깎이고 파이고… 지친 지구에 녹색수혈
깎이고 파이고… 지친 지구에 녹색수혈
  • 김은경 기자
  • 승인 2009.09.10 15:30
  • 댓글 0

녹색성장시리즈3/ 에너지 전쟁, 녹색 돌파구를 찾아라

 

▲ 서울시(시장 오세훈)는 새로운 에너지패러다임으로의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사진은 성수1가1동 뚝도아리수정수센터내 설치된 태양광시설로 4700㎡규모의 시 공공시설 최초, 최대 태양광 발전설비다.
 인류 문명사에 격변기가 도래했다. 석유·가스 등 산업혁명기를 떠받치던 화석연료시대가 40∼60년 후면 소멸되고 신에너지 시대를 맞아야 하는 것이다.
화석연료시대를 반세기정도 남겨둔 인류는 새로운 에너지를 찾기 위해 고민을 거듭하고 있으며 해법을 찾기 위해 다양한 실험을 진행중이다. 지난해 2월에 출범한 이명박 정부가 내놓은 ‘녹색성장론’은 화석연료시대 종료에 대비하기 위한 20년 장기비전의 일부이며 차후에 누가 정권을 차지하느냐와는 무관하게 국정의 최우선 과제가 될 것이다.
‘녹색성장’은 향후 수십년간 각국의 경쟁력을 좌우하게 되는데 경쟁의 대열에서 이탈하는 순간부터 도태를 각오해야 할 만큼 심각한 이슈가 아닐 수 없다. ‘세계 일류’를 지향하는 서울시가 이같은 흐름을 놓칠 리가 없다. 금년 7월 전격적으로 ‘2030 서울형 저탄소 녹색성장’을 내놓고 장기레이스에 뛰어든 것이다. 본지는 4회에 걸쳐 녹색성장의 시대를 헤쳐 나가는 서울시와 자치구의 행보를 쫓는 중이며, 이번호에서는 화석연료를 대체할 ‘신재생에너지’에 대해 알아본다. -편집자주-

 


토머스 프리드먼은 자신의 저서인 <Hot, Flat, and Crowded>에서 “녹색전략은 단순히 전력을 만드는 문제가 아니라 ‘신국력창출전략’”임을 강조했다. 또한 21세기를 ‘에너지, 기후 시대’로 정의하고, 인류의 전 분야에 걸친 혁명적, 급진적 패러다임 변화가 진행 중이며 ‘녹색혁명(Code Green)’이 유일한 생존, 번영 전략임을 역설했다.
화석연료 중심의 자원시스템과 경제시스템은 자원위기와 동시에 환경위기를 초래해 결국 인류를 지구온난화와 기후변화라는 전대미문의 생존위기에 봉착하도록 했다.
이런 현실에서 종말로 치닫는 지구의 시간표를 전환할 새로운 탈출구이자 미래의 블루칩으로 ‘녹색에너지’, 특히 신재생에너지가 그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다.

녹색성장의 엔진, 녹색기술

신기술과 신시장 창출로 경제와 환경의 선순환 고리를 형성할 ‘녹색성장’의 핵심동력으로 ‘녹색에너지’가 주목되는 데는 분명한 이유가 있다. 사실상 인류의 모든 활동기저에는 막대한 에너지기반이 필연적으로 자리하며, 시급성과 경제성 등 다각적인 측면에서 에너지만큼 광범위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영역 또한 흔치않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녹색에너지 산업의 경제성이 확보될 경우 연계 산업이 그린화되고, 그 효과는 전 사회문화적으로 급상승하는 ‘폭포효과’를 유발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실제로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오는 2050년까지 299조 달러가 에너지관련 R&D, 보급, 설비 등에 투자될 것으로 예측했다. 녹색에너지 산업에서 IT혁명기에 버금가는 폭발적인 성장가능성을 예견한 것이다.

녹색에너지는 혁신적인 에너지 기술을 바탕으로 온실가스를 획기적으로 감축하는 새로운 에너지 분야다. 세부적으로는 ‘21세기의 유전’으로 불리는 태양광, 수소연료전지 등 신재생에너지, 화석연료의 청정화, LED와 전력IT 등 에너지 효율화 분야로 구분된다.
우리나라도 오는 2013년부터 온실가스 의무감축국으로 지정될 가능성이 높아짐에 따라 ‘녹색기술’ 발전을 견인해 ‘녹색시장’을 창출해야 하는 난제에 직면해있다. 그 핵심에 ‘녹색기술’이 존재한다.

현재 우리나라의 선진국 대비 녹색기술 수준은 50~85%에 머무르고 있지만 발전잠재력은 매우 높게 평가된다. 반도체, LCD, IT 등 세계·최고 수준의 산업기반을 활용할 수 있고, 세계 10대 에너지소비국으로 시장 수요 또한 상당하기 때문이다. 그 성패는 IT, BT, NT 등 연관 산업과의 ‘융합’을 통한 시너지 효과와 기업들의 투자를 유도할 초기 여건 및 녹색시장 활성화에 달려 있다.

