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평구 ‘변혁의 9년’ 이끈 노 재 동 구청장
은평구 ‘변혁의 9년’ 이끈 노 재 동 구청장
  • 문명혜 기자
  • 승인 2009.09.24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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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평뉴타운, 서울 제1의 명품도시 될 것

2001년 4월 재보궐 선거를 통해 은평구 수장에 오른 노재동 구청장은 낙후된 은평을 번듯하게 만들어 놓겠다고 공언한 후 약속을 착실하게 지켜 구민들의 신임을 얻어 3기 연임의 입지를 다진 성공한 지방행정가다.
그에게 주어진 시간은 9개월여. 현직 프리미엄의 제한을 정한 법률 때문에 내년 7월이 되면 노재동 구청장은 10년간 땀과 정을 쏟은 구정에서 손을 놓아야 한다.
노재동 구청장은 재임 8년 5개월간 어떤 발자취를 남겼고, 남은 기간 어떤 ‘휘날레’를 준비하고 있을까.
취임초부터 지근거리에서 그의 활동을 지켜봤고, 수차례 대면했던 본지는 노재동 청장을 다시 찾아 ‘은평발전 10년 대장정 기록’을 들어보기로 했다.                                 -편집자주-


“불광천 주민들이 즐겨 찾는 최대 공원으로 변해”
“국립보건원 부지 지역경제 도움 되는 방향 개발”
“결핵인촌 주민들 임대아파트 입주했을 때 보람”


3기 연임중인 노재동 은평구청장은 쌓인 시간만큼이나 많은 일을 해왔고, 장대한 비전들은 현재에도 쉼 없이 진행되고 있다.
은평은 지난 9년동안 역동적인 변화를 거듭해 왔다. 한산하기 이를데 없었던 진관동 일대에 거대한 전원도시가 들어섰고 악취가 진동하던 불광천은 구민들이 즐겨 찾는 명소가 되었다.
모든 일이 노재동 구청장 임기 중에 벌어진 일들이다. 노 구청장에게 9년간 심혈을 쏟아온 굵은 줄기의 은평구정을 들어본다.


-은평구청장으로 취임한지 벌써 9년째입니다. 지난 9년 여정을 돌이켜 보면 감회가 남다를 텐데요.
“구청장에 취임한 날부터 은평구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다 보니 어느새 9년이 흘렀네요. 첫 취임 때 구민들에게 은평발전을 이루겠다고 약속드렸는데 많은 일들을 해냈고 완성단계에 있는 사업들을 보면서 보람을 느끼기도 합니다. 구민들께서 성원해 주시고 직원들이 다들 일을 잘해서 이뤄진 성과겠지요.
임기가 9개월 정도 남았는데 앞으로 취임할 때의 마음 그대로 추진하던 사업 잘 챙기고 후임 구청장이 왔을 때 “아 전임 구청장이 일을 열심히 했구나.”하는 소리가 나올 정도로 매듭을 잘 지어 놓을 생각입니다.”

-구청장을 3기 연임했으니 청장님과 은평의 인연은 ‘보통’이 넘을 것 같습니다.

“1969년부터 은평에 정착했으니 인생의 3분의 2를 은평에서 보낸 셈입니다. 9년 구청장 하면서 수많은 주민들을 만나고 구 발전과 주민 불편사항을 확인하러 동네 구석구석을 돌아다녔으니 은평의 풀 한포기 돌멩이 하나 정들지 않은 게 없습니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 말이 있습니다. 10년 가까이 은평구정을 맡아 오셨는데 2001년 취임 당시와 현재의 은평구는 얼마나 달라졌습니까.
“취임 전의 은평은 주거환경이 열악한 서울의 변두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습니다. 구청장이 된 후 제일 먼저 주거환경을 개선해야겠다고 작심하고 매달렸는데 그 결과 대한민국 제1의 생태전원도시 은평뉴타운을 만들 수 있었습니다.
불광천의 변화도 뉴타운 못지 않아요. 천변에 쓰레기를 마구 버려 악취가 진동하고 여름이면 파리, 모기가 들끓어 주변 주민들은 창문을 열지 못할 정도였는데 지금은 구민들이 가장 많이 즐겨 찾는 명소로 바뀌었지요.
또 수색·증산뉴타운, 불광동, 응암동, 녹번동도 구역별로 활발하게 주거환경 개선을 벌이고 있고, 녹색사업에도 힘을 쏟아 지난해 말 1인당 공원면적을 10평 정도로 늘려 놓았는데 이는 서울시 평균의 두배 정도나 됩니다. 머지않아 은평은 명실상부하게 가장 살기 좋은 곳이 되리라 확신합니다.”

