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나영이’
우리의 ‘나영이’
  • 김은경 기자
  • 승인 2009.10.15 1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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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사회적인 반향의 주인공 우리의 ‘나영이’는 전 국민적인 죄책감의 상징이 됐다. 이번 사건은 그간 바삐 내달려온 우리 사회가 간과해온 무언의 가치에 대해 심각하게 반문하게 한다. 가슴을 치는 뒤늦은 후회도 찾아온다. 사건 발생 장소가 초등학교 통학로임에도 불구하고 지역사회에서 무관심하게 방치돼 왔다는 사실도 뼈아프다. 누군가 그 일대의 허술한 사회안전망에 좀더 일찍 주목했더라면 하는 안타까움도 크다. 하지만 현재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은 이에 대한 철저한 반성과 엄중한 대책이라는 점 또한 자명하다.

지난 9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서울고등법원에 대한 국정감사에서도 ‘조두순 사건’에 대한 격론이 벌어졌다. 핵심은 심신미약 감경사유를 규정한 형법 제10조에 대한 법원의 지나치게 ‘관대한’ 법적용과 이로 인해 국민적 법감정과 괴리된 양형의 적정성, 정당성의 문제로 압축된다. ‘조두순 사건’의 1심 법원은 무기징역을 선택한 후 당시 음주상태였음을 감안, 형법 제10조상의 심신미약사유를 적용해 처단형으로 징역 12년을 선고했고, 대법원에서 최종 확정됐다. 이에 대해 ‘어린 몸과 영혼에 영구적 상해를 입힌 가해자를 영구히 격리할 것’을 요구하는 국민적 공분이 휘몰아쳤다. 바로 국민적 법감정의 현주소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유기징역의 상한을 15년 이하로 규정한 현행 형법 제42조를 개정, 징역형의 범위를 확대해야 한다는 견해가 설득력을 얻고 있다. 또 심신미약 감경사유의 적용을 판사가 선택하도록 하는 방안도 제시된다. 또한 술과 약물에 의한 범죄의 경우 대체로 형을 감경해온 현재까지의 법적용에 대한 재검토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이와 관련해 심신미약 감경사유에 대한 판단기준을 제시하는 관련 예규를 조속히 마련하고, 감경사유의 판단 시 철저한 검증과 엄격한 증명 절차를 전제하는 방안 등이 검토되고 있다.

무엇보다 그간 사회적 약자 보호에 허점을 노출해온 현행 제도 전반에 대한 근본적인 성찰이 시급하다. 아동과 여성 등 사회적 약자들이 취약한 성폭력사건 등을 전담하는 재판부를 신설해 전문성을 확보하고, 피해자들이 재판과정에서 2차적 피해를 입지 않도록 제도적 보완책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 또한 실질적인 공판중심주의의 구현을 위해 필요시 법원이 양 당사자들의 현재적 상황과 입장을 직접 파악할 수 있는 ‘양형 조사관제’가 도입될 필요가 있다. ‘제대로 죗값을 치르는 것이 정의’라는 국민적 공분은 너무나 관대했던 기존의 관행에 대한 일대 경종인 셈이다.