2030 서울형 저탄소 녹색성장

녹색성장에는 녹색실천을 견인할 녹색자치가 요구된다. ‘서울형 녹색자치’를 실현하기 위해 서울시는 지난 7월2일 입지 등 시의 특성을 반영, 차별화한 ‘2030 서울형 저탄소 녹색성장’ 미스터플랜을 발표했다. 또한 녹색 마스터플랜을 효율적으로 실행하고자 조직 변경을 단행, 본부 단위의 저탄소 녹색성장정책 전담 관리체계를 구축했다. 이에 따라 맑은환경본부장을 책임관으로 지정하고, 녹색성장정책은 녹색환경정책담당관에서, 기후친화 및 고도적응 부문은 기후변화담당관을 신설해 전담시켰다.

이번 계획안의 골자는 세계적인 녹색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새로운 에너지패러다임으로의 전환이다. 특히 자원의존형에서 기술의존형 신재생에너지 위주로 시스템을 재설계하고, 도시구조 등 하드웨어와 라이프스타일 등 소프트웨어 전반을 근본적으로 전환하는 ‘그린디자인’을 목표로 제시한 점이 주목된다.
도전적이고 파격적인 가이드라인도 포함됐다. 2020년까지 온실가스배출량 25%감축과 2030년까지 40%감축이라는 목표를 제시하고, 2030년까지 에너지이용량 20%감축이라는 청사진을 내세웠다. 에너지 고효율화와 건물에너지합리화사업 등을 통해 20%를 절감하고, 10%는 에너지절약을 통해 절감하겠다는 구체적인 추진방안도 마련했다.

또 2030년까지 2조원을 투자해 지식집약적, 기술집약적 녹색기술을 세계 최고수준으로 육성한다는 포부도 담겼다. 그 핵심은 태양전지, 수소연료전지, 스마트그리드, 그린빌딩, LED 등 서울에 적용가능한 서울형 10대 ‘GT(녹색기술)’를 R&D와 결합해 집중 개발, 육성한다는 복안이다. 이를 위해 서남권(마곡~구로~금천~양재)에 GT R&D 거점을 조성하고, 기존 동북권 IT R&D 산업벨트와 연계한다는 플랜도 구체화했다.
2030년까지 45조원을 투자해 일자리 100만개 창출과 167조원 규모의 녹색산업시장을 조성한다는 대규모 계획도 포함됐다. 일정 기술수준을 조건으로 한 구매예고 등을 통해 초기 시장을 안정화하고, 도시계획 등과 연계해 녹색정책의 실효성을 확보한다는 입장이다.
이창학 서울시 녹색환경정책담당관은 “GT 발전은 녹색성장의 핵심으로 인센티브 제공 등 기술개발을 위한 투자여건을 조성하고, 신재생에너지 사용 의무화 등 수요를 창출하는 정책이 병행돼야 한다”며 녹색기술 발전에 따라 공공부문에서 민간부문으로 수요가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신재생에너지 최적 믹스(Mix) 구현


한편 이번 계획에는 ‘신’에너지인 수소와 ‘재생’에너지인 태양광의 ‘신재생’에너지 최적 믹스(Mix)를 구현해 2007년 기준 1.5%였던 신재생에너지 이용율을 2030년에는 20%까지 끌어올리기 위해 서울형 신재생에너지를 집중 보급하는 다각적인 사업방안이 총망라됐다.
우선 2030년까지 수소를 가정과 공동주택, 대규모 개발사업 등을 통해 보급하고, 건물, 옥상 등을 활용한 건물일체형 고효율태양전지(BIPV)를 개발, 적용하며 서울 냉난방공간의 10%를 지열냉난방 시스템으로 보급, 확대하기로 했다.
또한 저변 확대를 위해 뉴타운 등 도시개발사업 시 신재생에너지 도입을 의무화하고, 공공건물에 대한 신재생에너지 시설의무화를 확대해 현행 신축 건축비의 5% 이상 투자 규정을 오는 2030년까지 총 에너지 부하량의 20% 이상으로 제고할 계획이다. 또 건축·도시계획 전반의 에너지합리화사업을 통해 2030년까지 시 건축물의 60%를 녹색건물화하며, 친환경건축물에 대한 인증 의무화를 단계적으로 확대해 2010년까지 공공건물에 대한 친환경 1등급 인증을 의무화하고, 2030년까지 모든 신축건물에까지 친환경 인증을 의무화할 계획이다.