-청장님은 기회 있을 때마다 은평뉴타운의 중요성을 강조해 왔고 노재동 하면 은평뉴타운을 떠오르게 합니다. 은평뉴타운 사업의 의미를 다시 한 번 짚어 주시죠.
“은평뉴타운은 임기 중에 추진했던 모든 사업 중에서 가장 애착이 가는 사업입니다. 천혜의 자연환경과 편리한 교통에도 불구하고 낙후의 대명사였던 진관동을 어떻게 개발할까 고민하던 차에 당시 이명박 시장님이 우리 구에 오셨고 나는 시장님을 모시고 진관동 일대의 열악한 환경을 직접 보여드리면서 그린벨트 해제를 강력하게 건의했습니다. 그 결과 2002년 하반기에 110만평 땅이 그린벨트에서 풀렸고 2004년 12월에 은평뉴타운의 ‘역사적인’ 첫 삽을 뜨게 된 것입니다.
은평뉴타운은 은평구의 역사에서 획기적인 사건이 분명합니다. 이 정도 넓은 땅을 공영개발하는 데는 7조5000억원이 들어간다고 하는데 구의 얇은 지갑으로는 아마도 영원히 엄두도 못낼 큰 사업인 것이죠.

뉴타운은 애초 계획대로 생태 전원도시로 건설 중이고 주변에 호텔, 미디어테크 전시관, 멀티플렉스, 대형 쇼핑몰 등이 들어서는 상업지역을 개발해 쾌적한 주거와 활력있는 경제를 조화시킬 계획인데 2012년이 되면 은평뉴타운은 서울의 대표적인 명품도시로 유명세를 타게 될 것입니다.”


-청장님은 불광천 살리기에도 많은 공을 쏟아왔습니다. 불광천 복원에 대한 구민들의 반응은 어떻습니까.
“불광천 살리기를 시작한지도 벌써 9년째 입니다. 불광천은 생태하천으로 되살아나 주민들이 가장 즐겨 찾는 명실상부한 은평의 최대 공원으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지난해까지가 생태하천으로 만드는 하드웨어 구축기였다면 올해부터는 경치 좋은 문화공간으로 채우는 콘텐츠 구성기라고 보면 됩니다. 자전거 도로를 복선으로 조성하고 여러 개의 분수, 예술무대, 아름다운 현수교, 주제가 있는 수목군락 등을 만들어 자연생태와 문화가 공존하는 수변문화의 새 지평을 열어 볼 생각입니다.”


-녹색사업에 대해 하나 더 질문하겠습니다. 은평구는 올해 북한산과 한강을 연결하는 ‘생태녹지축’ 사업을 발표했는데 이에 대한 설명을 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생태녹지축 사업은 은평이 생태 전원도시로 가는 중요한 사업으로, 북한산 기슭으로부터 발원된 녹음과 물을 살려 불광천에 닿게 하고 다시 한강으로 잇는 산, 강, 숲을 테마로 하는 전략사업입니다. 올 6월에 조성한 진흥로 그린웨이와 내년에 녹번천광장이 완공되면 큰 틀의 녹지축이 완성을 보게 됩니다.”

-청장님은 교육과 무관한 삶을 살아왔으면서도 교육분야에 많은 힘을 쏟아 왔습니다. ‘교육’에 특별히 관심을 쏟는 이유와 구정에 어떻게 반영되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살기좋은 도시의 기준은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교육환경 역시 매우 중요한 요소로 구의 발전을 위해 구정 역량을 쏟아야 하는 이유는 새삼 강조할 필요가 없을 정도입니다.
은평구는 서울시 자치구중 4년제 대학 진학률이 1등일 만큼 교육 잠재력이 큰 도시이고 내년부터 시행되는 고교선택제를 앞두고 우수한 학생들이 은평구로 올 수 있는 잠재력을 개발하고 우수고교를 만드는 데 주력하고 있습니다.

 재작년에 설립한 은평구민장학재단이 현재 45억원의 기금을 모아 공부에 열의를 갖고 있는 학생들에게 학비를 지원하고, 냉·난방기, 공기청정기 등 공부하기에 좋은 환경을 만들어 주는데도 30억원의 예산을 쓰고 있습니다. 내년 3월에 문을 여는 은평뉴타운내의 자립형 사립고 하나고등학교는 명품 교육도시로서의 은평구의 성가를 높여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민선4기는 시정의 방점이 문화로 옮겨 가고 있다는 평가가 지배적인데 은평구는 어떻습니까.
“세계 주요도시들이 문화로 도시품격을 높이고 고부가가치를 만들어내는 것을 보면 시정의 방향이 제대로 잡혀진 걸 알 수 있습니다. 우리 은평도 문화도시로 거듭나기 위해 문화예술회관을 초현대식으로 리모델링하고 국립보건원 부지에 문화존을 설정해 문화예술·교육·스포츠·멀티플렉스·컨벤션센터를 갖춘 문화예술복합시설을 건립해 지역문화의 구심점으로 육성할 계획입니다.”

