하자 정부는 보건복지가족부가 중심이 된 8개 부처로 통합대책본부를 꾸려 운영 중이다. 이달 말에는 행정안전부장관이 본부장이 되는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구성도 검토하고 있다. 9일 오후 청와대에서는 청와대정책실장이 주재하는 관계부처회의도 열린다. 축제 등 행사가 잇따라 취소 또는 연기되면서 지방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판단 때문이다.

하지만 현재 상황에서 ‘귀가 열릴’ 만한 대책은 없어 보인다. 정부는 국민들의 불안을 부추길 우려가 있다고 판단한 탓에 현재 ‘경계’인 신종플루대응단계를 ‘심각’으로 격상할 수도 없다. 그저 손 열심히 닦고, 개인위생에 철저 하라는 당부뿐이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정부의 딜레마를 십분 이해한다 하더라도 국민의 건강과 안전을 책임져야 하는 국가는 선제적으로, 적절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8일의 ‘할 수도 있고, 안 할 수도 있고’라는 정부 관계자의 답변을 국민이 들어야 할까. 소를 잃은 후에라도 외양간을 고쳐야 하는 게 국가가 할 일이다.

조나단의 편지를 받은 찰리는 결국 알 수 없는 두려움을 먼저 처리해야 한다며 답을 내렸다. 찰리는 곰이 아무리 사나워도 죽은 체 하든지, 나무 위로 올라가든지 선택에 따라 피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신종인플루엔자를 곰으로 만들든지, 볼 수 있도록 하는 게 국가의 일이다. 작년 5월 대한민국을 혼란 속으로 밀어 넣었던 광우병 파동도 잘못된 정보와 잘못된 탓에 생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