특히 월드컵공원을 신재생에너지 랜드마크로 조성하기 위해 2010년 완공을 목표로 태양광시설과 LED, 복합수소에너지센터와 에너지제로하우스, 수소연료전지자동차 운행 등 제반 사업에 이미 착수한 상태이며, 마곡을 기후긍정개발(CPDP) 모델로 통합적 친환경 에코타운으로 조성해 향후 도시개발사업에 적극 원용할 계획이다. 이밖에도 그린카, LED조명 등 다양한 친환경 요소를 동시에 구축하는 한편 녹색성장조례 제정을 추진하고 서울녹색성장위원회 구성이 임박하는 등 녹색전략 추진을 위한 기반을 착실하게 다져나가고 있다.
녹색성장은 생활에서 에너지절약을 위해 불편을 감수하는 에코티즌(Ecotizen)을 통해 완성된다. 생활 속에서 합리적인 저탄소 녹색실천이 활성화될 때 이 모든 플랜은 실제 현실로 구현될 것이다.


공공건물에 태양광 발전시스템 도입 등
자치구, 신재생에너지 보급 ‘첨병 자처’


자치구들이 ‘서울형 녹색자치’를 실현하기 위해 질주하고 있다. 가장 주목되는 것은 태양광, 태양열, 지열, 수소연료전지 등 신재생에너지 확산을 위한 발빠른 행보다.
금천구청사 옥상에는 태양열시스템과 수소연료전지 2기가 설치, 운영 중이다. 지하에는 지열 냉난방시스템도 가동되고 있다. 금천구 조현외 에너지팀장은 “핵심 녹색기술의 국산화가 관건”이라며 “태양열, 태양광의 핵심부품인 반도체 경쟁력을 기반으로 기술경쟁력을 획득, 시장을 창출해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일선 학교를 활용해 운동장에는 지열시스템, 옥상에는 태양열, 태양광시스템을 보급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관악구청사에는 지열시스템과 태양광시설이 들어서있다. 관악구 생활경제과 이재홍 주임은 신재생에너지 보급의 어려움으로 “초기 설치비용이 높아 경제적 격차가 사업 추진의 격차를 유발하는 점”을 지적했다. 또 “민간부문이 열악한 현실에서 공공부문과 대기업들이 선도적으로 나설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최근 정부의 녹색성장정책에 부응해 대기업의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으며, 공공시설을 중심으로 친환경시설이 확산되는 추세다. 특히 태양광시설에 대한 선호도가 활용도 및 유지·관리 등 측면에서 높은 편이다. 금천구는 지난 4월 구민문화체육센터, 노인종합복지관, 독산빗물펌프장에 태양광을 설치했고, 오는 10월 문화센터 폐열회수시스템을 완공한다. 또한 어린이집 2개소에 태양열, 시설관리공단 등 5개소에 태양광이 설치될 예정이다. 관악구도 지난 6월 구민종합체육센터와 선봉어린이집에 태양광을 설치했고, 향후 4개소에 추가 설치한다. 특히 선봉어린이집 옥상에 설치된 태양광시스템은 기둥 수를 줄이고 공간을 확보해 이로 인해 더욱 안전한 그물막 놀이터가 탄생했다.

구로구와 은평구처럼 기존 청사에 새로 태양광을 도입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구로구는 가정용 연료전지 2기도 운전 중이며, 고척근린공원과 화원종합사회복지관, 고척2동 주민센터에 태양광을 설치했다. 은평구는 서북병원에 태양광을 가동 중이며, 사회복지시설 인덕원에 태양열집열기와 태양열축열탱크 등 온수설비를 갖추고 있다. 광진구 중랑천변 공중화장실과 도봉구 도봉산 공중화장실에도 태양광이 등장했다. 광진구는 구립어린이집 2곳에 태양광을 설치한데 이어 중곡종합사회복지관과 중곡1동 제2경로당에 태양광을 마련할 계획이다.

도봉구도 발바닥 공원 내 환경교실과 행정지원센터, 도봉문화정보센터에 태양광을 확대 설치했다. 강남구는 강남대로변 2개 건물에 ‘태양광LED간판' 14개를 시범 설치했다. 동작구는 ‘저탄소 녹색성장 종합계획’을 수립해 LED조명 교체 등 2013년까지 단계적으로 투자를 확대한다. 또 건설공사 시 친환경자재와 공법을 적용하는 ‘녹색성장 계약원가심사제’ 도입 등 구정 전반에 녹색옷을 갈아입는 중이다.
이창학 서울시 녹색환경정책담당관은 ‘2030 서울형 녹색성장 마스터플랜’에 대해 “서울의 특성에 맞는 건물일체형 태양광이나 수소에너지 보급 및 활용방안에 주력하고 있다”며 “각 지역특성에 맞는 녹색정책을 발굴, 추진하는 것이 국가적으로는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방법이 될 수 있다”고 제언했다. 자치구들이 각 구의 여건과 특성을 반영한 구책을 수립, 추진하는 녹색질주가 서울시의 녹색경쟁력을 극대화하는 최선인 이유다.
金恩敬 기자 / kek71@hanafo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