-청장님은 민선4기 전반기에 서울시구청장협의회장과 전국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 대표회장을 역임했습니다. 지방자치 발전을 위한 중요한 자리에 계시면서 어떤 활동을 했는지 말씀해 주시죠.

“예. 열심히 일했고, 두 가지 중요한 성과가 있었습니다. ‘질서위반행위규제법’과 ‘재산세 공동과세제’를 시행할 수 있도록 뛰어다녔고 결실을 보게 된 것입니다. 질서위반행위규제법은 시민들의 준법정신을 높이는 계기가 됐고, 재산세 공동과세제는 재정이 열악한 서울 강북 자치구들의 열악한 재정형편을 완화시켰을 뿐만 아니라 서울의 균형발전에도 도움이 되는 사안으로 저에게 큰 자부심을 안겨 주었습니다.”

-주민숙원 사업 중 임기 내 해결이 어려운 사업도 있을 텐데요.

“도시가 발전하려면 상업시설이나 주민편익 시설이 필수적인데 우리 은평은 그런 점이 부족한 게 사실입니다. 정부는 국립보건원을 옮기면서 이전 재원을 만들기 위해 부지를 건설사에 팔 생각이었는데 제가 극구 반대했고, 결국 시유지가 됐습니다. 보건원 자리에 아파트가 들어서는 걸 반대하는 이유는 은평개발이 너무 주거에만 치우치기 때문입니다.
지역주민들이 활기차게 생활하려면 문화를 향유하고 경제적으로 자족기반이 있어야 하는데 국립보건원 부지야말로 최적지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주어진 시간이 많다면 이 일에 매달리고 싶은데 임기 중에 끝을 볼 수 있을 지 장담할 수가 없네요.”

-구정을 이끌어 오면서 보람도 많이 느꼈을 텐데요. 하나쯤 소개해 주신다면.
“지저분하던 결핵인촌을 정비해 영구임대아파트를 만들어 원주민 100%가 재정착하게 됐는데 입주하던 날 찾아갔더니 주민들이 나를 붙들고 “청장님 여기가 관광호텔입니다” 하면서 울더군요.”

-아직 9개월이나 임기가 남은 청장님에게 묻기가 조금 어색하긴 합니다만 퇴임 후에 은평과의 인연을 어떻게 이어갈 계획입니까.
“은평을 위해 일거리가 주어지면 무슨 일이든 마다하지 않을 겁니다. 평소에도 말하지만 환경미화원 옷 한 벌 주면 청소 일도 열심히 할 수 있습니다.”
-역시 좀 이른 질문이긴 한데, 후임 구청장에게 꼭 해주고 싶은 조언이 있다면 무엇이 있겠습니까.
“은평발전의 대의를 갖고 구민을 잘 섬겼으면 하는 거지요. 특히 국립보건원 활용방안은 심사숙고해 주길 바랍니다. 은평발전의 중요한 사안이기 때문입니다. 5가지 활용방안을 담은 계획서가 있으니 현명하게 대처하길 기대해 봅니다.”

-마지막으로 9년동안 동고동락 해온 구민들과 직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우선 부족한 점이 많은 저를 세 번씩이나 믿고 구청장으로 뽑아주신 구민들께 감사드리고 구정 수행을 위해 부지런히 일해 준 직원들에게도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저의 임기는 9개월이 남았는데 임기 마지막 날까지 계획했던 사업들을 잘 마무리하고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도록 구민 여러분과 직원들의 많은 협조를 구하고 싶습니다.”

기자가 본 노재동 은평구정 9년
고품격 생태전원도시 완성자

낙후된 제2의 고향을 생태전원도시, 활력넘치는 경제도시로 만들어 놓고 싶은 욕구를 참을 수 없어 경제인에서 행정가로 변신한 노재동 구청장은 운 좋은 사람이다. 법률에서 정한 ‘3선’이란 시간을 최대한 쓸 수 있는 기회를 가졌기 때문이다.
2001년 4월 재보궐 선거를 통해 은평구 수장으로 선출된 노재동 구청장에게 주어진 시간은 고작 1년 2개월 뿐이었지만 부족한 시간을 탓하는 대신 쾌적한 도시환경 조성, 경제활성화, 복지사회 구현 등의 비전을 내놓고 구정에 몰두해 이듬해 치러진 지방선거에서 재신임을 받는데 성공한다.

 민선3기 이후 노재동 구청장의 입지는 사실상 탄탄대로였다. ‘은평뉴타운’이란 장대한 프로젝트가 그의 손에 쥐어졌고, 은평뉴타운과 은평발전을 등식화해 마침내 3선 고지를 돌파해 냈다.
노재동 구청장의 은평구정 9년을 정리해보면 생태와 고품격 주거가 공존하는 복지공동체, 활력있는 경제도시를 꿈꿨던 그의 행보가 두드러지고 적어도 전자의 과제에서 만큼은 구민들도 인정할만한 성공적인 궤적을 그려오고 있다.

3만 가구, 10만 주민의 보금자리가 될 2개의 뉴타운 사업은 순항중이고 지난 10년간 은평구 녹색사업의 아이콘이었던 불광천 복원도 주민들의 호응을 등에 업고 청사진을 구현해 냈다.
주거환경이 열악한 낙후된 도시이미지를 바꾸겠다는 ‘생태전원도시’의 비전은 노재동 청장이 가장 공력을 쏟은 사업이었고, 가장 두드러진 성과를 낸 분야라 할 수 있다.

소년가장 출신이었던 노재동 구청장이 구정역량을 쏟았던 또 다른 분야는 복지분야다. 은평의 복지수요가 많아서인데 노 청장은 부족한 재원을 메우려 민간과의 제휴를 통해 수준높은 복지서비스를 만들어냈고, 은평구는 2006년 최초로 시행된 전국지방자치단체 복지종합평가에서 ‘초대 챔피언’으로 우뚝 섰으며, 2007년 준우수, 2008년엔 우수구로 선정될 만큼 정상권을 유지해 오고 있다.

활력있는 경제도시 비전은 아직 본격적인 ‘수확기’가 도래하지 않았다. 뉴타운 사업이 완성기에 이르러 구매력 높은 주민들의 유입이 있어야 하고 기획된 경제거점들이 제기능을 발휘하려면 좀 더 시간이 필요하므로 경제 활력의 달콤한 열매는 후배 구청장의 몫이 될 공산이 크다.
노재동 구청장 앞에는 두 개의 큼지막한 난제가 놓여 있다. 국립보건원부지 활용방안과 상암동과 수색동 사이에 놓여질 경의선철로 문제인데 모두 은평구의 중대한 경제적 이해관계가 걸려있는 사안이다.
상급 기관은 국립보건원 자리에 아파트를 짓도록 요구했지만 노재동 구청장은 아파트는 넘쳐나니 은평경제에 더욱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개발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노재동 구청장은 상암동 DMC와 은평의 수색동 사이에 놓일 경의선 철도가 남북을 갈라 놓은 휴전선처럼 은평발전을 가로막는 장애물이 될 것임을 직감하고 양쪽에 고층의 관광호텔, 백화점을 지어 ‘구름다리’로 연결해야 한다는 대안을 내놓고 있다.
우직한 인상처럼 선굵은 행정을 펼쳐 온 노재동 구청장은 서울시구청장협의회장과 전국시·군·구협의회 대표회장을 맡으면서 단기간에 두 개의 대형 현안을 해결해내는 ‘놀라운’ 수완을 보여주었는데 ‘재산세 공동과세제’와 ‘질서위반행위규제법’의 산파역을 해낸 것이다.

재산세는 구세로 자치구간 빈익빈 부익부를 심화시키므로 다른 시세와 교환돼야 한다는 요구가 1995년경부터 있어왔는데 10년이 넘도록 별 성과를 못 거두던 차에 노재동 협의회장이 여론을 모으고 국회를 방문하는 등 끈질긴 노력 끝에 재산세 공동과세제 법제화를 2007년 7월 이끌어 냈다. 피해자격인 부자구들의 완강한 반대로 50%의 한계선이 그어졌지만 지방자치 발전사에 작지 않은 ‘사건’으로 기록될 것이다.

과태료 처분에 대한 징수체계를 일원화하는 ‘질서위반행위규제법’ 역시 노재동 대표회장의 ‘작품’으로 과태료 징수율을 두 배로 높이는 한편 시민들의 준법의식을 올리는데 결정적으로 기여한 제도로 평가받는다.
노재동 구청장은 자신의 ‘은평발전 10년 대장정’의 대미를 장식하려 부심하고 있다. 그가 생각하는 ‘대미’는 특별한 것을 찾기 보다는 임기 마지막 날까지 항상 해오던 일을 꾸준히, 열심히 하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그의 우직함이 다시 한 번 드러나는 대목이다.
文明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